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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조윤선 구속된 마당에... 이 사람의 침묵 이해 안 돼

[나는 블랙리스트였다③] 오오극장 권현준 팀장 "영진위원장 직무유기 고발한다"

17.03.19 14:06최종업데이트17.03.19 14:06

'문화·예술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모습.ⓒ 유성호


지난 3월 7일, 특검은 박근혜-최순실 등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특검에 대해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은 듯하다. 나 역시 그러하다. 특히, 수사결과발표에서 '블랙리스트 사건'을 '정부정책에 비판적이거나, 견해를 달리한다는 이유로 그 지원을 배제함으로써 예술의 본질적 영역인 창작의 자유와 문화적 다양성을 침해하고…'라며, '우리 헌법의 본질적 가치에 위배되는 중대한 범죄'라고 명백히 해 둔 점은 이번 특검의 성과 중 백미라고 생각한다.

사실 블랙리스트 사건이라고 하면, 뇌물 수수 같은 범죄에 비할 때 뭔가 가벼워 보이는 경향이 있다. 거기엔 학연, 지연 등 소위 '우리 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더 챙기려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미덕(?)이 작용해서 그런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이번 특검은 그것이 '반 헌법적인 중대한 범죄'라고 못 박았고, 국민들은 블랙리스트 사건이 '정말 나쁜 짓'이라는 걸 인지하게 됐다.

독립예술영화관 존재 이유

바로 그 블랙리스트에 영화관으로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대구 동성아트홀, 강릉 독립예술영화관 신영 등이 적시되어 있다.

이 극장들은 상업 논리에서 벗어나 작품 자체의 가치에 더 큰 목적을 두는 영화들 즉,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관 자체도 상업적이지 않다. 이윤을 더 남기기 위해 좌석마다 가격을 다르게 매기거나, 소위 돈 되는 영화만 주구장창 상영하지 않는다. 그것보단 어떻게 하면 보다 다양한 가치의 영화들을 관객들에게 소개할 수 있을까에 전념한다.

문화의 다양성을 지켜나가는 이 영화관들이 유지되기 위해선 정부 지원이 필수다. 영화계의 경우 그 지원은 '영화발전기금'의 예산으로 이루어진다. 영화발전기금은 우리가 영화를 한 편씩 볼 때마다 3%씩 적립되는 돈으로 마련되는 기금인데, 만 원을 내고 영화를 본다면 300원이 기금으로 적립되는 식이다. 결국 그 재원은 국민들의 세금인 셈이다. 그렇기에 담당 기관은 지원의 주체와 협의해서 돈이 정당하고 합리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그 책임과 역할을 다 해야 한다.

대구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의 경우 지원배제 명단에 적시되진 않았지만, 정작 지원에선 배제됐다. 석연치 않은 이유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 2월 11일에 개관 2주년을 맞았던 오오극장은 서울 외의 지역에선 최초로 설립된 민간 독립영화전용관이다.

대구 오오극장 내부 모습. 지난 12월 진행된 티켓나눔 현장 당시다.ⓒ 오오극장 제공


오오극장이 개관한 해인 2015년도를 살펴보자. 당시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 계획서엔 '서울 외 지역 독립영화전용관에 대해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미 운영 중인 오오극장에 대한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부랴부랴 부산에 있는 영화의 전당 필름 시사실을 개조해 부산 독립영화전용관으로 만들고, 그 영화관을 영화진흥위원회가 직접 운영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또 이듬해인 2016년, 영화진흥위원회는 기존 극장에 대한 지원 배제라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지역 독립영화전용관 '설립 지원' 사업을 발표했다. '운영 지원'에서 '설립 지원'으로 사업 내용이 바뀐 것이다. 요는 신규로 설립하는 독립영화전용관에만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건데 이는 이미 운영 중인 독립영화전용관을 배제한다는 수준 낮은 꼼수에 불과하다.

직무 유기

어쨌든 지원 사업 내용이 만들어지고 예산이 배정되는 과정에서 그 지원사업의 주체는 철저히 배제되었다. 결과적인 지원 배제뿐만 아니라, 과정에서도 배제된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원 사업을 집행하는 기관으로써 그 책임을 다하지 않고 직무를 유기했다.

블랙리스트를 총괄했던 김기춘과 조윤선은 구속되어 재판 중이다. 그 핵심인 박근혜와 최순실 역시 처벌을 피할 순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 잘못된 정책을 현장에서 실현하고, 부역해 온 영화진흥위원회 김세훈 위원장은 아직도 자리에 머물러 있다. 그는 마치 아무 죄도 없다는 듯 침묵하고 있는데, 하루 빨리 책임을 지고 물러나길 바란다. '우리 헌법의 본질적 가치에 위배되는 중대한 범죄'인 블랙리스트 사건의 혐의자로 고발된 만큼 그에게도 역시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길 바란다.

권현준 팀장은?

ⓒ 권현준


독립영화배급지원센터 배급팀장과 한국독립영화협회 배급팀 일을 했으며, 현재는 대구 독립영화전용관인 오오극장의 기획홍보 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영화 <숨어드는 산>을 연출한 감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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