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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볼 수 없는 불치병 소녀, 그녀의 노래는 햇살 같았다

[리뷰]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재개봉 영화 <태양의 노래>

17.03.20 18:33최종업데이트17.03.20 21:56

태양이 지면 태양을 노래하는 해바라기 '카오루'.ⓒ 와이드 릴리즈㈜


10년 전, 국내에서 전국 관객 3만4000명밖에 불러들이지 못한 일본 영화가 지난 16일 재개봉했다. 바로 <태양의 노래>이다.

일본의 유명 싱어송라이터 유이의 영화데뷔작이자 지금까지 그녀의 유일한 영화 출연작이다. 원래 기획 당시에는 1993년에 개봉한 홍콩영화 <신불료정>을 리메이크하려 했으나, 각색의 어려움으로 텐가와 아야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하게 되었다.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의 시나리오를 썼던 반도 켄지가 펜을 들었다.

일본에선 2006년 7월에 개봉했으며, 당시 10억5000만 엔의 흥행기록을 세웠다. 이 영화는 같은 해 10회짜리 TV 드라마로도 제작되었으며, 2010년 우리나라에서 뮤지컬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소녀시대 태연의 뮤지컬 데뷔작이기도 하다. 2015년, 베트남에서 TV 드라마로 리메이크되었으며, 2015년 미국에 재영화화 판권이 팔리기도 했다.

진부한 스토리, 묵직한 감동

태양 아래서는 만날 수 없는 소년과 소녀, 하지만 이들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와이드 릴리즈㈜


조용한 해변 마을에 사는 16살의 소녀, 카오루(유이)는 태양 빛을 볼 수 없는 XP(색소성 건피증)라는 병을 앓고 있다. 친구들과 학교에 가는 간단한 즐거움조차 누릴 수 없는 그녀의 유일한 일과는 해가 지면 기타를 들고 아무도 없는 역 앞 광장에서 자신이 만든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낮과 밤이 바뀐 고독한 생활 속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만으로도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녀에게 아무도 모르는 즐거운 비밀이 하나 있다. 그것은 모두가 잠자리에 드는 동틀 무렵에 친구들과 함께 정류장에 모여 서핑을 즐기러 가는 코지(츠카모토 타카시)를 창문 너머로 보는 것이다.

유일한 친구 미사키(토오리야마 아이리)와 함께 밤에 노래하러 가던 날 밤, 우연히 지나가는 코지를 보고 그를 쫓아가 느닷없이 고백한다. 또다시 늦은 밤 우연히 버스정류장에서 만남으로 그들은 친구가 된다. 태양 아래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두 사람이지만, 밤하늘에서 소중한 시작을 함께한다. 가슴 떨리는 고백, 첫 키스, 첫사랑…. 보통 사람들이 겪는 조그마한 행복이 꿈처럼 느껴지는 카오루에게 코지는 새로운 세상이 되어준다.

코지에게 이끌려 여느 때와 달리 역 앞의 광장이 아닌 시내의 거리에서 우연히 노래를 부르게 된 카오루. 그리고 그녀의 노래에 감동을 한 코지는 '세상에 너의 노래를 전해줄게'라는 약속을 하는데….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도 따스한 사랑을 다루고 있는 <태양의 노래>는 전형적인 로맨스물이다. 예상 경로를 벗어나지 못하는 뻔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익히 보던 청춘들의 성장스토리와 아련한 첫사랑 그리고 눈물 빼기 전문가 '불치병'까지 달고 있다. 게다가 러닝타임에 비해 에피소드를 풍부하게 가져가지 못한 점, 매끄럽지 못한 흐름, 관례를 답습하는 연출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카오루를 통해 담아내는 '진정성'으로 이런 약점들을 보완하고 있다.

햇빛이 닿으면 죽을 수도 있기에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카오루. 그녀는 비록 어둠뿐인 세상이지만 매일매일 세상을 향해 쑥스러운 만남을 청해본다. 어두운 거리에서 아무도 듣지 않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 카오루의 모습은 고독한 그녀의 내면과 매치를 이룬다. 실제 카오루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외로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영화 초반 쓸쓸한 감성이 흐르고 있지만, 이내 영화는 어둠 속에서도 밝은 기운을 뿜어낸다.

카오루는 고독이 주는 우울함에 빠지기보단 노래를 직접 만들고 세상을 향해 불러본다. 또한, 자신에게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용기 내어 고백하여 불가능할 것만 같은 사랑도 얻어낸다. 알콩달콩한 사랑의 맛보기. 카오루는 남자친구 코지 덕분에 많은 청중 앞에서 자신의 노래를 들려줄 기회를 얻기도 한다. 그렇게 그녀는 삶에 대한 의욕을 키우고, 소박한 일상에서도 희망을 찾아내며 영화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나 죽을 때까지 살기로 결심했어, 열심히 계속 살아갈 거야."

투병 속에서 밝은 목소리로 내뱉는 카오루의 이 대사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리고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일깨우며 긴 여운을 남긴다.

영화배우에 도전한 이 가수의 첫 작품

카오루를 연기한 '유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는 그녀의 유일한 영화 출연작으로 가수인 그녀는 당시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감독의 설득과 음악이란 공통점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빼어난 연기를 선보인 것은 아니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그녀의 연기는 오히려 세상과 어울릴 수 없는 카오루의 어색한 모습과 닮았다. 첫사랑의 풋풋함과도 잘 어울린다. 또한, 출연 당시 신인급 가수였던 유이와 가수를 꿈꾸는 영화 속 카오루가 닮았기에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그녀는 이 작품으로 신인배우상을 받기도 했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유이가 직접 작사 작곡한 영화 속 수록곡들이다. 영화의 감성을 잘 잡아준 주제곡 'Goodbye days'는 여러 차례 영화에 나온다. 특히 마지막에 울려 퍼질 때는 묘한 감동과 미소를 끌어내기도 한다.

<Goodbye days> 싱글 앨범은 일본에서 35만 장의 판매량을 올리기도 했다. 영화에 함께 수록된 'Skyline'이란 곡도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영화 <태양의 노래> 재개봉 버전 포스터.ⓒ 와이드 릴리즈㈜


원작소설과의 차이점
원작에서 카오루는 역 앞 스트리트 음악가 중에서는 인기인 중 하나이다. 노래로 용돈을 벌기도 했는데, 영화에선 "취미로 노래하는 것이지 누군가에게 들어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다.

코지는 영화에서 "이렇게 하고 (서핑) 능숙하지 않은 것도 드물다"고 친구에게 조롱을 받는다. 하지만 원작에서는 U-18 등급에서 우승 후보로 꼽힐만한 솜씨의 소유자이다. 미래는 프로 서퍼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설정이다.

원작에서는 "카오루가 자신이 XP란 병을 앓고 있다"고 코지에게 직접 털어놓지만, 영화는 카오루의 친구인 미사키가 이야기한다.

카오루가 CD를 만들 때 원작에서는 원래 음악가인 부모(기타와 키보드)가 참가했지만, 영화에서 레코딩 뮤지션들이 세션을 맡아준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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