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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속 연희는 가공의 인물이 아니다

영화 속 연희를 보며, 1991년 성균관대생 김귀정을 떠올리다

18.01.09 15:46최종업데이트18.01.1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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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1987 스틸컷영화 1987 연희 스틸컷ⓒ 영화 1987 공식 제공


영화 <1987>은 30년 전 대통령직선제 투쟁의 시발점이 된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으로 시작된다. 전두환 독재정권의 정권연장 음모가 한창이던 암혹했던 그 시절, 서울대생 박종철은 우리가 아는 것처럼 남영동에서 물고문을 당하다가 생을 달리해야 했다.

부모는 아들을 잃은 사실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장례를 치러야 했다. 영화 <1987>의 표현을 빌려오면, 군사정권이 '관례대로' 처리하려던 사건은 기어이 세상으로 나왔고 군사정권이 빼앚아 간 젊은 생명에 시민들은 분노했다. 그리고 광장으로 거리로 나와 정권퇴진과 대통령 직선제를 외쳤다.

그 외침 속에는 연대생 이한열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다니던 학교 정문 앞에서 강제로 차출되었을, 그 또래의 전투경찰들이 쏜 최루탄에 맞아 사망했다. 비극은 이어졌고 민심은 폭발했다.

영화 <1987>은 30년만에 이 이야기를 상업영화로 만들었다. 우리는 사실 내용을 다 알고 극장에 가서 <1987>을 본다. 다 알고 본 영화는 생각 이상으로 감동적이다. 그렇다면 이한열이 죽은 이후 세상은 좋아졌을까? 아니 1987년 이후의 대한민국은 좋아졌을까?

우리가 알고 있듯이 1987년 이후의 시간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았다. 이미 다 알고 경험한 것처럼 대한민국은 1987년 6.10항쟁으로 대통령직선제를 쟁취했다. 군사정권을 끝낼 수 있다는 희망과 우리 손으로 대통령을 뽑는다는 기쁨도 있었다.

하지만 야권의 양김(김영삼, 김대중)은 분열했고 전두환의 생각대로 그의 평생친구 노태우에게 정권이 돌아갔다. 박종철, 이한열의 죽음이 허망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군사정권이 연장된 뒤 정권이 바뀌었고 전두환이 5공 청문회에 불려 나왔지만 요식행위였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여전히 봄은 오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권력과 가진 것에 집착했고 양보는 없었다. 덕분에 폭압의 시대는 이어졌다.

▲ 김귀정김귀정 (당시 26세)ⓒ 김귀정추모사업회


그리고 그 폭압의 시대에도 영화 속 가공의 여주인공 연희는 있었다. 아니 사실은 영화 속 연희처럼 맑고 예쁜 성균관대생 김귀정이 있었다. 김귀정은 1991년 5월 25일 '폭력살인 민생파탄 노태우정권 퇴진을 위한 3차 국민대회'에서 사복체포조(백골단)를 피하려다 시위대와 함께 퇴계로 3가 대한극장 건너편으로 향했고 막다른 골목에서 최루탄 세례와 무차별 구타 속에 압박 질식사하였다.

그녀의 나이 당시 26세였다. '보통사람의 시대'라고 했지만 이어진 군사정권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아니 더 잔인하고 폭력적이었다. 당시 정권은 그녀의 시신을 3차례나 탈취하려고 했고 시민들은 15일이나 그녀의 시신을 지켜야 했다. 분열의 대가는 그처럼 아프고 슬펐다.

영화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1987년을 치열하게 살다간 사람들에게 빚진 사람들임을 말한다. 그리고 이제 촛불혁명으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가 1987년 6.10항쟁을 완성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박종철, 이한열을 잃고 우리는 분노했지만 그 시간 이후에도 우리는 강경대, 김귀정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목격해야 했다. 또 무능하고 부패한 박근혜정권 시절에는 꽃 같은 아이들과 농민 백남기를 떠나보내야했다. 그래서 1987년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우리는 박종철과 이한열 그리고 김귀정을 온전히 떠나 보내지 못하고 있다. 영화 속 연희는 가공의 인물이 아니다. 그 시절 수 많은 연희들이 있었다. 그리고 김귀정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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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쵸코파이와 부라보콘과 함께 태어나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남중,남고를 나와 90년대 학번으로 IMF를 온몸으로 느끼며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20년 동안 광고기획자로 살다가 최근 글쓰기를 다시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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