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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유아인 향한 '극찬'... "엄청난 영화로 돌아와 기뻐"

[여기는 칸] <버닝> 상영 후 5분간 기립 박수... 관객들, 다양한 반응 보여

18.05.17 09:56최종업데이트18.05.1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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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닝>의 주역들. 오른쪽부터 이창동 감독, 배우 유아인, 전종서, 스티븐 연, ⓒ CGV아트하우스


칸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에 초청된 <버닝>이 베일을 벗었고, 그 반응은 다양했다. 16일(현지시간) 오후 팔레 드 페스티벌 뤼미에르 극장에서 진행된 공식 상영을 두고 배우들은 감격에 찬 모습이었고 관객들은 저마다 상영관 주변에 남아 활발한 토론을 나누는 모습이었다.

오후 6시 28분, 레드카펫 행사를 마치고 입장하는 이창동 감독과 유아인, 스티븐 연(연상엽), 그리고 전종서는 다소 상기된 얼굴이었다.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자리에 앉기 직전까지 세 배우는 객석과 눈을 맞추기도 했고 인사에 화답하기도 했다.   

상영 시간인 6시 30분, 칸영화제 상영 시그널 음악인 카미유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보통 제작사와 투자사 등의 리더필름이 나올 때마다 관객들이 박수를 치는 게 관례였지만 <버닝> 상영에서는 들리지 않았다.

영화적 밀도

ⓒ CGV아트하우스


ⓒ CGV아트하우스


<버닝>의 러닝타임은 2시간 28분으로 올해 경쟁작의 평균 수준인 2시간보다 긴 편이다. 영화는 택배 알바를 하는 종수(유아인)에 내재한 어떤 분노와 에너지에 대해 그의 동창 해미(전종서), 그리고 우연히 둘 사이에 등장하게 된 벤(스티븐 연)이 도화선이 되는 과정을 밀도 높게 그렸다.

청춘의 영화, 청춘을 상징하는 영화로 알려졌지만 공개된 영화의 면모는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헛간을 태우다'에 새로운 세계를 입히는 식이었다. 등장인물의 나이가 청춘에 해당하기에 청춘들의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등장인물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다가 각성하게 되는 일종의 관계성의 이야기로 보는 게 적합해 보였다.

초반 10분 남짓, 1층 객석에서 어림잡아 대여섯 명의 관객이 상영 도중 퇴장한 것을 빼면 전반적으로 관객들이 숨죽이고 관람하는 모습이었다. 긴장감을 높여가는 와중에 등장하는 약간의 유머 요소에 웃으며 반응하는 관객도 있었다.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였고 영화의 흐름에 관객들이 따라가는 분위기였다. 영화 초반, 그리고 중반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노출신이나 정사 장면에서 특별한 거부감을 보인 관객은 없어보였다.

상영 직후인 9시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자 박수가 나왔고, 조명이 켜지는 즉시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영화에 대한 마음을 표현했다. 관례상 기립박수는 통상 3분에서 5분 정도까지 이어지곤 한다. <버닝> 상영 후에도 약 5분간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계속되는 박수에 스티븐 연과 전종서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리운 피에르 르시앙

16일 팔레 드 페스티벌 내 뤼미에르 극장에서 영화 <버닝>의 공식 상영이 열렸다. ⓒ 이선필


영화 <버닝>의 공식 상영 중 이준동 파인하우스 필름 대표가 피에르 르시앙을 추모하는 배지를 달고 나왔다 ⓒ 이선필


하이라이트는 배우들과 이창동 감독을 고루 비추던 카메라가 <버닝> 제작자인 이준동 파인하우스필름 대표를 향했던 때였다. 곧장 화면이 그의 가슴팍으로 옮겨졌는데 거기엔 프랑스 영화인 피에르 르시앙의 사진이 인쇄된 배지가 달려있었다. 이 장면에 일부 객석에서 환호가 나오기도 했다. 피에르 르시앙은 그간 임권택, 홍상수 감독 등의 작품들을 프랑스와 유럽권에 소개한 인물이다.

상영직후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버닝> 측에게 "훌륭하며 강한 영화"라며 "순수한 미장센으로서 영화의 역할을 다했고, 관객들의 지적 능력이 요구되는 미스터리 한 영화"라고 소감을 밝혔다.

토론토 국제영화제 측 관계자 역시 "정말 숨이 막힐 정도의 연출이었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끝났을 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계속 더 있었으면 하고 바랄 정도였다. 이창동 감독이 이렇게 엄청난 영화로 돌아온 것이 너무 기쁘다"고 극찬했다.

한 프랑스 감독은 "유아인의 연기가 돋보였다"면서 "내면에 내재된 에너지를 잘 사용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반면 영화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4명의 가족과 함께 상영회에 초청받은 한 프랑스인은 "너무 길다(too long)"며 "영화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는 알겠지만 조금은 효율적으로 접근했으면 좋았을 것"이라 답했다. 또 다른 관객 역시 "지금도 훌륭하지만 이창동 감독 고유의 세계와 독창성이 좀 더 담겼다면 좋았을 것"이라 말했다.

이렇게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인 신작은 열띤 토론의 분위기로 한창 달아올랐다.

<버닝>의 한국 개봉은 17일로 예정돼 있다.

버닝 이창동 유아인 스티븐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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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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