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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엄마이기 전에" 이 노래에 왜 모두가 눈물 흘릴까

[가사공감14] 신승훈-비와이의 'Lullaby'에 담긴, 자식들의 마음

18.05.31 16:27최종업데이트18.05.3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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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예능 프로그램 <더콜>에서 신승훈, 비와이가 'Lullaby'를 부르고 있는 모습. ⓒ Mnet


중음악의 가사들이 간직한 심리학적 의미를 찾아 갑니다. 감정을 공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의미까지 생각하는 '공감'을 통해 음악을 보다 풍요롭게 느껴보세요. - 기자 말

Mnet 예능 프로그램 <더콜>을 통해 발표된 신승훈과 비와이의 신곡 'Lullaby'(작사 김이나 비와이, 작곡 신승훈)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몸이었다. 가사의 의미를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눈물부터 쏟아졌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공개 방송에 초대된 방청객들도 처음 듣는 이 노래에 눈시울을 붉혔고, 음원사이트 댓글에도 상당수가 '눈물부터 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그 누구도 이 노래가 담고 있는 정서, 즉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왜 엄마를 생각하면 이토록 슬프고 애틋하며 눈물부터 나는 걸까. 감정을 수습하고 찬찬히 가사를 음미하다 보니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lullaby'에 담긴 이 시대 어머니들의 아픔을 살펴본다.

'모성신화' 뒤에 가린 슬픔

신승훈은 "들어본 적이 없는 그대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고 고백하며 노래를 시작한다. 그런데 사실은 처음이 아니다. 이 울음소리는 "알면서도 모르고 싶었던", 일부러 외면해왔던 것이다. 가사의 솔직한 고백처럼 대부분 자녀들은 어머니의 노고와 슬픔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오랫동안 세상은 어머니가 무한한 인내심을 가지고 기꺼이 희생하는 일을 자연스러운 것이라 가르쳐왔다. 또 이를 신성시해 '모성 신화'를 만들어냈다. 부당하게 여겨지더라도 오래된 신화에 도전하는 것은 자녀들에겐 힘겨운 일이다. 때문에 자녀들은 어머니의 슬픔을 애써 모른척하며, '엄마니까 당연한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하며 살아간다.

슬픔을 외면하려 하는 건 자녀뿐만이 아니다. 어머니들 스스로도 괜찮은 척하면서 슬픔을 억누른다. 엄마는 강해야 하며 자식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감내해야 한다는 '모성신화'를 깊이 간직한 우리 시대의 어머니들은 절대로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 그래서 내색하지 못하고 참는다. 신승훈이 "나에게만 들리지 않도록 끝내 참아낸 그 소리"라고 노래하듯, 어머니들의 슬픔은 가슴 깊은 곳에 쌓여간다.

잃어버린 자기 자신에 대한 애도

Mnet 예능 프로그램 <더콜>에서 신승훈, 비와이가 'Lullaby'를 부르고 있는 모습. ⓒ Mnet


도대체 왜 어머니들은 이토록 슬픈 걸까? 이어지는 비와이의 랩은 한국의 어머니들이 가진 슬픔의 원인을 고스란히 읊고 있다.

"그대는 엄마이기 전에 작은 꿈을 가슴에 품던 소녀, 그대는 엄마이기 이전에 자신의 삶을 살길 원한 소녀, 그대는 엄마이기 이전에 여자로 걷기를 원한 소녀, 나의 엄마이기 전에 그대 이름이 불리길 원한 소녀."

가사에서 잘 표현하고 있듯 어머니들의 슬픔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데서 비롯된다. 즉, 자기 자신을 상실한 것에 대한 애도다.

성 역할을 이분화하는 가부장제는 여성에게 아이를 양육하고, 가정을 돌보며 남편을 뒷바라지 할 것을 요구한다. 반면, 여성이 한 개인으로 가지고 있는 꿈과 욕구, 다양한 개성은 억누르길 강요한다. 아주 오랫동안 너무나 당연하게 이어져 내려온 이 요구를 여성들은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와 할머니의 삶, 미디어와 사회 환경,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몸에 익힌다. 그리고 결혼을 하면 이에 부응하기 위해 한 사람으로서의 자기 자신보다 '엄마'로서의 더욱 정체감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간다.

엄마의 정체감을 갖게 된 여성들은 정말로 자신의 이름을 들을 수 없게 된다. 유치원이나 학교 등 아이가 속한 사회에서는 자연스레 아이 이름이 엄마의 이름이 된다. 가정에서도 'OO엄마'라고 불리는 경우가 흔하다. 길 가다 만나는 사람도 그냥 '애기 엄마'라고 부른다. 비와이는 이런 현실을 꼬집는다. "세상은 당신을 나의 엄마로만 외웠어. 도대체 당신의 이름은 어디에 있나"라고 강하게 의문을 던진다.

엄마를 더욱 슬프게 하는 '이중구속'

이처럼 가부장적 성 역할을 내면화한 여성들은 자신의 이름을 잃은 채 돌봄을 제공하는 엄마로서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 더 슬픈 건 가부장제가 여성적 가치를 열등한 것으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모성은 숭고하다 하면서도, 어머니가 일상에서 제공하는 돌봄은 하찮은 것으로 여긴다. 매일 하는 가사노동엔 아무런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지 않으며, 가족을 돌보느라 여성이 감수하는 희생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여성에게 돌봄제공자가 되도록 요구하고서는 그 역할의 가치는 평가절하 하는 것. 여성주의 담론에서는 이를 '이중구속'이라 부른다.

비와이는 두 번째 랩 파트에서 이런 현실을 직시한다. "당신의 잔소리가 싫어 자는 척 하면서 잠갔던 방문, 같은 반찬이 지겨워 내가 외면했던 그대가 차린 식탁"은 엄마의 돌봄과 희생을 당연시했던 과거에 대한 성찰이다. 이어서 "이젠 세월 속에서 작아진 그 손을 먼저 잡은 적이 없네"라고 후회한다.

결과는 자녀의 죄책감

Mnet 예능 프로그램 <더콜>에서 신승훈, 비와이가 'Lullaby'를 부르고 있는 모습. ⓒ Mnet


이중구속 속에서 살아온 어머니의 슬픈 삶을 성인이 된 자녀가 알게 되었을 때, 자식들이 느끼는 감정은 후회와 미안함이다. 신승훈이 애절한 음성으로 부르는 "갈리는 길마다 여전히 헤매는 난, 난, 난 한 번도 그대의 쉴 곳이 아녔던 난, 난, 난" "아물지 못한 채 어른이 돼 버린 난, 난, 난, 길을 또 잃으면 어떻게 하나요 난, 난, 난" 부분은 자식의 후회와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 담겨있다. 이어 신승훈은 "sorry sorry sorry sorry"라고 반복해서 미안함을 표현한다.

신승훈과 비와이가 표현하고 있는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은 우리 모두의 것이기도 하다. 지극히 가부장적인 문화를 살아낸 어머니를 둔 지금의 성인 세대는 엄마를 생각하면 일단 미안함에 눈물부터 난다. 여성을 억압한 이중구속은 어머니의 삶을 묵인할 수밖에 없었던 자녀들까지 슬프게 하는 것이다. 어머니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해결하지 못한 채, 어머니와 사별할 경우 자식은 평생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마음 가득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면 자식들의 삶 역시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는  그토록 참아내며 자식의 행복을 바랐던 어머니의 희생에도 반하는 결과다.

엄마를 떠올리며 흐뭇해할 수 있다면

그런데 한 번 상상해보자. '엄마'를 떠올렸을 때 눈물이 나는 대신 흐뭇함에 입가에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어떨까? "나 때문에 엄만 고생만 하셨어. 내가 불효자야"가 아니라 "우리 엄만 참 행복하고 멋지게 사신 분이었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어머니에 대해 고마움과 애틋함은 간직하지만, 미안함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있다면 성인이 된 자녀들 역시 보다 충만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또 어머니를 먼저 떠나 보내드리더라도 어머니가 남기고 간 행복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상실의 아픔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어머니도 자식도 행복한 이런 세상은 과연 가능할까? 신승훈과 비와이는 "오늘만은 내가 그대 밤이 되겠어. 모든 맘을 내게 놓고 잠들 수 있게"라고 노래한다. 즉, 어머니를 자유롭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가부장제의 이중구속으로부터 어머니를 풀어드릴 때 가능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어머니도 이름과 꿈을 가진 한 사람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어머니 역시 자기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도록 가족 구성원 모두가 돌봄을 함께 실천하면서 각자가 가진 꿈을 응원해 주어야 것이다. 또한, 어머니가 가족을 위해 제공하는 가사와 돌봄노동의 가치를 알아주고 그 수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오래된 문화에 균열을 내는 이런 변화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며 때로는 많은 갈등을 유발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변화를 미룬다면 우리의 어머니들이 살아낸 슬픈 삶이 지금 내 옆에 있는 여자친구, 여자형제, 그리고 딸에게로 대물림 될 것이다. 또한 그 자녀들 역시 어머니를 떠올리며 미안해하고 슬퍼하는 삶을 계속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니 어머니에게 미안해하며 눈물만 흘리며 머물러 있지 말자. 미안한 이 마음을 원동력 삼아 어머니의 삶이 보다 나아질 수 있도록 행동하자. 그럴 때 어머니도 행복하고, 자식들도 행복해지는, 모두가 조금씩 더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Mnet 예능 프로그램 <더콜>에서 신승훈, 비와이가 'Lullaby'를 부르고 있는 모습. ⓒ Mnet


"Can you still hear me, mama?
Have I told you I'm sorry?
들어본 적이 없는
그대가 우는 소리

알면서도 모르고 싶었어
그대 맘이 아픈 소린
나에게만 들리지 않도록
끝내 참아낸 그 소리

그대는 엄마이기 전에 작은 꿈을 가슴에 품던 소녀
그대는 엄마이기 전에 자신의 삶을 살길 원한 소녀
그대는 엄마이기 전에 여자로 걷기를 원한 소녀
나의 엄마이기 전에 그대 이름이 불리길 원한 소녀

당신은 아물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고
그대 이름이 사라진 채로 날 등에 업고
세상은 당신을 나의 엄마로만 외웠어
도대체 당신의 이름은 어디에 있나

갈리는 길마다 여전히 헤매는 난,난,난
한 번도 그대의 쉴 곳이 아녔던 난,난,난
Sorry sorry sorry, Sorry my mama
Sorry sorry sorry, Sorry my mama"

-신승훈, 비와이 'Lullaby' 중에서.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송주연 시민기자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오마이뉴스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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