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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왜 장자연 사건에 나타났다 사라졌나

[기획] 재수사 가능성 커진 고 장자연씨 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궁금증

18.04.16 18:19최종업데이트18.04.1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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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 장자연씨. ⓒ 연합뉴스


국민적 청원에 검찰이 응답한 걸까. 검찰 과거사 위원회가 지난 2일 장자연 리스트 사건을 2차 사전조사 대상에 포함시켜 해당 사건 재수사에 대한 기대가 모이고 있다.

2009년 3월 연예계 관계자, 기업인, 언론인 성접대를 강요받았다는 내용의 문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장자연 사건'은 당시 배우의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에게 각각 폭행과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된 채 마무리 됐다. 장자연씨가 남긴 친필 문서에 30명 넘는 관계자, 그것도 정계와 언론계, 재계 유력인사들이 언급돼 있었지만 대부분 혐의에서 벗어났다.

과거사 위원회 발표 이후 사건 수사 과정의 허점과 유력인사들이 수사대상에서 제외된 정황이 나오고 있다. 권력관계 등에 의한 성적인 강압을 폭로하는 '미투 운동'의 일환으로서도 장자연 사건이 상징하는 바는 크다. 언론 보도와 당시 수사 과정 중 되짚어 볼만한 내용을 정리했다.

경찰의 태도 변화, 그 사이엔?

사건 발생일로 돌아가 보자. 장자연은 2009년 3월 7일 경기도 분당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변사사건으로 접수한 경찰은 "조사 중"이란 입장을 전했지만 다수 언론은 소속사 관계자 말을 빌려 '자살'이라고 보도했다. 하루 뒤인 8일 경찰은 "검시 결과 타살 흔적이 없고 평소 우울증을 앓았다는 유족들 진술을 토대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고인이 남긴 유서 혹은 문건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경찰은 "범죄와 관련된 게 아니면 조사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과 함께 수사 종결을 공식화했다.

상황은 3월 10일 장자연이 쓴 걸로 보이는 문서가 일부 공개되면서 반전됐다. 이제는 널리 알려진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 배우입니다'라는 문구가 이때 등장했다. 이 문서를 갖고 있던 장자연의 지인이자 한 연예기획사 대표였던 유장호씨가 "공공의 적이 있다", "벌 받을 사람이 있다"는 발언을 하면서 경찰 역시 "친필 문서를 검토하겠다"며 재수사 가능성을 시사한다. 유씨는 13일 경찰에 자진 출석했고, 같은 날과 다음날 KBS가 "고인이 술접대와 잠자리를 강요받았다", "접대 대상자의 실명이 담긴 문서를 추가로 입수했다"고 보도하며 사안은 새 국면을 맞는다.

고인의 소속사 전 대표였던 김종승씨는 KBS 보도와 유씨의 주장에 대해 "유씨의 자작극"이라고 전면 부인했고, 유씨 역시 자살을 기도하는 등 사건 발생 후 일주일간은 그야 말로 파국이었다.

사건에 소극적이었던 경찰은 주변인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15일 경찰(오지용 형사과장 발표)은 "보도대로 폭행, 성접대 강요, 술자리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고 몇 명의 실명이 거론돼 있었다"며 "추가로 조사를 진행한 뒤 발표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문건엔 언론사 고위인사, 방송사 PD, 기업체 임직원 등의 이름과 직책이 포함된 걸로 알려졌고 이때부터 언론엔 '장자연 리스트'라는 말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2009년 증권가 정보지 형태로 등장한 장자연 리스트 ⓒ 독자제공


16일, 경찰은 문서에 거론된 유명인사 조사 여부에 대해 "우선 문서의 진위여부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17일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조사 결과를 전하며 "고인의 것과 거의 동일한 필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도 "자필문서의 미세한 특징을 분석할 수 없는 사본이어서 명확히 논단할 수 없다"고 발표한다. 이 무렵 증권가 정보지 형태로 접대를 받은 유력인사의 실명이 돌기 시작했다. <조선일보> 고위 관계자와 방송국 PD 등의 이름이 담겨 있었다. 

유력인사의 줄소환 여부가 결정될 수 있는 증거를 두고 경찰이 보인 태도에 대해 일각에선 수사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었다. 고인의 유족이 리스트에 담긴 것으로 보이는 인사들을 고발했지만 경찰은 "범죄 혐의가 입증돼야 공개할 수 있다"며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일련의 당시 상황에 대해 최민희 전 의원은 지난 4월 2일과 9일 두 차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밝힌) 2009년 3월 15일과 17일 그 이틀의 발표 내용이 서로 달라진 것에 해답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누가 개입했는지 이걸 밝히면 많은 것이 드러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사라진 이름들

▲ #미투운동과 함께 하는 사람들 “장자연 성상납 사건 진상 규명하라" 언론시민사회단체와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이 지난 4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선일보> 인근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유성호


검경의 수사 결과 발표에서 대부분의 유력인사가 사라졌지만 <조선일보> 사주 방씨 일가사례는 더욱 특기할 만하다.

복수의 매체에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동생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대표, 그리고 방상훈 사장의 아들이 '장자연 리스트'에 등장했다거나 당시 접대를 받았다고 보도했지만 수사 당국은 방씨 일가가 아닌 <스포츠조선> 사장 ㅎ씨가 장자연 소속사 대표(김종승)와 만났다고 결론냈다. 

당시 검경 조사 관련 자료를 입수해 최근 보도중인 <한겨레21> 2일자에 따르면 당시 검경은 <조선일보> 관련 내용에 대해 꽤 면밀히 조사했다. 검찰과 경찰은 김종승씨와 ㅎ씨가 만난 게 아니라 <조선일보> 직원이 만났으며, 심지어 장자연이 참석했던 세 번의 자리 중 방용훈 사장이 주최한 모임이 있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검경은 방상훈 일가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하지 않았고, <스포츠조선> 전 사장ㅎ씨와 김종승, 장자연 이렇게 세 사람이 만났다고 '단순화'시켜 발표했다는 내용이다. 

한편, 2009년 4월 6일 이종걸 당시 민주당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장자연 문건에 '조선일보 방 사장을 술자리에 만들어 모셨다'는 글귀가 있다"며 "경찰이 언론사 사주의 눈치를 보며 조사 자체를 왜곡하고 조사를 못 하는 것에 국민이 허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시기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도 같은 지적을 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당시 <조선일보>는 두 정치인을 포함해, 자사와 장자연 리스트를 연관지어 보도한 언론사와 언론인을 상대로 무더기 소송을 걸었다. 하지만 모두 패소했고, 이종걸 의원의 명예훼손 형사사건 재판이 진행되던 지난 2013년 2월 무렵엔 관련 소송을 취하했다. 법원이 방상훈 사장에게 두 차례에 걸쳐 증인으로 출석하라고 요구한 직후였다. 장자연 리스트와 <조선일보>의 연관성 자체를 아예 지우려는 노력으로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다. 

동시에 <조선일보>는 자사 기사를 통해 사건에 '물타기'를 하거나 논점을 흐리려는 시도까지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장자연 리스트'가 언론 보도에 막 등장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조선일보>는 자사 관련 내용은 배제한 채 '고 장자연 문건 미스터리 5가지'(스포츠조선), '"소송 막으려고 전(前)매니저가 꾸민 자작극"'(조선일보), '"경찰 신고하려 만든 문건… 유서 아니었다"'(조선일보) 등의 기사를 냈다.

더 나아가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조선일보의 명예와 도덕성의 문제'라는 글을 통해 "그 문건이라는 것에는 아무런 정황이나 구체성 없이 조선일보의 한 고위 인사가 온당치 않은 일에 연루된 것처럼 기술돼 있어 심각한 일"이라며 "뛰어난 능력을 가진 대한민국 경찰이 빠른 시일 안에 사실 여부를 명쾌히 가려줄 것으로 기대했다"라고 썼다. 

의지 혹은 의도의 문제

JTBC 뉴스룸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그녀의 꿈은…"장자연은 배우다" ⓒ JTBC


경찰은 2009년 7월 10일 '술접대를 강요받았다'는 취지의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고인의 전 소속사 대표였던 김종승씨에겐 폭행과 강요 혐의를, 장자연 문건을 언론에 유포했다는 이유로 유장호씨에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모욕 혐의를 추가했다. 이와 함께 금융인, 드라마 PD 등 총 6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 <조선일보> 사주 방씨 일가 등 언론인 3명은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빠졌다. 

검찰의 수사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경찰 수사보다 관대(?)했다. 김종승씨와 유장호씨에 대한 혐의만 인정해 불구속 기소했고, 나머지 피의자 12명에 대해선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결과적으로 <조선일보> 사주 일가는 경찰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고, 이로 인해 힘없는 한 무명배우를 유린한 권력자들에 대한 수사는 매니저들 간 공방전으로 전락했다.

20만이 넘는 국민의 청원에 힘입어 다시금 검찰이 이 사건의 재수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민들은 수사기관의 미온적 태도 때문에 장자연 사건의 진실이 규명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소시효 문제로 사법처리가 일부 불가능 하더라도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재수사가 필요한 이유다. 더불어 고 장자연씨 사건에서 왜 <조선일보> 사주 방씨 일가가 등장했다 사라졌었는지도 명백하게 드러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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