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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드랑이 털 깎는 모습 앨범 표지에... 두아 리파의 '파격'

'당당하고 주체적인 여성'을 노래하는 영국 가수, 두아 리파

18.05.08 16:06최종업데이트18.05.0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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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Too)'에 이어 '타임스업(Time's up)'까지 여성에 대한 낡은 폭력의 시대를 끝내겠다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는 가운데, '당당한 여성상'을 노래하며 여성들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가수가 있다. 2015년 데뷔한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두아 리파(Dua Lipa)'다.

두아 리파는 지난해 발표한 데뷔 앨범 < Dua Lipa >의 수록곡 'New Rules'로 UK 싱글 차트 1위에 올랐고, 올해 4월 DJ 캘빈 해리스(Calvin Harris)와 발표한 싱글 < One Kiss >는 UK 싱글 차트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6일 한국에서 열린 첫 번째 내한 단독 콘서트도 일찌감치 전석 매진됐는데, 예매자 중 여성이 85%로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아 리파가 10·20대 여성 팬을 중심으로 이렇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 데에는 여성으로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담은 개성있는 노래와 더불어 소신있는 행보가 큰 영향을 미쳤다.

여성들의 연대와 우정 강조한 'New Rules'

두아 리파를 단숨에 스타덤에 오르게 한 곡을 꼽자면 단연 'New Rules'다. 헤어진 전 연인과의 사이에서 하지 않아야 할 세 가지 지침을 담은 곡인 이 노래에는 가사뿐 아니라 무대 구성, 뮤직비디오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으로 "여자가 여자를 돕는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두아 리파는 'New Rules'에서 ▲전 연인의 전화를 받지 않을 것 ▲집으로 들이지 않을 것 ▲친구가 되어주지 말 것 등 세 가지 규칙을 되새기라고 조언한다. 뮤직비디오도 한 여성이 두아 리파에게, 두아 리파가 다시 다른 여성에게 이 규칙을 알려주는 스토리로 여성들의 연대와 우정을 강하게 드러낸다.

두아 리파의 'New Rules'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 Dua Lipa


특히 뮤직비디오 후반부에 등장하는 '홍학'은 이 곡의 핵심적인 가치를 잘 드러내는 상징과도 같다. 늘 무리지어 다니는 홍학을 통해 여성 간의 끈끈한 연대를 보여주는 것으로, 두아 리파가 직접 낸 아이디어이다. 이 스토리와 함께 다양한 인종의 여성 댄서들과 어우러지는 안무는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하다.

바람피고 질척대는 전 연인을 향한 단호박, 'IDGAF'

바람 핀 전 연인의 사과를 단칼에 거절하며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I Don't Give A Fxxx)"고 말하는 'IDGAF'는 데뷔 앨범에 담긴 또 다른 수록곡으로, 'New Rules'에 이어 두아 리파의 대표곡으로 꼽힌다.

'IDGAF'에서도 주체적인 여성상이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사랑에 좌절하거나 상대의 사랑을 갈구하는 대신 "우리는 이미 끝났다"며 "너의 달콤한 말에도 돌아가지 않는다"고 잘라 말하고, "너의 사랑 따위 필요 없다"고 선언한다.

두아 리파의 데뷔앨범 수록록 'IDGAF'의 앨범 커버 이미지 ⓒ Dua Lipa


특히 이 곡은 겨드랑이 털을 미는 파격적인 모습의 앨범 커버로도 큰 주목을 끌었다. 이에 대해 두아 리파는 최근 진행된 내한 인터뷰에서 "제목처럼 내 몸은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의미"라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보든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남들의 시선에 상관하지 않고 자신이 갈 길을 가겠다는 신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더 많은 여성들이 세상을 이끌어 나가길"

두아 리파는 지난 2월, 영국의 권위있는 대중음악시상식인 제38회 브릿 어워드(Brit Awards)에서 여성 아티스트로는 최초로 가장 많은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고, '최우수 신인(British Breakthrough Act)'과 '여성 솔로 아티스트(British Female Solo Artist)'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타임스업' 지지 표시로 흰 장미를 들고 시상식에 참석한 두아 리파는 수상소감에서도 여성들을 향해 인상깊은 메시지를 남겼다. 감사와 연대, 지지의 마음을 모두 담은 따스한 멘트였다.

"그간 무대에 올랐던 모든 여성 아티스트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은 저를 포함한 음악계와 이 사회의 모든 여성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이렇게 큰 꿈을 꿀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여성들이 무대에 오르고, 상을 받고, 세상을 이끌어 나갈 수 있길 바랍니다."

페미니스트로서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것

제38회 브릿 어워드에서 수상소감을 말하는 두아 리파 ⓒ BRITs


이처럼 두아 리파는 노래만이 아니라 발언, 행동 등 다양한 계기를 통해 페미니스트로서 자신의 소신과 신념을 당당히 밝혀왔고, 이는 전 세계 수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며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여성 아이돌그룹 멤버가 여성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린 책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이유로, 'Girls Can Do Anything'이 적힌 폰 케이스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거센 비난을 받았던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이들은 단지 책 한 권만으로 사과와 해명을 강요받아야 했고, 폰 케이스가 찍힌 SNS 게시글을 삭제해야만 했다. 

최근 미투 운동으로 한국사회 내 여성들을 향한 차별과 혐오, 폭력을 규탄하는 분위기가 커졌지만, 한편으로는 여성들에 대한 페미니즘 '사상 검증'이 더욱 심해졌고, 그 잣대는 젊은 여성 아티스트들에게 유독 더 엄격하다. 하지만 이들을 포함한 누구에게나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표현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우리는 이 낡은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한 발짝 나아가는 중이다. 그리고 그 세상에서는, 우리에게도 두아 리파와 같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더 많은 페미니스트 아티스트가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본 글은 필자의 브런치에도 중복 게재될 예정입니다.
두아리파 DUALI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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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변화는 우리네 일상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믿는, 파도 앞에서 조개를 줍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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