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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확신한다"는 배현진,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습니까

[하성태의 사이드뷰] MBC 부역자 출신 배현진 후보의 정치 행보를 보고

18.05.15 18:10최종업데이트18.05.2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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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 점퍼 입은 배현진배현진 전 MBC 앵커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 공천 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남소연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철칙과 원칙을 가지고 하는 것들에 대해 저도 그렇게 일했다."

지난 4월 22일 <매거진 동아>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인터뷰 영상에서 배현진 자유한국당 송파을 당시 예비후보는 배우 김남주가 연기한 드라마 <미스티> 속 고혜란 앵커에 대한 질문에 위와 같이 답했다. 배 후보는 "저 같다고 생각했다. 비슷하지 않느냐"며 웃어보였다.

자부심과 철칙, 그리고 원칙. 자부심은 프로라면 가져야 할 자세요, 철칙은 대체로 자신과의 약속일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원칙, 이 원칙이야말로 배 후보가 앵커 시절 오해했던 가장 큰 부분 중 하나가 아닐 듯 싶다. 그에 대해선 현실의 배우 김남주가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 앵커와 한 인터뷰를 참고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좀 바뀌었어요. 제가 단지 앵커를 연기한 배우였음에도 앵커가 된 느낌이 들어서 주인의식 같은 거? 팩트를 제대로 전달해야할 것 같고 그런 것들이.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 같아요."

고혜란을 연기한 배우도 '팩트'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고혜란과 닮았다고 자연스레 얘기하는 앵커시절 배현진 후보는 과연 어땠나.

▲ 배현진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등장한 김장겸김장겸 전 MBC 사장이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배현진 송파을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눈길을 끌고 있다.ⓒ 남소연


배 후보와 관련, 재밌는 장면은 또 있었다. 자유한국당 송파을 후보가 된 배현진 후보와 예전 직장 상사와의 만남 말이다.

두문불출하던 김장겸 전 MBC 사장이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3월 말까지 '김재철 체제'의 마지막 지역 MBC 사장 자리를 고수하며 제주MBC 구성원들을 괴롭혔던 최재혁 전 제주MBC 사장과 사이좋게 함께였다. 13일 오후 열린 자유한국당 배현진 송파을 재보궐 국회의원 후보의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한 것이다. 

김장겸 전 사장은 최근 다시 입길에 오른 바 있다. 지난 11일 MBC는 '안철수 논문표절 보도'의 해당 기자를 해고하면서 그 배후에 당시 정치부장이었던 김장겸 전 사장의 압력이 있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최악의 보도를 통해 다시금 회자된 김장겸 전 사장.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부역하고 공영방송 MBC를 '극우' MBC로 탈바꿈 시키는데 앞장선 인사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을 최고의 부역자임을 또 다시 입증한 셈이다.

그런 김장겸 사장이 같은 듯 다른 처지의 과거 회사 부하 직원인 배현진 후보를 '친히' 격려하기 위해 나섰다. 김 전 사장은 해임 당시 낸 공식 입장문에서 "정권이 방송 장악을 위해 취임한 지 몇 개월 되지도 않은 공영방송 사장을 끌어내려고 온갖 권력기관과 수단을 동원하는 게 정말 나라다운 나라인가"라며 억울함을 호소한 바 있다. 

꽤나 오랜 동안 같은 배를 타고서 MBC를 태극기 부대가 환영하는 극우 방송으로 만드는 브레인과 얼굴 역할을 했던 두 사람의 회합이야말로 분명 상징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여기에 방점을 찍은 것은 자유한국당의 대표 스피커 홍준표 대표의 일성과 그에 부응한 배현진 후보의 입이었다.

▲ 공천장 받은 배현진 "승리 확신한다"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후보자 공천장 수여식에 참석해 배현진 송파을 후보에게 공천장을 수여하고 있다.ⓒ 유성호


홍준표의 확신과 배현진이 믿는 기적 

"배현진 후보가 송파에서 압승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연일 '막말' 정치로 세간의 입길에 오르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홍 대표는 배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 "배현진 후보를 데려오면 무조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강효상 비서실장을 시켜 네 번이나 찾아갔는데 데려와 보니 속이 꽉 차고 똑똑하고 소신이 있다"며 배 후보를 치하했다.

이에 화답하듯 배 후보는 "어떤 어르신이 제가 되면 기적이라고 했는데 저는 이미 거리에서 기적이 일어났다고 확신한다"며 "송파에서 대한민국의 흔들리는 모습을 잡겠다"고 파이팅에 찬 발언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난 9일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JTBC 의뢰로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재성(더불어민주당)-배현진(자유한국당)-박종진(바른미래당)의 삼자구도에서 배현진 후보는 한참이나 차이 나는 2위에 머물렀다. 최재성 후보가 57.3%, 배현진 후보가 18.6%, 박종진 후보가 12.6%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이 지역 정당별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52.1%, 자유한국당 17.4%, 바른미래당 8.6%, 정의당 4.5%, 민주평화당 0.6% 등이었다. 배 후보의 지지율은 자유한국당의 당 지지율보다 고작 1.2% 포인트 높았다.

(이 조사는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JTBC 의뢰로 5월 8일~9일 2일간 무선전화면접 87%(통신사제공표본, 무선전화번호, 휴대전화 가상번호), 유선전화면접 13%(RDD) 방식으로 서울특별시 송파구을(석촌동, 삼전동, 가락1동, 문정2동, 잠실본동, 잠실2동, 잠실3동, 잠실7동)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608명의 응답을 받은 것으로, 응답률은 10.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0%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낮은 지지율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과연 그 기적을 만들기 위해 "고혜란과 닮았다"던 배 후보가 정치인으로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어떤 비전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 아니겠는가.

▲ 송파을 출마 선언하는 배현진배현진 전 MBC 앵커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 공천 신청을 한 뒤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남소연


갑질과 미투 운운하는 자유한국당 '청년' 후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에게 정치인의 꿈은 있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의 언론인으로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에만 집중했고, 오로지 그것이 저의 소명이라 생각하고 살아왔습니다. 메인앵커로서 파업에 참여할 때는 투쟁의 아이콘으로 내세워지기도 했지만, 현업 복귀를 결정한 이후 저는 배척과 타도의 대상이었고 오랜 고난의 시간을 견뎌야 했습니다."

아직까지도 MBC의 공영방송 정상화가 일방적인 적폐청산의 일환이라고 여기는 듯한, 본인이 피해자라고 여기는 듯한 인상이 강해 보이는 배현진 후보. 그는 수년 동안 망가진 공영방송의 부역자이자 간판으로 활약했던 과거를 뒤로 한 채 "새로운 정치의 마이크를 잡고 자유를 위해 싸우겠습니다"라고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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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배현진 아나운서가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 모습.ⓒ MBC


또다른 비극은 배 후보가 본인이 어떤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지 인식하지 못한 채 정치 일반론만을 거듭 외치고 있다는 점이다.

"갑질부터 미투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박혀 있는 이 비뚤어진 권력들에 신음하는 청년들과 저의 선후배 직장인들, 이들 모두의 자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갑질부터 미투까지, 과연 어느 정당이, 어느 세력이 그러한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권위주의와 적폐를 키우면서 권력을 누려왔는지 배 후보는 일말의 고민이라도 하고는 있는 걸까. 무엇보다 그렇게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한 '반자유의 가치'들이 배 후보가 메인뉴스 앵커로 호의호식하던 이명박-박근혜 체제에서 확대재생산 돼 왔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

"진정한 민주주의가 균제와 균형 위에서 꽃 피울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좌우의 균형이 무너져 전권의 전횡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면 그 어떠한 권력도 독단으로 흐르게 됩니다. 지금의 정권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견제세력이 없으면 국민의 뜻과 달리 가게 됩니다."

앵커 출신인 배현진 후보의 목소리와 눈빛은 분명 또렷하고 날카로웠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민주주의'나 '균형', '견제'와 같은 좋은 가치들을 공허한 말잔치로 훼손시켜 온 대통령과 정치인들을 너무 오랫동안, 너무 많이 봐왔다. 극우의 DNA를 남김 없이 드러내며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제 이익만 추구하는 자유한국당. 심지어 보수를 자처하는 국민들에게도 외면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탐욕과 불의의 정치에 물들기엔, '기적'을 믿기엔 배 후보는 너무 젊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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