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VAR, 단비만큼 기다렸던 인천 유나이티드의 홈 첫 승

[2017 K리그 클래식 18R] 인천 유나이티드 1-0 광주 FC

17.07.02 15:32최종업데이트17.07.02 15:32
원고료로 응원

88분, 웨슬리의 헤더 추가골이 광주 골키퍼 윤평국의 키를 넘어갔지만 VAR(비디오판독심판)에 의해 오프 사이드 판정이 내려졌다. ⓒ 심재철


4386명 인천 홈팬들은 좀처럼 경기장을 떠나지 못할 정도로 승리의 여운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만큼 간절했던 홈 경기 첫 승리 소식이었던 것이다. 시즌 개막 후 4개월이 거의 다 지나도록 홈팬들과 함께 승리의 만세삼창을 즐기지 못했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감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그 순간을 믿고 기다린 홈팬들에게 약속을 지켰다. 하늘에서 단비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이기형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일 오후 7시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7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 광주 FC와의 홈 경기에서 85분에 만든 김용환의 짜릿한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겨 같은 시각 강원 FC에게 덜미를 잡힌 대구 FC까지 밀어내고 10위에 올라섰다.

VAR, 관중들을 더 몰입하게 만들다

장맛비가 시작된 7월의 첫 날 저녁 인천 홈팬들은 비보다 더 기다린 것이 있었다. 바로 홈 경기 첫 승리 소식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6월까지 FA(축구협회)컵 대회 1경기(4월 19일, vs 수원 블루윙즈)까지 포함해서 모두 8게임을 홈팬들 앞에서 치렀지만 단 1경기도 이기지 못하고 3무 5패(6득점 14실점)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내놓고 말았기 때문에 여느 시즌보다 더 승리가 간절했던 것이다.

마침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적용되는 첫 경기여서 그동안 오심으로 인해 승리의 기회를 날렸다고 주장할만한 경기가 몇 차례 있었기에 선수들이나 홈팬들이나 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 시작 후 32분만에 첫 VAR(비디오 판정 심판) 판독이 시행됐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역습 상황에서 발 빠른 날개공격수 김용환이 광주 FC 수비수 박동진을 뿌리치고 달려나가는 순간 팔에 맞고 그대로 쓰러져 김종혁 주심이 노란 딱지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박동진의 고의적인 팔 내밀기 반칙이 없었다면 김용환이 곧바로 상대 골키퍼와 1:1로 맞설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VAR 시스템을 활용하여 퇴장성 반칙인가, 경고에 그쳐도 되는가를 요청한 것이다. 판독 결과는 김종혁 주심의 경고 판정이 그대로 유효하다고 나왔다.

인천 유나이티드로서는 조금 억울한 순간이기도 했지만 규정대로 받아들여야 했다. 그리고 88분에 또 한 번 VAR이 필요한 순간이 만들어졌다. 인천 유나이티드 최종환이 오른발로 차 올린 프리킥을 골잡이 웨슬리가 빠져들어가며 헤더로 골을 성공시켰다. 제1부심의 깃발도 올라가지 않았기 때문에 웨슬리와 동료들은 2-0 추가골의 기쁨을 골문 바로 뒤 홈팬들과 나눴다.

하지만 경기장은 곧 조용해졌다. 웨슬리가 헤더를 성공시키기 직전, 최종환의 프리킥이 오른발 끝을 떠나는 순간 그의 위치가 오프 사이드 포지션이었는가를 VAR로 판독하기 위해서였다. 이번에도 인천 홈팬들의 탄식이 터졌고 웨슬리를 비롯한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의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제1부심이 놓친 오프 사이드 판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김용환의 결승골을 돕는 새내기 김진야의 오른쪽 크로스 순간! ⓒ 심재철


이기형 감독, 신의 한 수 적중

그 어느 때보다 승리를 위해 후반전에 집중한 인천 유나이티드는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문선민을 들여보내며 더 날카로운 역습 기회를 만들어내고자 속도를 높였다. 하지만 1경기를 덜 치른 상태로 최하위까지 내려간 광주 FC의 남기일 감독도 인천 유나이티드의 이러한 경기 운영 흐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이기형 감독의 주문이 좀처럼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인천 유나이티드는 광주의 새로운 외국인 공격수 완델손(브라질)의 유연한 몸놀림에 여러 차례 실점 위기를 넘겨야 했다. 6월 28일(수)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어웨이 경기를 통해 K리그 통산 200경기 기록을 만든 수비수 이윤표가 주장 완장까지 차고 나와서 온몸 수비를 해준 덕분에 최근 3경기 무패(2승 1무) 기록을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0-0 점수판의 긴장감이 경기 끝무렵까지 이어지고 있던 83분,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이윤표는 믿기 힘든 분신술을 보여주었다. 광주 FC의 이민기가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막기 위해 호주 출신 인천 수비수 채프만이 먼저 떠올랐지만 공을 걷어내지 못했다. 그 순간 이윤표는 광주의 새 골잡이 완델손을 막아야 했다. 이윤표는 중심을 잃을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지만 앞으로 몸을 내던지며 송승민의 오른발 슛까지 막아낸 것이다. 광주 FC가 얻은 가장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이윤표가 혼자서 막아낸 순간이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인천 유나이티드 벤치에서 큰 결단을 내렸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들여보낸 문선민을 다시 불러들이며 새내기 김진야를 날개 공격수로 내세운 것이다. 결과적으로도 이것이 이기형 감독이 내민 '신의 한 수'가 됐다.

85분, 인천 유나이티드 FC 김용환의 왼발 슛이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가는 순간! ⓒ 심재철


김진야는 딱 1분만에 놀라운 스피드를 자랑하며 오른쪽 측면을 파고 들어 낮은 크로스를 반대쪽으로 보냈다. 그 앞에도 광주 FC 수비수 두 명이 방해하고 있었지만 소용 없었다. 이 공을 김용환이 잡았다. 그러나 그의 주변에는 무려 네 명의 광주 FC 수비수들이 있었다.

이 순간 보는 이들 모두를 놀라게 하는 김용환의 180도 터닝 드리블 기술이 빛났다. 그리고는 지체없이 왼발 슛을 때려 넣었다. 광주 FC 수비수 4명은 물론 인천 유나이티드 출신 골키퍼 윤평국도 도저히 막아낼 수 없는, 오른쪽 구석으로 정확히 빨려들어가는 짜릿한 결승골이었다.

축구 경기장에서 숫자는 그저 참고용이라는 사실을 인천 유나이티드의 김진야와 김용환이 다시 한 번 입증한 셈이다. 그동안 너무도 간절하게 외치고 싶었던 만세삼창을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단과 팬들은 하나가 되어 하늘을 향해 소리질렀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2017 K리그 클래식 18R 결과(1일 오후 7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1-0 광주 FC [득점 : 김용환(85분,도움-김진야)]

◇ K리그 클래식 하위권 순위표(7월 1일 현재)
7위 FC 서울 17경기 22점 5승 7무 5패 21득점 19실점 +2
8위 상주 상무 17경기 21점 5승 6무 6패 18득점 24실점 -6
9위 전남 드래곤즈 17경기 20점 6승 2무 9패 28득점 28실점 0
10위 인천 유나이티드 FC 18경기 16점 3승 7무 8패 17득점 28실점 -11
11위 대구 FC 18경기 15점 3승 6무 9패 20득점 29실점 -9
12위 광주 FC 17경기 13점 2승 7무 8패 12득점 25실점 -13
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K리그 클래식 김용환 VAR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