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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데이비드 보위, 여전히 살아있는 그의 음악들

1974년 LA 공연 실황 담은 라이브 앨범 [Cracked Actor] ... 43년 만에 발매

17.08.18 22:01최종업데이트17.08.1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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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5월, 영국 차트 1위에 오른 앨범 [Diamond Dogs]를 발표한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의 투어는 6월부터 시작됐다. 무대 세트에 많은 공을 들였던 이 투어는 그에게 큰 전환점이 되었다. 당시 보위는 약물 문제와 편집증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창작력은 놀라울 정도로 왕성했다. 아울러 글램록에서 소울로 향하는 앨범 [Young Americans]의 녹음, 첫 번째 영화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The Man Who Fell To Earth)>의 촬영을 앞둔 과도기이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Diamond Dogs Tour'는 보위의 첫 공식 라이브 앨범 발매로 이어졌다. [David Live]로 명명된 앨범은 1974년 7월 필라델피아 공연을 수록하여 그해 10월에 발매되었는데, 아주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오리지널 세트 리스트와 다른 곡 배열은 당시 큰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빈약한 사운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주자들이 스튜디오에서 오버 더빙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위는 다소 불안해 보이는 모습이 담긴 앨범 표지도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훗날 "David Live는 데이비드가 살아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할 것 같다"는 씁쓸한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보위의 첫 라이브 앨범 < David Live >. ⓒ Warner(Korea)


43년 만에 처음으로 정식 발매되는 [Cracked Actor]는 지난 4월, 레코드 스토어 데이(Record Store Day)를 위한 LP가 한정 발매된 이후 약 2개월 만에 CD와 음원 발매가 이뤄졌다. 1974년 9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이 공연은 [A Portrait In Flesh]라는 부틀렉으로 유통되어 은밀한 인기를 끌기도 했다. 1975년 BBC1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Cracked Actor' 영상의 정식 발매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Cracked Actor]와 [David Live]는 'Diamond Dogs Tour'를 담아낸 공식 라이브 앨범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수록곡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두 앨범은 서로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새로운 연주자들이다. 기타리스트 카를로스 알로마(Carlos Alomar), 베이시스트 더그 라우(Doug Rauch), 드러머 그렉 에리코(Greg Errico)는 신선한 에너지와 빼어난 연주력으로 꽉 찬 사운드를 선사한다. 백업 보컬로 루더 밴드로스(Luther Vandross)와 로빈 클락(Robin Clark)을 영입한 것도 탁월한 선택이다.

보위의 오랜 파트너였던 토니 비스콘티(Tony Visconti)는 2개월간의 작업을 통해 43년 전 공연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 생생하고 선명한 사운드를 완성해냈다. 역동적인 오프닝 트랙 '1984'는 이 앨범을 들어야 할 이유를 충분히 설명한다. 'Rebel Rebel', 'Moonage Daydream', 'Changes' 등이 연주되는 초반부부터 보위는 특유의 매혹적인 음색으로 그 시절의 뒤틀린 낭만을 상기시키며 왠지 모를 뭉클함을 자아낸다.

< Cracked Actor > 앨범 커버. ⓒ Warner(Korea)


싱글 발표 6년 만에 영국 차트 1위로 역주행하게 되는 'Space Oddity', 보위의 명곡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All The Young Dudes'를 관객들의 환호가 적절히 섞인 완벽한 라이브로 만나게 된 것 또한 황홀한 경험이다. 히트곡 'The Jean Genie'가 남긴 깊은 여운, [David Live]에서 만날 수 없었던 'It's Gonna Be Me', 'John, I'm Only Dancing (Again)'도 놓칠 수 없는 순간으로 기억된다.

[Cracked Actor]는 지금까지 발매된 정규 라이브 앨범의 완성도를 훌쩍 뛰어넘는다. 어디선가 새로운 탐험을 시작한 것 같은 보위가 그리워지면 당분간 이 앨범을 곁에 둘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앞서 발매된 [Live Santa Monica '72]와 함께 가장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멋진 라이브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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