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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김은정, '팀 킴'의 두 언니는 개명을 생각했었다

여자 컬링팀, 은메달 거머쥐며 평창올림픽 마무리... "아직 핸드폰 못 받았다" 웃음

18.02.25 14:02최종업데이트18.02.2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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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하해요' 먼저 손 내민 '안경 선배'25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여자 컬링 한국과 스웨덴 결승전에서 3대 8로 점수차가 벌어져 남은 경기를 포기한 한국선수들이 스웨덴 선수들의 승리를 인정하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 있다.ⓒ 이희훈


▲ 힘겨운 결승전, 서로 격려하는 '팀 킴'25일 오전 스웨덴과 힘겨운 결승전을 치른 여자 컬링 선수들이 서로를 감싸주고 있다.ⓒ 이희훈


9엔드 종료 후 다섯 점의 점수 차(3-8). 아직 10엔드가 남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상대에게 악수를 건넸다. 승복의 의미였다. 스웨덴이 금메달, 한국이 은메달을 확정짓는 순간이었다. 한국 여자 컬링팀은 평창동계올림픽 마지막 날인 25일, 이렇게 대회를 마무리지었다(관련기사 : 만화 같았던 여자 컬링, 볼모지에서 거둔 은빛 해피엔딩).

한국의 패배에도 홈 관중들은 모두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동계스포츠, 특히 컬링에 척박한 땅이었던 한국에서 3주 가까이 기쁨과 눈물의 의미를 선사한 데 대한 보답이었다.

선수들의 표정엔 아쉬움이 드러났다. 하지만 미소를 잃진 않았다. 뒤늦게 쏟아진 눈물에도 서로를 위로하며 관중들에 손 인사를 건넸다. 동생 김경애가 눈가를 닦아내자 언니 김은정이 가서 어깨를 토닥였다. 피터 갤런트 코치는 선수 한 명 한 명을 껴안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선수들은 손을 잡고 관중석으로 다가가 큰 소리로 "감사합니다!"를 외친 후 고개를 숙였다.

이날 결승 상대인 스웨덴은 흠잡을 데 없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샷 정확도가 92%에 이르러 전체 경기 정확도 84%를 훌쩍 상회했다. 특히 스웨덴의 리드인 소피아 마베리스의 이날 샷 정확도는 100%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의 이날 샷 정확도는 81%로 전체 경기 정확도 80%보다 좋았지만, 스웨덴의 경기력으로 빛을 발하고 말았다.

▲ 은메달 딴 '안경 선배' 김은정컬링팀 김은정 선수가 25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시상식 후 은메달을 보여주며 활짝 웃고 있다.ⓒ 이희훈


스킵 김은정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결승 상대였던 스웨덴은 마지막 게임에서 너무나도 완벽한 경기를 보여줬다"라며 "높은 자리에 올라갈 만큼의 충분한 샷을 보여줬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은정은 "2, 3엔드가 진행되면서 저희가 찬스를 많이 못 살린 게 문제였던 것 같다"라며 "저희가 타이트하게 게임을 이끌었다면 공격적인 샷도 할 수 있고, 스웨덴도 공격적으로 들어왔겠지만 초반에 실점하면서 스웨덴이 방어적으로 게임을 진행했다"라고 패인을 분석했다. 김민정 감독은 "스웨덴이 워낙 실수 없이 잘했다"라며 "저희가 약간의 실수로 결과가 조금 달라지게 된 부분은 아쉽지만 그래도 괜찮은 경기였다고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아직 핸드폰 못 받아, 인터넷 켜봐야겠어요"

여자 컬링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왼쪽부터) 김선영, 김초희, 김경애, 김영미, 김은정 선수가 25일 오후 강원도 강릉 컬링센터에서 경기후 기자회견을 마치고 메달을 들고 있다.ⓒ 이희훈


▲ 모두가 기쁜 컬링 시상대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 여자 컬링팀 김은정,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김초희. 선수가 25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딴 스웨덴, 동메달을 딴 일본팀 선수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희훈


김은정은 "우리나라 역사상 (컬링) 첫 메달이고, 은메달을 획득했기 때문에 영광스럽다"라며 "여기까지 오는 데 많은 힘든 일도 있었고, 저희끼리 똘똘 뭉친 일도 있었다. 저희 팀을 믿어주시고 이끌어주신 김경두 교수님과 경북체육회 분들이 계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은정은 "그동안 (여러 대회의) 결승에서 많이 졌었다. 제가 김은정이라 맨날 은메달만 따는 것 같아 김금정으로 개명해야 하나 생각했을 정도였다"라며 그 동안 힘들었던 시간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팀은 휴대폰, 인터넷, TV를 끊으며 오직 경기에만 집중했다. 그래서인지 한국은 '팀 킴'으로 들썩이고 있지만, 아직 선수들은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김영미는 "아직 감독님한테 휴대폰을 받지 못했다"라고 웃으며 "자원봉사자 분들이나 관중 분들께서 많이 응원해주셔서 '조금이나마 컬링이 알려졌구나' 그 정도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은정도 "저도 핸드폰을 못 받아 영미와 똑같은 상황이다"라며 "(하지만) 첫 경기 때와 결승전 할 때 호응의 느낌이 확실히 달라진 걸 느끼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얼마나 유명해졌는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응원한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시고, 쪽지와 선물도 많이 주시는 게 너무 감사하다"라며 "한국 컬링을 이만큼 지켜봐주신 분들이 많아졌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큰 행복이다. 빨리 인터넷을 켜봐야 겠다"라고 덧붙였다.

▲ 은메달 깨무는 김영미컬링팀 김영미 선수가 25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시상식 후 은메달을 깨물어 보이고 있다.ⓒ 이희훈


이날 김영미는 팀 킴이 만들어진 영화 같은 이야기를 설명하기도 했다.

"제가 고1 때 의성에 컬링장이 생겼어요. 체육시간에 체험학습을 나갔죠. 은정이가 컬링을 하고 싶었는데 선생님에게 찾아가니 한 명을 더 데려오라고 했대요. 은정이가 '같이 할래'라고 쪽지를 줘서, 제가 '그래' 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 후에 스포츠클럽 대회가 있었는데 제가 장비를 두고 온 게 있어서 동생(김경애)에게 부탁해 동생이 그걸 가져다줬어요. 근데 당시 저희 고등학교 감독님이 여자 중등부도 만들고자 하셔서 동생 보고 또 친구 세 명을 데리러 오라고 했어요. 그때 동생 학년에 총 세 반이 있었는데 모두 돌아다니며 칠판에 컬링 할 사람을 모집했나 봐요. 그래서 선영이가 같이 하게 됐어요."

최근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이름이 된 '영미'의 주인공이기도 한 김영미는 "제 이름은 할아버지께서 직접 지어주셨는데, 조금 옛날 이름이라 솔직히 마음에 안 들었었다"라며 "그래서 개명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는데 이번에 관중 분들이 제 이름도 많이 불러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개명할 생각 없이 제 이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살아갈 것 같다"라고 웃음을 내보였다.

의성여고 체육관에서 열린 컬링 여자팀 4강 경기 응원전에서 의성여고 학생들이 '선배님들 금매달 가즈아', '영미', 선미' 등의 피켓을 흔들고 있다.ⓒ 조정훈


"금메달 가즈~~아!!!". 평창올림필 여자 컬링 결승경기가 열린 25일 오전 경북 의성실내체육관에 모인 700여 명의 군민들은 스웨덴을 꺾고 금메달을 따기를 기원하며 응원전을펼쳤다.ⓒ 조정훈


한편 팀 킴의 고향인 의성은 이번 올림픽 내내 컬링으로 들썩였다. 의성군민들은 결승전이 진행된 이날도 의성실내체육관에 모여 열띤 응원전을 선보였다(관련기사 : "영미들, 자랑스럽다"... 끝내 울어버린 의성사람들). 김선영은 "평소에도 의성 분들이 많은 응원을 보내주셨다. 이번에 더더욱 많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라며 "앞으로도 열심히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라고 감사함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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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이희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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