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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인의 고충 마지막에 풀고 간 유재석과 <무한도전>

대한민국 예능의 패러다임 바꾼 <무한도전>의 위대한 13년 역사

18.04.02 10:55최종업데이트18.04.0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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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의 슬픈 일 중 하나는 종방연이라든가 박수 받고 예능 프로그램을 끝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현 시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예능을 잘한다는 '국민MC' 유재석은 언젠가 예능인들의 고충을 토로하며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13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MBC의 장수예능 <무한도전>은 지난 3월 31일에 방송된 최종회에서 토요 예능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예능에서는 좀처럼 나올 수 없다던 종방연까지 열렸다. 유재석이 출연했던 프로그램이 유재석의 말이 틀렸음을 보여준 셈이다.

사실 나를 비롯한 많은 시청자들은 훨씬 화려한 <무한도전>의 마지막 방송을 예상했다. 지금까지 함께 했던 모든 멤버가 다 모이진 못해도 원년 멤버 정형돈과 노홍철 정도는 마지막 방송에 출연해 간단히 게임을 하면서 웃음과 눈물이 어우러진 마지막 방송을 기대했다. 하지만 <무한도전> 멤버들은 눈가가 촉촉해지면서도 끝내 '마지막'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종방이 아닌 마치 '시즌2의 예고' 같았던 마무리였다.

'대한민국 평균이하' 여섯 남자의 국내 최초 리얼 버라이어티

무한도전은 방송 초기 '대한민국 평균 이하'를 강조했다. ⓒ MBC 화면 캡처


유재석은 <목표달성 토요일-스타 서바이벌 동거동락>을 통해 정상급 MC로 도약한 후 '유재석과 감개무량', '천하제일 외인구단'처럼 다소 부족한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힘든 일에 도전하는 형식의 프로그램들을 많이 진행해 왔다.

2005년 첫 방송된 '무모한 도전' 역시 이를 잇는 성격의 프로그램으로 지하철과 달리기, 목욕탕 배수구와의 대결 등 과거 유재석이 진행하던 프로그램들에 비해 좀 더 기상천외하고 한 편으로는 무의미해 보이는 도전들을 했다.

이후 김태호PD가 '무리한도전'부터 메인PD로 합류하고 <무한도전>은 2005년 12월부터 스튜디오로 자리를 옮겨 '퀴즈의 달인'이라는 형식으로 재구성됐다. '공포의 쿵쿵따'를 살짝 변형시킨 단순한 '거꾸로 말하기'를 하면서 '퀴즈의 달인'이라는 거창한 제목을 붙였고 기존의 멤버였던 김성수, 이윤석 대신 정준하, 하하가 합류하면서 대중들에게 가장 익숙한 멤버 구성이 완성됐다. 비록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멤버들의 호흡을 다지고 캐릭터의 기틀을 잡았던 중요한 기간이었다.

<무한도전>은 2006년5월 미쉘 위 특집을 시작으로 특별한 형식 없이 매회 다른 방식의 특집으로 이야기를 꾸려 나가는 지금의 형식으로 또 한 번 변화를 모색했다. 당시 <무한도전>이 내세운 모토는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남자 6명이 만드는 국내 최초의 리얼 버라이어티'였다. 멤버들은 방송이라는 걸 뻔히 알고 있음에도 서로 사석에서 대하듯 서로를 부르고 농담을 던지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전달했다.

<무한도전>은 멤버들이 평균 이하를 자처했던 2006년과 2007년 사이에 소위 '레전드 특집'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세계적인 축구스타 앙리를 불러다 놓고 물공헤딩을 시키고 포상휴가라고 멤버들을 유혹한 다음 무인도에 던져 놓았다. 방송을 통해 간간이 얼굴이 나오거나 이름이 언급된 멤버들의 매니저, 코디 등을 출연시켜 퀴즈쇼를 열기도 했다. 장기프로젝트의 출발을 알렸던 댄스 스포츠 특집을 통해 <무한도전> 멤버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며 시청자들도 함께 공감했다.

유재석-박명수-정준하-정형돈-노홍철-하하-길 7인체제로 만든 전성기

프로레슬링 특집 WM7은 지나치게 길었다는 비판 속에서도 시청자들에게 많은 감동을 안겨 줬다. ⓒ MBC 화면캡처


<무한도전>은 2008년 1월 이산특집에서 시청률 30%를 돌파하는 등 대한민국 예능의 절대 강자로 자리 잡았다. 그 해 2월 하하가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하면서 견고하던 6인 체제가 흔들렸지만 영리한 김태호 PD는 하하의 입대 공백을 <무한도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동력으로 삼았다. 연예계의 대표적인 체육돌로 꼽히는 신화의 전진을 새 멤버로 투입시키며 몸을 쓰는 특집들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무한도전>이 자랑하는 추격전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특집이 대표적이다. <무한도전>은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에서 새 멤버 전진에게 '굴러 들어온 놈'이라는 캐릭터를 부여하며 자연스럽게 멤버들 사이에 녹아들 수 있게 했다. 박명수와 노홍철은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며 시청자들에게 추격전의 묘미를 안겼다. 2008년 11월에 있었던 에어로빅 특집 역시 압도적인 운동능력을 자랑하는 체육돌 전진이 없었다면 나오기 힘든 특집이었다.

봅슬레이 특집으로 '악마의 아들' 박명수로부터 눈물을 쏟게 한 <무한도전>은 2009년4월 제7의 멤버 길을 투입해 전진의 입대와 하하의 소집해제에 대비했다. 길은 예고 없는 갑작스런 투입 탓에 이미 커져 버린 <무한도전> 팬덤에게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길과 함께 식객, 꼬리잡기, 품절남, 죄와길 등 여러 특집들을 무사히 치러냈다. 그리고 2010년 3월 하하가 복귀하면서 <무한도전>은 다시 7인체제가 됐다.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 길로 이어진 약 4년 간의 7인 체제는 <무한도전>의 전성기였다. 비록 천안함 사태와 방송사 파업으로 몇몇 기획이 미뤄지거나 취소됐지만 정형돈은 프로레슬링 특집과 시크릿바캉스 특집을 통해 일약 <무한도전>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올랐다. '바람났어', '순정마초', '압구정날라리','말하는 대로', 흔들어 주세요'같은 명곡(?)들이 쏟아져 나온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도 2011년 초여름에 열렸다. 

길-노홍철의 음주운전과 정형돈의 불안장애, 흔들린 <무한도전>

무한도전은 6번째 멤버 광희를 선발하기 위해 무려 6주의 시간 동안 '식스맨 특집'을 방송했다. ⓒ MBC 화면캡처


2012년 MBC의 장기파업으로 6개월 가까이 방송이 되지 못한 <무한도전>은 외주 제작설과 폐지설 등에 시달리다가 2012년 7월 파업 잠정 중단과 함께 방송을 재개했다. <무한도전>은 파업 종료 후 이나영이 출연했던 개그학개론과 진지한 뮤지션이었던 조정치와 김범수를 일약 예능인으로 만든 '못친소(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 특집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13년 뮤지컬 형식으로 제작한 '무한상사'도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잡으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무사히 방송을 이어가던 <무한도전>은 2014년 길과 노홍철이 나란히 음주운전으로 하차하면서 또 한 번 큰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연말 '토토가'의 대박으로 토요 예능 왕좌를 지킬 수 있었지만 팀을 나눠 미션을 수행하거나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은 <무한도전>에서 5인 체제는 여러모로 제약이 많았다. 결국 <무한도전>은 2015년 3월 길과 노홍철을 대신할 6번째 멤버를 구하기 위한 '식스맨 프로젝트'를 열었다.

전진과 길의 경우에서처럼 제작진에서 일방적으로 새 멤버를 구할 경우 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제작진에서는 공개적으로 무려 6주를 할애해 새 멤버 황광희를 뽑았다. 물론 누가 새 멤버로 선정됐어도 부정적인 반응은 당연히 있었겠지만 황광희 역시 아이돌 그룹 멤버 출신에다가 군입대가 얼마 남지 않은 20대 후반이라는 이유로 부정적인 반응이 적지 않았다.

황광희는 많은 우려 속에서도 형들을 잘 따르며 <무한도전>의 새 멤버로 무난하게 적응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5년11월 원년 멤버 정형돈이 불안장애를 이유로 <무한도전>을 포함한 모든 방송에서 하차를 선언했다. 7인 체제로 4년을 이끌어 오다가 2명이 차례로 빠져 나간 후 간신히 6번째 멤버를 찾은 <무한도전>이 다시 5인체제로 돌아간 것이다. 정형돈의 갑작스런 하차는 <무한도전>의 시즌제 변경 혹은 종영이 멀지 않았음을 예고하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2018년 봄 개편과 함께 13년 만에 시청자들을 떠나는 국민예능

무한도전의 마지막회는 시청자들의 예상보다 훨씬 담백하고 차분하게 진행됐다. ⓒ MBC 화면캡처


정형돈 하차 후 한동안 5인 체제로 진행되던 <무한도전>은 2016년 4월 개그맨 양세형이 장기 게스트로 고정 출연하며 사실상 6인 체제를 완성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 멤버 구성이 오래 가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막내 황광희가 군복무를 위해 입대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2017년 3월 황광희가 입대하면서 또 한 번 5인 체제가 됐고 <무한도전>은 4주 연속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슬럼프에 빠졌다.

2017년 9월 MBC의 장기파업으로 <무한도전>은 다시 두 달 넘게 결방했고 파업 종료 후 6번째 멤버로 조세호가 합류했다. <무한도전>은 조세호 합류 후 수능 특집과 파퀴아오 특집, 토토가3 등이 호평을 받았지만 MBC에서 예능 프로그램의 시즌제 도입을 발표하면서 <무한도전>도 종영이 결정됐다. 김태호 PD는 요란한 종영보다는 기존의 '보고 싶다 친구야' 특집을 마무리하고 멤버들이 스튜디오에서 조용히 끝인사를 하는 선에서 담백하게 13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무한도전>은 1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답게 엄청난 규모의 열성팬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만큼 멤버 교체 등 프로그램의 방향에 변화가 생길 때마다 지나친 간섭을 했고 이 때문에 일반 시청자들로부터 '시어머니'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무한도전>이 매년 달력 판매 등을 통해 큰 규모의 기부와 선행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도 <무한도전>을 아끼는 열성팬들의 서포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오는 4월 7일부터는 토요일 오후 6시 20분에 <무한도전>이 방송되지 않는다. 일시적인 결방이 아닌 공식적인 종영이다. 물론 시청자들은 '무한도전'을 시청하는 시간에 다른 즐거움을 찾겠지만 <무한도전>이 대한민국 예능에 남기고 간 짙은 그림자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프리랜서 작가 김성원이 <무한도전>에 출연해 던졌던 "대한민국 예능은 무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했던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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