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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명에게 사생활 생중계 한 여인, 그 욕망의 끝

[넘버링 무비 9] 작품을 들여다보는 참신한 시선, 그러나 아쉬운 마무리 <더 서클>

17.06.27 11:34최종업데이트17.06.2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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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링 무비는 영화 작품을 단순히 별점이나 평점으로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넘버링 번호 순서대로 제시된 요소들을 통해 영화를 조금 더 깊이, 다양한 시각에서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편집자말]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더 서클>의 메인 포스터. 초반부에 비해 후반부가 아쉽다. ⓒ 메인타이틀픽쳐스


01.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범죄가 일어나기 전 그 범죄를 예측해 범죄자를 사전에 제압하는 최첨단 치안 시스템 프리크라임을 통해 기술의 명암에 관해 이야기했다. 기술의 형태가 조금 달라졌을 뿐, 이 영화 <더 서클> 역시 유사한 지점에 대해 조명한다. SNS(Social Network Service)와 사생활 보호에 관한 이야기. 범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시선과 그 예측이 결코 완벽할 수 없다는 부정적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내용만큼이나 민감한 문제다. 이 문제가 실제 현실 속에서도 자주 다루어지고 있는 만큼 소재의 현실감은 훨씬 더 크다. 그동안 <안녕, 헤이즐>(2014), <아메리칸 셰프>(2015), 최근의 <7번째 내가 죽던 날>(2017) 등의 작품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용도로 SNS가 활용된 것과 달리 기술 그 자체를 조명한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02.
영화는 마을의 작은 수력발전 회사에서 전화상담원으로 일하던 주인공 메이(엠마 왓슨 역)가 대기업 '더 서클'에 다니던 친구 애니(카렌 길런 역)를 통해 같은 회사에 면접의 기회를 얻으면서 시작된다. 전에 다니던 회사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압도적인 기업이라서 그런 걸까? 면접에서조차 평범하지 않은 질문들이 그녀에게 쏟아진다. 표면적으로 그녀는 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와 가정을 돌보기 위해 더 많은 월급을 받는 회사로 이직하고자 하는 것이지만, 사실 영화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이 부분들에는 메이라는 인물의 내재적인 면모들이 숨겨져 있다.

동네 친구인 머서(엘라 콜트레인 역)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필요할 때만 불러 이용하고, 가장 두려운 일이 무엇인지 묻는 면접의 마지막 질문에 잠재력을 썩히는 일이라고 대답하는 모습들. '더 서클'에 입사한 뒤에도 아직은 새내기를 의미하는 송사리에 불과하기에 모든 것들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그녀에게 어떤 욕망이 내재하여 있음을 의미하는 지점들이다. 입사하고 첫 주에 평균 87점밖에 얻지 못했다며 만족하지 못하던 모습 역시 말이다. 이 부분에서 드러나는 메이의 모습들은 영화의 뒷부분에서 그녀가 왜 서클의 핵심 인물이 되고자 하는지를 설명하는 근거가 된다.

<더 서클>의 한 장면. 성공에 대한 욕망은 그녀를 어디로 데려다 놓을까. ⓒ 메인타이틀픽쳐스


03.
물론 메이에게도 처음 접하는 대기업의 생리가 시작부터 그리 만만할 리는 없다. 분명히 오랜 동네 친구였던 머서에게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직접 충고하던 그녀였는데, 회사 직원들은 그녀에게 다가와 회사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우회적으로 표현한다. 그들이 그녀를 그렇게 판단하는 기준은 SNS 활동의 빈도다. 이때부터 메이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마치 자신은 결코 머서와 같은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는 것처럼. 이와 더불어, 그녀는 존재하는 모든 것을 공유하는 투명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회사 대표 에이몬(톰 행크스 역)의 철학에 쉽게 매료된다. 자신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피해를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한 채 말이다. 영화는 이 과정을 통해 '모든 비밀은 거짓이다. (Secrets are lies)'라는 일반화의 오류를 도출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04.
그런 그녀를 이용하고자 하는 에이몬의 계획 속에 메이는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서클을 통해 라이브로 중계하는 일에 자원한다.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고가 영화 속에 등장하지만, 스포일러 상의 문제로 언급하지 않겠다. 전 세계 2억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24시간 자신을 생중계하게 되면서 모두가 주목하는 스타가 되어버리고만 메이.

진짜 문제는 앞서 이야기했던 그녀의 내재적 성향이 이 상황을 기회로 삼아 무엇인가를 이루어보고자 하는 욕망을 움직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제동 장치가 고장 난 것처럼 행동하는 그녀의 모습에 지인들이 만류해보지만 이미 그녀는 너무 깊이 관여하게 되어버린 상태다. 사실 그 이전에 이미 회사의 초기 개발자였던 타이(존 보예가 역)를 통해 회사가 가진 기술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경고받기도 했던 메이다. 결국, 이 내러티브의 끝에는 그녀의 행동이 자신의 결정 때문에 이루어진 것인지, 아니면 외부의 압력이나 강압 때문에 이루어진 것인지에 대한 물음만이 남는다. 친구인 애니의 말을 이해하면서도 심정적으로는 거리를 두는 그녀의 모습에서 어느 정도 그 대답을 유추해 낼 수 있을 것 같지만 말이다.

<더 서클>의 한 장면. 사생활 전부를 공개하게 되는 주인공. ⓒ 메인타이틀픽쳐스


05.
영화는 반짝이던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로 갈수록 평범해진다. 인물들을 활용하는 폭이 급격히 좁아지고, 영화의 결말은 모두가 알 법한 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자신의 행동이 낳은 불행한 결과에서 너무 쉽게 빠져나오는 메이의 모습 또한 선뜻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녀가 성공에 대한 욕망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인간적으로 몰이해한 정도로 그려지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랬다기보다는 상황이 그녀를 그럴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경우라 하겠다. 결과적으로 볼 때,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지점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외부에 자신을 공개하는 일이 개인의 선택과 문화적 흐름 사이에서 어디에 더 치우쳐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를 준다는 것이다. 더불어 머서의 사회성을 지적하던 메이가 또 다른 세상(회사)에서는 사회성이 떨어지는 인물로 그려질 수 있는, 시각의 상대성에 대해서 짚어낸다는 점 역시 생각해 볼 만한 여지를 준다.

06.
후반부의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감독인 제임스 폰솔트 감독이 작품의 주제를 바라보는 시선만큼은 여전히 흥미롭다.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의 심리와 관계를 바라봤던 <스매쉬드>(2012)와 졸업을 앞두고 이제 곧 어른이 되어야 하는 시기의 혼란스러움을 담은 <스펙타큘라 나우>(2013)만큼이나 이번 작품 <더 서클> 역시, 소재의 어떤 지점에서 이야기를 추출하여야 흥미로울 수 있는지 아는 감독이 아닌가 싶다. 그 지점에서 한발 더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이 아쉬움을 남기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조영준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joyjun7)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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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숫자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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