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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전참시' 조사위 "고의성 없었다" 결론... 남는 의문들

[현장] <전지적 참견 시점> 세월호 조롱 논란에 조사위원회 "제작진 부주의 탓"

18.05.16 22:56최종업데이트18.05.1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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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전지적 참견 시점>.ⓒ MBC


MBC <전지적 참견시점>(아래 전참시) 세월호 희화화 논란 조사위원회가 제작진의 고의성을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 사건 원인을 제작진의 부주의와 관리·감독 소홀로 결론 내렸다.

지난 5일 <전참시>는 세월호 뉴스 속보 화면과 방송인 이영자씨의 모습을 합성해 '[속보]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 자막을 내보내 세월호 희화화 논란의 중심에 섰다. 네티즌들은 웃음을 주는 데 세월호 보도 장면을 사용한 것과, '어묵'이라는 단어가 극우사이트인 일간베스트(일베) 등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조롱하는데 사용됐던 점을 지적하며 '제작진이 세월호 사건을 조롱하기 위해 해당 영상을 사용한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문제가 불거진 뒤, MBC는 사내 인사 5인이 포함된 자체 긴급 조사위를 꾸렸다. 또, 신뢰도 확보를 위해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특별위원회 위원인 오세범 변호사를 외부 위원으로 위촉하고, 프로그램 제작 과정 현장조사, 제작진 면담 조사, 제작진 휴대폰과 SNS 활동 내역 조사 등을 실시했다. 15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는 세월호 유족회, 언론노조 MBC본부 등의 의견을 청취한 뒤 추가 확인과 검증 과정 등을 거쳐 내린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조사 결과는 이렇다. 지난 5월 1일 화요일, 5월 5일 방송을 준비하던 <전참시> 조연출은 이영자씨가 남성에게 관심을 표한 상황의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뉴스 속보처럼 구성할 계획을 세운다. 조연출은 FD에게 '속보입니다', '충격적인 소식입니다'라는 뉴스 화면을 찾아달라 요청했고, FD는 해당 영상이 어떤 목적으로 사용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10개의 자료를 조연출에게 제공했다. 그중 2건이 방송에 상용된 세월호 뉴스 영상이었다. 조연출은 제공 받은 10개의 자료 중 이진(방금 들어온 속보입니다), 박경추(반가운 소식입니다), 최대현(현장 분위기 알아보겠습니다) 아나운서의 멘트가 담긴 뉴스 영상을 사용해 해당 화면을 편집했다. 그 중 이진, 최대현 아나운서가 전한 장면이 세월호 보도 영상이었다.  

조사위 "조연출 세월호 영상 인지했지만 사용했다"

<전지적 참견 시점> 세월호 희화화 논란 조사위원들. 왼쪽부터 위원장을 맡은 조능희 MBC 기획편성본부장, 민변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특위 위원인 오세범 변호사, 고정주 경영지원국 부국장, 전진수 예능본부 부국장, 이종혁 편성국 콘텐츠 R&D부장, 오동운 홍보심의국 TV심의부장.ⓒ MBC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작진 중 해당 영상이 세월호 영상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던 사람은 자료를 요청하고 편집에 사용한 조연출, 자료를 검색하고 제공한 FD, 화면에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한 미술부 직원, 이렇게 세 명이다.

FD와 미술부 직원은 해당 영상이 어떤 장면에서 쓰일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주어진 업무만 처리했고, 조연출은 세월호 영상이라는 사실을 인지했지만 멘트에는 세월호 관련 언급이 없어 배경을 흐릿하게 처리하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조연출은 논쟁의 핵심 중 하나인 '어묵'과 관련해 일베에서 '어묵'이 세월호 희생자를 비하하는 데 사용된다는 점을 몰랐다고 증언했다.

조사위는 "제작진 중 누구에게도 고의성을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결국 각자의 부주의함과 무지함이 모여 이번 <전참시> 사태가 발생했다고 결론냈다. 조능희 조사위 위원장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웃음을 전하는 프로그램에서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사회적 참사를 다룬 뉴스 화면을 사용했다는 점"이라며 "조연출의 단순 과실이라기보다, 제작진이 방송 윤리를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진상조사위원회는 MBC에 해당 조연출을 비롯해 실무 책임자인 PD와 관리책임자인 CP, 총괄 책임자인 예능본부장 등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으며 곧 인사위원회를 통해 이들의 징계 수위가 결정된다.

조사위는 이번 사건의 발생 원인으로 촉박한 제작 시간으로 인한 게이트 키핑 부실, 파편화된 제작 환경으로 인한 관리 감독 부실 등 제작 환경 전반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사측에 재발 방지를 위해 자료 사용에 대한 게이트 키핑 강화, 자료 사용시 사전 승인 절차 도입, 제작 시스템 점검 등 매뉴얼을 보완하고, MBC 구성원들의 방송 윤리의식 점검을 위한 계획을 수립할 것도 함께 요구했다.

'어묵' 뜻 몰랐다는 조연출, '세월호 영상' 몰랐다는 연출진

16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전지적 참견 시점> '세월호 뉴스 화면 및 '어묵' 자막 사용' 논란과 관련해 진행된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MBC


조사위의 발표에도 몇 가지 의문점이 남았다. 우선 '어묵'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조롱하는 단어인지 몰랐다는 조연출의 진술과, 여러 사람이 수차례 시사를 거치는 동안 누구도 해당 영상이 세월호 보도 영상인지 눈치채지 못했다는 해명에 대해서다.

트렌드와 유행어에 민감한 예능 프로그램 연출자가 '어묵'의 함의를 아예 몰랐다는 것도 그렇지만, 최대현 아나운서의 세월호 보도 영상은 지난 MBC의 세월호 보도 참사를 지적할 때마다 사용된 장면이다. 지난 2017년 MBC 파업 과정에서 수십 차례 언급되고 사용된 해당 영상 자료를, 파업에 참가했던 연출진 중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세월호 진상조사특위 위원인 오세범 변호사 역시 "가장 의심했던 부분이었다"면서 "방송 프로그램은 여럿이 함께 제작하는 시스템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분명 여러 사람의 명시적, 묵시적 합의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어떤 의도성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고 했다. 단지 웃음을 주기 위해 세월호 영상을 쓴 것도 잘못됐고, 사회적 공감 능력이 부족한 것도 맞지만 고의성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조사위원인 오동운 홍보심의국 TV심의부장 역시 "경찰 수사가 아니기 때문에 조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조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제한 뒤 "당사자 동의 하에 휴대폰 메신저 대화 내역, SNS 조사, 팀 구성원들의 증언 등을 통해 평소 성향 등을 조사했지만, 특정 사이트에서 활동했다는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조연출이 자료 의뢰, CG 작업 등을 은밀하게 진행하지 않고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공개적으로 진행했다는 점을 볼 때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해당 영상을 사용했다고 보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연출진 중 누구도 해당 화면이 세월호 영상임을 눈치채지 못한 지점에 대해서는 "워낙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인 데다 연출자 등은 자막, 이영자씨의 사진 등이 더해진 화면을 보았기 때문에 곧바로 연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 제작진의 불찰과 모자람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이후 여러 차례 제작진 시사를 거쳤지만, 이미 블러처리된 영상이었던 데다 2초 미만으로 빠르게 지나간 탓에 프로그램 담당 연출자, CP, 작가 중 누구도 해당 장면이 세월호 영상이라는 점을 눈치채지 못했다고도 설명했다.

또, 논란 초기 <전참시> 제작진이 사안을 축소, 혹은 은폐하려 시도한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부분도 있다. 방송 직후 일부 네티즌들이 세월호 영상 사용을 지적하자 슬그머니 최대현 아나운서 장면을 삭제했고, 8일 저녁께 SNS에서 논란이 확산되자 9일 홍보국을 통해 "자료 담당 직원으로부터 모자이크 상태로 제공 받아 편집 후반 작업에서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공식 입장을 냈기 때문이다. 조연출이 연출 담당 직원에게 제공 받은 영상은 모자이크 처리되지 않은 원본이었고, 세월호 보도 장면이라는 것을 인지해 모자이크를 의뢰했다는 조사위원회의 결과와 배치된다.

이에 대해 오동운 심의부장은 "SNS에서 논란이 확산된 직후에는 신속하게 제작진 입장을 정리해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제작진이라는 단어를 '연출자, 작가, 담당 CP'로 협소하게 이해해 마치 프로그램과 관련 없는 사람들 때문에 문제가 일어난 것으로 혼선과 오해의 소지를 드렸다"고 사과했다.

전진수 예능 부국장 "폐지 여부 공식적으로 논의한 적 없다"

전진수 MBC 예능본부 부국장.ⓒ MBC


일부 매체가 보도한 <전참시> 폐지설에 대해 전진수 MBC예능본부 부국장은 "현재 <전참시> 제작은 모든 것이 멈춰져 있는 상태다. 공식적으로 폐지에 대해 논의한 적 없다"고 일축했다. 제작진과 출연자들은 모두 진상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으며, 발표 이후 프로그램의 향방 등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알렸다.

한편 같은 날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마음 깊이 사과드립니다. 우리 스스로의 안일함과 싸우겠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청자들에게 MBC 구성원들을 대표해 사과했다. MBC 노조는 "이번 사건을 통해 일상적인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방송이 가진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방송 종사자들의 각성과 노력이 여전히 모자라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면서 "MBC 종사자들은 4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 MBC가 저지른 악의적인 왜곡 보도와 총체적 실패를 잊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방송 제작 과정 하나하나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내부 관행이나 제작 시스템을 철저히 바꾸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역시 입장문을 냈다. 세월호 유족들은 이번 사건을 "세월호 참사 당시 비상식적, 비윤리적 취재와 오보로 인해 희생자와 유가족을 두 번 죽였던 것과 같은 사건"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 인지 직후 사건 전말을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MBC의 진심어린 노력에 감사한다"면서 "'제작진 일베설' 등 고의성 여부에 대한 조사 결과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의성이 사라졌다고 책임까지 사라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생자들은 또다시 모욕당했고 유가족들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 MBC가 '다시, 만나면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해온 노력이 충분했는지, 진심 어린 것이었는지 그리고 구성원 모두가 같은 노력을 해왔는지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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