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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보단 아쉽지만, '놀란'이니까 다시 볼 수밖에 없는 영화

[오래된 리뷰 119]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인터스텔라>(2014)

18.01.26 18:09최종업데이트18.01.2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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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너브라더스코리아


10년 전, 영화 <다크나이트>(2008)부터였던 것 같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에게 무엇인가 던져줄 거라고 생각했던 게 말이다. 2년 뒤 개봉한 영화 <인셉션>(2010)은 그 기대에 부합하는 최상의 작품이었다. 사실 놀란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영화 <메멘토>(2000)부터, 우린 늘 기대했고 놀란은 항상 기대에 부응했다고 보는 게 맞다.

2017년 최고의 영화 중 하나라 할 만한 <덩케르크>로 부활하기까지, 놀란에겐 사실상 여러 부침이 있었다. 그가 연출하지는 않았지만 기획하고 제작했던 영화들이 흥행과 비평에서 쓴맛을 봤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그가 연출한 영화 <인터스텔라>(2014)도 포함된다. 우리나라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이 영화는 왜 놀란의 '흑역사'일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놀란이라면'에 부합하지 못한 흥행과 비평 성적을 거두었다. 북미에서는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고 그나마 월드와이드 흥행이 잘 되었다. 영화는 놀란의 엄청난 필모에 비해 명백한 '평작'이다. 그럼에도 <인터스텔라>를 다시금 들여다보는 이유는, 영화가 던지는 이야기들 때문이다. 우리는 이 영화를 가지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줄거리를 알 필요가 있다.

실현 가능한 최신·최고의 우주적 상상력

ⓒ 워너브라더스코리아


20세기에 저지른 잘못으로 모든 게 무너진, 머지 않은 미래에 인류는 끝없이 불어닥치는 먼지와 식량 고갈로 앞날이 캄캄하다. 아들 딸과 함께 옥수수밭을 일구며 농부로 살아가는 전직 NASA 연구원 쿠퍼(매튜 매커너히 분)는 집에서 일어난 초자연적인 일이 중력에 의한 좌표를 말하는 걸 알고 그곳을 찾아간다. 알고 보니, 그곳은 극비로 운영되고 있는 NASA였다.

NASA는 다목적 우주선 인듀어런스 호를 만들어 지구를 떠나 '새집'을 찾기 위한 마지막 탐험을 준비하고 있다. 쿠퍼는 모두를 뒤로 하고 막중한 임무를 받아들인다. 그들은 48년 전에 생겨난 웜홀을 통해 다른 은하계로 가고자 한다. NASA는 이미 여러 행성에 여러 탐험대를 내보냈고 이번 탐험으로 그들 중 몇몇을 구출하며 그들에게서 행성의 정보를 얻어 '새 집' 여부를 판단하고자 한다.

성공적으로 떠나는 탐험대 겸 구출대, 여지없이 실패를 맛보며 대원 중 한 명을 잃고 아무런 소득 없이 지구 시간으로 20년 넘게 써버리는 불상사도 겪지만 굴하지 않고 전진한다. 결국 성공에 가까워지지만, 뜻하지 않은 거대한 비밀 또는 거짓말을 알게 된다. 그들은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까, 지구는 여전히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인가.

영화는 실현 가능한 최신·최고의 이론을 바탕으로 상상 그대로의 우주를 스크린으로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3시간 가까이 다른 무엇도 아닌 그 신세계들만 감상해도 충분할 정도이다. 이 영화를 앞뒤로 1년의 차이를 두고 찾아온 <그래비티>와 <마션>을 훨씬 뛰어넘는 압도적 고증과 상상력이다.

압도적인 반쪽 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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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은 <인터스텔라>로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말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그 중심엔 다른 누구도 무엇도 아닌 '인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볼 거리와 감상할 거리보다 생각할 거리가 많았으면 했을 텐데, 보는 이로 하여금 과학적으로 단련된 상상력의 구현과 함께 그와는 굉장히 거리가 멀어보이는 사랑과 가족애가 돋보였다.

영화는 현재까지 물리학, 그중에서도 우주론에 입각해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들이 다수 나온다. 인듀어런스호가 웜홀 입구로 가기 위해 화성 주변에서 화성의 중력을 이용하는 건 '중력기둥'이라 한다. 인듀어런스호가 계속 회전하는 이유는 '등가원리' 때문이다. 이것을 활용하면 인위적인 중력을 만들 수 있어 불편함 없이 우주선 생활이 가능하다. 그리고 '블랙홀과 웜홀'이 있다.

<인터스텔라>는 블랙홀의 '중력렌즈' 효과, 즉 블랙홀을 원반층이 적도를 가로지르고 있고 블랙홀 주면으로 고리 모양의 층이 보이는 모습을 최초로 묘사했다. 웜홀을 이용한 시간여행이야말로 이 영화의 백미인데, 영화의 감수를 본 세계적인 학자 킵 손은 웜홀의 입구를 광속으로 운동시킬 수 있다면 시간여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영화는 그의 주장에 입각해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이 놀랍도록 비영화적인 이론에 놀란의 상상력이 입혀지니 경이롭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장면들이 압도한다. 그런데, 거기에 '사랑'이라는 옷을 입히니 많이 어설퍼 보인다. 아니, 사랑이라는 건 옷 따위가 아닌 결정체이니 '과학'의 옷을 입히고자 했다는 게 맞다. 하지만 과학이 쏘아보낸 강렬함이 눈길을 모조리 뺏아가 버리니 사랑의 위대함이 오히려 묻혀버리고 만 것이다.

영화는 그렇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한 마리 토끼만 그것도 의도치 않은 토끼만 잡은 셈이 되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사실상 반쪽 짜리, 아니 반쪽도 못 되는 정도이지만, 그 반쪽 짜리가 엄청난 힘을 발휘했기에 이 정도 대접(?)을 받는 것이다. 적어도 그 힘과 영향력에 대해선 이의가 없다.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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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다시 '놀란'이다. 사실 이 영화에서 놀란이 설 자리는, 놀란의 전후 작품들보다 훨씬 적다. 경이로운 볼 거리에 압도 당하고, 블랙홀과 웜홀 등에 관한 과학적 논란에 흥미를 빼앗기고, 점점 사랑의 산으로 향하는 영화를 향한 호불호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이 영화만큼은 귀결점이 놀란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다른 누구도 아닌 놀란의 영화에서 놀란을 빼놓을 순 없다. 놀란의 생각과 의도를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건 큰 차이다. 그의 필모와 인터뷰를 살펴 봤을 때, '인간'에 대해 말하고자 했던 것 같다. 결국 과학도 사랑도 모두 인간에 의해 행해지는 것이리라. 쿠퍼가 NASA에 가게 되어 우주 저 멀리까지 가게 된 것도 결국 알 수 없는 '그들'이 아닌 생생하게 살아 있는 '그' 때문이지 않은가.

문제는, 우주를 은하계를 심지어 시간을 관통하고 관장까지 하게된 인간의 중심성이 과도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안으로 안으로 들어간 <인셉션>과 달리 밖으로 밖으로 나간 <인터스텔라>의 성향과 맞지 않았을지도. 과도해서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것인지, 아무도 알아채려 하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 부분에서 놀란은 실패했다. 그럼에도 다시금 '인간'에 천착한 놀란은 <덩케르크>로 성공과 부활을 만끽했다.

그의 차기작도 인간에 천착할 것은 명약관화이다. 그가 다시금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또 다른 <다크나이트>를 보고 싶다고 하면 너무 큰 바람일까. 내러티브와 스타일에 매몰되지 않고 완전히 장악한 그의 면모를 말이다. 기대는 기대를 낳고 실망은 실망을 낳지 않는 법. 크리스토퍼 놀란을 향한 기대는 영원할 듯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ingenv.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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