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연기를 왜 이리 잘하지? 세 여인의 감출 수 없는 매력

[기획] 김수진-김소진-진경의 묘미... 탄탄한 기본기로 다양한 캐릭터 소화 가능

17.03.18 16:00최종업데이트17.03.18 16:00

배우 김수진. 지난해 10월 <오마이뉴스> 사옥을 방문했을 당시 모습이다.ⓒ 이정민


한국영화에서 40대 남성 배우들의 쓰임은 참 다양하다. 스릴러, 코미디, 심지어 멜로물에 이르기까지 내로라하는 내공의 배우들이 전면에 서왔고, 관객들 역시 환호했다. 이에 비해 여성 캐릭터를 내세운 영화는? 간간이 있었지만 여전히 남성 영화에 비했을 때 소수인 게 현실이다.

"여자가 이끄는 영화도 많지 않고 그래서 당연히 전체적으로 들어오는 시나리오 수가 줄어드는 것 같다"며 배우 김하늘이 영화 <여교사> 인터뷰 당시 한 말은 유효하다. 최근 들어 각종 작품을 통해 부각되고 있는 세 명의 배우를 주목해봤다. 이들 모두 풍부한 무대경험으로 내공이 탄탄하며 관계자들이 믿고 쓴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디션 킬러, 김수진 

배우 김수진은 최근 들어 관계자들 사이에서 알게 모르게 급부상 중이다. 1974년 생으로 프로필 상엔 김민기 연출의 <의형제>(2001)가 데뷔로 돼 있지만 그보다 이른 1998년부터 조연출 등을 경험하며 20년 가까이 경력을 쌓아왔다. 극단 한양레퍼토리 출신으로 대학로와 충무로를 오갔다.

무대에선 베테랑으로 통하지만 영화 쪽엔 사실 인연이 깊지 않았다. 영화 <화차>(2012)에서 조성하의 아내, 영화 <검은 사제들>(2015)에선 김윤석의 동생, <나홀로 휴가>에서도 박혁권의 아내였다. 그러니까 오롯이 표현해낼 캐릭터를 만나지 못한 셈. 하지만 일단 오디션을 보면 관계자들의 눈도장을 받을 정도로 합격 타율이 좋다.

김수진은 정지우 감독의 신작 <침묵>과 장준환 감독의 복귀작 <1987>의 출연을 확정했다. <침묵>은 이미 촬영을 마쳤는데 이 작품에서 그는 재판장 역할을 맡았다. 유명 여가수 살인 사건을 다루는 영화인만큼, 법정 장면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기존 영화보다 더욱 풍부한 모습이 기대된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그린 <1987>에선 김태리가 맡은 연희 역의 엄마로 등장한다. 민주화 항쟁 중심에 서 있는 딸을 둔 엄마로 절절한 감정 연기가 예상된다.  

단 2회, 3회의 촬영이라도 김수진은 허투루 준비하지 않는다. 영화 <아수라>에선 협잡꾼 느낌의 박성배(황정민 분) 시장에 반하는 의원으로 등장하는데 김수진은 "단순히 선한 면모가 아닌 또 다른 자기 이익을 노리는 인물"로 해석했고, 짧지만 강렬한 연기를 해냈다. <오마이스타>와 만난 자리에서 그는 "연기자는 자기 자신이 곧 재료"라며 "좋은 재료가 되도록 갈고 닦아야 좋은 연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작품 속 비중을 떠나 온전히 좋은 재료로 그에 맞게 쓰임 받으려는 그를 영화계가 알아보고 있다.

강렬한 한 방, 김소진

영화 <더 킹> 속 김소진이 맡은 안희연 검사의 모습.ⓒ NEW


김소진 역시 경력에 비해 관객들에게 널리 알려진 배우는 아니다. 최근 개봉했던 <더 킹>의 안희연 검사를 떠올리면 쉽게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비리 검사들을 향해 "대한민국 역사상 이 정도의 쓰레기들이 있었습니까?"라고 일갈하는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청량감을 준 바로 그 캐릭터다.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출신의 김소진은 극단 차이무 단원으로 활동해왔다. 문성근, 명계남, 이성민, 이희준 등 내로라하는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이 극단 소속이다. 김소진은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 <베토벤> <산티아고 가는 길> <시동라사> 등 여러 연극 작품을 극단 동료들과 함께 선보였다.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 경력도 있다.

1979년생인 김소진은 다른 무대 출신 배우에 비해 이렇다 할 정보가 많진 않다. 영화 쪽엔 <초능력자> <체포왕> 등에서 단역으로 활동하다 <더 테러 라이브>(2013)에서 하정우의 전 부인인 이지수 기자로 출연해 업계의 주목을 받는 등 서서히 돋보이기 시작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소진은 평소엔 조용하고 다소 낯을 가리는 모습이지만 일단 촬영 때엔 본인의 또 다른 에너지를 끌어오며 잔뜩 집중하는 타입이다. 업계의 캐스팅을 기다리기보다 참여하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가서 오디션부터 본다는 후문이다.

사실 <더 킹> 직후 인터뷰를 하려는 여러 기자들의 요청이 있었으나 "아직은 못하겠다. 많이 부족하다"며 고사하기도 했다.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다는 나름의 주관이 강한 배우기도 하다. 최근 <재심>에서 정우의 이준영 변호사 아내 역을 맡은 김소진은 차기작 <마약왕>에서 송강호의 아내 성숙경 역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진득한 내공의 진경

영화 <감시자들> 속 진경(우측)의 모습.ⓒ NEW


영화 <마스터> 속 김엄마는 아마도 배우 진경이 영화에서 보인 캐릭터 중 가장 개성 넘치는 인물이었을 것이다. 1972년생인 진경은 29세에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대원외국어고등학교를 차석으로 입학할 만큼 좋은 학업 성적을 자랑했으나 친언니의 대학교 연극부 활동을 보고 자신의 꿈을 정한 경우다. 동국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치는 등 20대에 질풍노도 같은 시기를 보냈다.

앞서 언급한 배우들과 달리 진경은 특정 극단에 소속돼 있지 않다. 일종의 프리랜서로 10년 넘게 연극무대를 경험했고, 각종 드라마에 출연했다. 이 때문인지 드라마 현장에선 일급 받고 일하는 보조출연자 대우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특유의 강한 내공을 인정받아 몇몇 기획사에선 속칭 '연기 선생님'으로 그를 모셨다. 배우 한채아, 서영희 등이 그렇다.

연극 <브레히트의 하얀 동그라미> <이> <날 보러 와요> <클로져> 등. 진경을 수놓는 작품들이다. 김수진, 김소진과 마찬가지로 이런 무대 경험이 그의 내공 중 8할을 채우고 있을 것이다. 2014년엔 SBS 연기대상에서 특별연기상을,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부문 여자조연상을 받아 평단의 인정을 받기도 했다.

근 10년이 중년남성배우 황금기였다면 이후의 10년은 이 여성배우들의 황금기가 와도 좋지 않을까. 여전히 충무로는 신선함에 배고프다. 그럼에도 희망적인 건 우리가 알게 모르게 각종 무대에서 오롯이 자신을 증명하는 이런 배우들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물론 관점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순 있지만 적어도 훌륭한 남성 배우들 틈에 그에 못지않은 깊이와 경험을 가진 '여성배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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