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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 되느니 죽는 게..." 보는 사람도 얼굴이 화끈

[기획] 장애인의 날... 대중문화 속 장애인의 모습은?

17.04.20 19:33최종업데이트17.04.20 19:33
오늘(20일)은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이다. 매년 돌아오는 날이지만 장애인에 대한 차별 또한 나아지지 않았다. 대중문화 속 장애인(캐릭터)들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다뤄지고 있을까. 지난 2016년 4월 20일부터 2017년 4월 20일까지 방송에 등장한 장애인 캐릭터를 분석한 결과 여전히 장애에 대한 혐오 표현을 일삼거나 장애에 대한 이해 없이 캐릭터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잦았다.

예컨대 장애를 비관해 갑자기 자살을 한다든지, 또는 장애가 있지만 천재성을 발휘해 인정받는다든지,(이는 결과적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뭔가 다른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편견을 강화시킨다) 혹은 휠체어를 타고 있지만 그 외에 어떤 소품도 장애인이 사용하는 물건이 아니라든지. 지난 1년 브라운관 속의 이런 무신경함은 차고 넘쳤다. 또한 노래 가사 속 "병신"과 같은 지양해야 할 표현을 공공연하게 사용하는 등의 문제도 여전했다.

[드라마] <디마프> ↑ <당신은 너무합니다> ↓

<에이블뉴스>의 이복남 기자는 MBC <당신은 너무합니다> 속 소품인 등불이 시각장애인이 다루기에는 지나치게 어렵다고 말한다. 장애인에 충분히 고려를 하지 않은 소품이라는 것이다.ⓒ 유지영


장애인 대안 언론 <에이블뉴스>의 이복남 기자는 오랜 시간 대중매체 속에서 장애인들이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를 분석한 전문가다. 그는 20일 <오마이뉴스>에 "대중매체 속에 장애인들이 많이 등장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현실을 제대로 표현했으면 좋겠다"며 "작가나 연출자들이 장애인 캐릭터를 그저 '양념'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 기자는 우선 MBC <당신은 너무합니다> 속 장애인을 등장하는 묘사가 피상적이라고 지적했다. <당신은 너무합니다> 속에 나오는 시각장애인인 이경수(강태오 분)는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데 이 카페 인테리어가 시각장애인이 운영하는 카페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카페에서 소품으로 사용하는 복수의 등불(사진)은 시각장애인이 다루기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는 또 비장애인들과 달리 폴더폰을 쓰는 이경수를 두고 "시각장애인은 스마트폰을 잘 쓰지 못할 거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비단 드라마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통 드라마 속에서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장애인은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인데, 그럼에도 집이나 현관은 모두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휠체어를 그냥 가져다 놓고 촬영하는 거다. 그 사람이 현관문을 어떻게 지나갈 수 있는지 그런 건 전혀 생각도 안 한다. 그 방에 휠체어가 어떻게 들어갈 수 있었을까." (이복남)

백수정 YMCA 어린이영상문화연구회 부회장 또한 <함께걸음>(cowalknews.com)에 장애인에 대한 대중문화 속 묘사는 "10년 전과 그대로"라고 지적했다.

백 부회장은 <함께걸음> 기고문을 통해 "작가들은 장애인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이유를 흔히 '편견을 깨고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울려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힌다. 그렇다면 적어도 KBS <태양의 후예>에서 (전문직으로 등장하는) 표지 수가 업무를 수행할 때 그 일을 처리하기 위해 어떤 지원이 수반돼야 하는지, 어떤 보조기구가 지원돼야 하는지 시청자들이 생각해볼 수 있는 장면과 대사가 포함돼야 한다"고 말한다. 장애인 캐릭터를 드라마 속에 포함할 때는 그에 걸맞은 설정이나 소품까지 세심하게 챙겨야 한다는 말이다.

tvN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배우 조인성은 장애를 가진 서연하 역을 맡아 연기한다. 노희경 작가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나 <괜찮아 사랑이야> 등 자신이 집필한 드라마에서 장애를 가진 캐릭터를 꾸준히 등장시키고 있다.ⓒ tvN


노희경 작가가 쓴 <디어 마이 프렌즈>(2016년 7월 방송)는 비록 방송 초반 "세상에 모든 남자가 되지만, 유부남과 네 삼촌처럼 장애인은 안 된다"는 대사 때문에 장애를 가진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항의를 받았다. 제작진은 시청자들에게 드라마 전개를 계속 봐달라고 당부하는 공식 해명문을 내기도 했다. "사회적인 편견을 가감 없이 보여줘서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맞서 이를 깨는 데 기여하고 싶다." (<디어 마이 프렌즈> 공식 해명문)

이후 이어지는 극에서 장애인으로 나오는 서연하(조인성)와 박완(고현정)의 사랑은 많은 시청자들을 감동하게 했다. 서연하와 박완은 갑자기 장애를 얻어 헤어졌지만, 여전히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던 것. <디어 마이 프렌즈>의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장애인인 서연하가 '주변의 도움 없이 일상 자체가 불가능한 무력한 사람으로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극 중 서연하의 장애는 스펙터클로 쓰이지 않았고 하반신 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처럼 보행 연습을 하는 장면도 현실적으로 그렸다는 평을 얻었다.

[예능] <동상이몽> ↓ <문제적남자> ↑

"차라리 죽는 게 낫지 불구가 되면 어떻게 하느냐."

작년 7월 종영한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의 참가자가 한 말이다. 혹여 장애를 가진 당사자가 이 방송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한 학생이 오토바이를 타고 난폭 운전을 한 장면과 부모가 이를 우려하며 내뱉은 발언이 모두 방송됐다.

이날 <동상이몽> 방송분은 결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넘어가 '권고' 처분을 받게 됐다. <동상이몽> 관계자는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 출석해 "소외 계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언어나 자막이 들어간 부분에 대해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상대적으로 집 밖으로 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장애인들에 TV는 좋은 동반자가 된다. 방송은 불특정 다수를 시청자로 두고 있다. 그만큼 소수자를 생각하는 창작자나 연출자의 윤리가 필요하다.

한편, 지난 10일 <문제적남자>에 나온 원종건씨는 시각 장애를 가진 어머니를 둔 남성이다. 12년 전 <느낌표>에 출연해 각막 이식 수술을 했던 어머니를 언급한 그는 아직도 장애에 대해 많은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는 또 '벙어리장갑'이라는 용어도 바꾸고 싶어 다른 의류 기업과 함께 '벙어리장갑'을 '엄지장갑'이라는 명칭으로 바꾸는 캠페인을 자발적으로 진행했다는 사실도 알렸다. 그의 모습이 그대로 방송에 등장하면서 많은 시청자에 감동을 안겼다.

솔비는 지난 2016년 12월 '손모아장갑'이라는 새 싱글을 발표해 무분별하게 '벙어리장갑'으로 쓰이는 단어의 인식 개선을 주문했다.ⓒ 솔비


가수 솔비도 꾸준히 '벙어리장갑'이 아닌 '손모아장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당사자다. 솔비는 관심을 보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지난 2016년 12월 청각장애인 인식개선 '손모아 프로젝트'를 통해 진행한 신곡 '손모아장갑'을 내기도 했다. '벙어리 장갑'은 청각·언어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꾸준히 관련 시민단체들은 이 단어를 쓰지 말자고 주장한 바 있다. 솔비의 행보는 장애인 차별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는 한 사람만 있어도 많은 사람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좋은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 캐릭터 사용... 보다 신중할 수는 없을까

마블의 새 히어로 <데어데블>은 어린 시절 시력을 잃었지만 다른 감각이 발달해 또 다른 영웅 서사를 만들어낸다.ⓒ 넷플릭스


우리는 다른 장애인 캐릭터를 상상해볼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널리 사랑을 받았던 <굿닥터>의 시온(주원 분)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장애인들은 천재'라는 편견에서 벗어나지 않은 측면이 있지만, 자폐성 장애를 가진 시온을 단순히 천재가 아닌 "동료 의사나 환자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꿈을 이루는 존재"(PD저널, 김세옥 기자)로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높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유명한 미국 드라마 <웨스트윙> 속에 등장하는 청각장애를 가진 여성 조이 바틀렛은 어떨까. 조이 바틀렛을 연기한 마를리 매틀린은 실제 청각 장애인으로, <웨스트윙> 속에서 조이 바틀렛이 가진 청각 장애는 현실적으로 묘사된다. 그는 민주당 계열의 여론조사 전문가로 옆에 동시통역을 하는 비서를 늘 데리고 다닌다. 또 타인의 입술을 통해 어느 정도 말을 읽을 수 있는 설정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디테일은 결국 드라마 전체를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물론 장애를 가진 배우가 나와 연기를 하면 가장 좋겠지만 적어도 장애인 등 소수자를 드라마 속에서 다룰 때 최소한의 취재를 하거나 자문하는 성의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장애인 혐오' 일삼는 인터넷 방송, 제재 방안은?

지난 2월 유튜브 BJ 김윤태씨는 지적 장애인이라 알려진 이 아무개씨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욕을 했고 이 장면은 그대로 그의 유튜브를 구독하는 시청자들에 중계됐다.ⓒ 김윤태유튜브


장애인 비하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받았던 SBS <동상이몽>과 엠넷 <음악의 신>과 달리 상대적으로 처벌 등의 제재가 부족한 개인 인터넷 방송 속에서는 여전히 장애인 차별과 비하가 만연하다.

이른바 스타 BJ들은 공공연하게 "쟤 손가락 없고 그런 장애인 아니지?" "장애인을 지원하는 것은 세금 낭비" "틱 장애 있나 봐" 등의 말을 반복한다. 특히 지난 2월, 4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한 유튜버는 지적 장애인 이아무개씨를 집으로 불러 그의 장애를 비하하는 욕을 했고 그 장면이 유튜브를 통해 그대로 방송돼 사회적 논란이 됐다.

장애인권침해예방센터 등을 비롯한 시민단체에서는 비슷한 일이 반복될 때마다 아프리카TV나 방심위에 시정 조치를 요구하지만 대체로 'O일 방송 정지' 등의 '솜방망이식' 처벌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DC인사이드나 일베, 아프리카TV 등 온라인 장애인 혐오 게시물에 대해 집중 모니터링을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20일 <오마이뉴스>에 "모니터링을 해서 관련 게시물을 발견한다면 삭제하도록 요청하거나 서면으로 의견 진술을 요청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반적인 인터넷 방송 규제에 대해서는 "현재 심의 규정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 신규 영역이므로 법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한계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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