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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3부작 '히어로즈'... 40년 전 나온 데이비드 보위의 걸작

어느덧 40년... 도전과 실험이 가득했던 걸작 앨범

17.10.28 18:26최종업데이트17.10.2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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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의 걸작 <히어로즈(Heroes)>가 발매 40주년을 맞았다. 1977년 10월 14일에 발매된 이 앨범은 '베를린 3부작'으로 불리는 <로(Low)>, <로저(Lodger)>와 더불어 반드시 들어봐야 할 앨범으로 손꼽힌다.

지난 9월에 발매된 박스세트 <어 뉴 커리어 인 어 뉴 타운> ⓒ www.davidbowie.com


40주년을 2주 앞둔 9월에는 1977년부터 1982년까지의 기록이 담긴 박스세트 <어 뉴 커리어 인 어 뉴 타운(A New Career In A New Town)>이 발매되었다. 베를린 3부작이 포함된 이 박스세트에는 오랜 동료인 토니 비스콘티(Tony Visconti)가 새롭게 리믹스한 2017년 버전의 <로저>, 독일과 프랑스 싱글 버전을 수록한 <히어로즈> EP가 포함되어 화제를 모았다. 또한, <히어로즈>는 7인치 픽처 디스크도 발매되었다.

<히어로즈> 픽처 디스크 ⓒ www.davidbowie.com


베를린 3부작의 시작

1975년 <스테이션 투 스테이션(Station To Station)>을 제작할 당시 보위는 매우 위태로워 보였다. 음악적 영감은 넘쳤으나 약물 문제에서 비롯된 위험한 발언과 행동으로 구설에 올랐다. 자신을 이대로 내버려 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보위는 계속 관심을 가졌던 신성한 도시 베를린을 새로운 거처로 점찍었다.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다닐 수 있던 베를린은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기에 더없이 완벽한 장소였다. 10대 시절 독일 표현주의에 매료되었던 보위는 화파 브뤼케, 연출가 막스 라인하르트(Max Reinhardt),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그리고 영화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등을 통해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잡기도 했다. 독일 일렉트로닉 그룹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가 1974년에 발표한 앨범 <아우토반(Autobahn)>은 강한 음악적 영감을 주었다.

여러모로 지쳐있던 보위는 <로>를 작업하면서 몇 년 만에 삶의 기쁨과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종종 컨디션 난조를 보이긴 했으나 앨범을 제작하는 과정은 수월했다. 명곡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운드 앤 비전(Sound and Vision), <바르샤바(Warszawa)> 등이 이 앨범을 통해 공개됐다. 베를린에 정착하면서 조금씩 활력을 되찾은 보위는 얼마 뒤 후속 앨범 <히어로즈>의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영적인 노랫말, 도전과 실험이 가득했던 걸작 <히어로즈>

앨범 <히어로즈>의 작업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됐다. <로>, <히어로즈> 작업과 더불어 이기 팝(Iggy Pop)의 걸작 <이디엇(The Idiot)>, <러스트 포 라이프(Lust for Life)>에 참여했던 보위는 기존보다 훨씬 간결하고 즉흥적인 레코딩 방식을 익혔다. 그 덕분에 보컬은 대부분 원 테이크로 끝났고 격정적인 <조 더 라이온(Joe The Lion)>의 경우 노래를 하며 곡을 완성해갔다.

올해로 발매 40주년을 맞은 걸작 <히어로즈> ⓒ www.davidbowie.com


당시 왕성하게 활동 중이던 뮤지션들과의 협력도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켰다. 함께 새로운 세계를 탐구했던 브라이언 이노(Brian Eno)는 전작 <로>에 이어 <히어로즈>에도 참여했으며 킹 크림슨(King Crimson)을 이끌었던 완고한 혁명가 로버트 프립(Robert Fripp)이 새롭게 합류했다. 로버트는 스튜디오에 도착하자마자 톱 트랙 <뷰티 앤 더 비스트(Beauty and the Beast)>에서 독보적인 연주와 사운드를 선사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로큰롤, 일렉트로닉의 변화무쌍한 결합을 만들어내며 약물 문제로 혼란스러웠던 시절을 돌아보는 놀라운 곡이다. 

당시 크게 히트하지 못했으나 가장 폭넓게 사랑받은 곡으로 기억되는 <히어로즈>는 심플한 코드와 깊이를 더한 보컬, 견고한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프로듀서 토니 비스콘티가 베를린 장벽에서 여자친구와 포옹하는 모습을 보며 영감을 얻은 이 곡은 공연에서 빠질 수 없는 아주 중요한 레퍼토리가 되었으며, 보위가 죽은 뒤 다시 영국 차트 12위에 오르기도 했다. <히어로즈>란 제목은 독일 크라우트록 듀오 노이!(Neu!)의 곡 <히어로(Hero)>를 참고했다.

앨범 제작 전에 작곡한 유일한 곡 <선스 오브 더 사일런트 에이지(Sons Of The Silent Age)>는 과거의 보위와 가장 흡사한 사운드며 <블랙아웃(Blackout)>은 매우 혼란스러우면서도 흥미진진하다. 

신비한 연주곡들 중심으로 구성된 후반부는 파격 그 자체로 소속사와 평단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시도한 실험의 결과가 실로 경이롭다. 크라프트베르크의 플로리안 슈나이더(Florian Schneider)에게 헌정한 <V-2 슈나이더(V-2 Schneider>부터 확신에 차 보이는 연주를 선사한다. 참고로 보위는 치밀한 준비를 통해 스튜디오에 가기 전에 모든 준비를 마쳤던 크라프트베르크와 달리 스튜디오에서 자연스럽게 곡을 완성해갔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었으며 뭔가를 마무리하는 것에 연연하지 않았던 것은 자연스러운 창작으로 연결됐다.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에 빠져들게 되는 <센스 오브 다우트(Sense of Doubt)>, 보위가 일본 전통 현악기 고토를 연주하는 <모스 가든(Moss Garden)>, 터키 이민자 할당 문제를 다룬 어두운 곡으로 보위가 색소폰을 연주한 <노이쾰른(Neuköln)>는 모두 놀랍고 신비하다.

<히어로즈>는 그해 엔엠이(NME)와 멜로디 메이커(Melody Maker)에서 올해의 앨범으로 선정되었다. 이듬해 보위는 <로저>를 발표하며 베를린 3부작을 마무리했다. 누구도 쉽게 그릴 수 없는 미래를 주시한 걸작들을 완성해낸 보위는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베를린 3부작에 대한 변함없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한마디로 보위 아트의 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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