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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39세 에릭, 그에 대처하는 팬들의 자세

[주장] 오빠의 연애와 결혼, '현타'는 피할 수 없지만 "괜찮아"

17.02.24 15:15최종업데이트17.02.2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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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신화의 리더 에릭과 나혜미가 연애설을 공식 인정했다. 최근 1세대 아이돌 문희준도 결혼했고, 예전에 비하면 아이돌의 공개연애도 비교적 수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니 에릭의 연애설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1998년에 데뷔한 신화의 에릭은 올해 39살이 됐다. '현역 아이돌'인 것을 고려하더라도 이쯤이면 팬들조차 '오빠도 좋은 여자 만났으면' 하는 너그러운 마음을 갖게 하는 나이다.

그렇다고 '현타'가 안 오는 건 아니다 

사랑에 빠진 39살 오빠 에릭. 머리로는 "이해해야지"하지만, 어쩐지 헛헛한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 ⓒ 신화컴퍼니


데뷔 19년 차. 물론 웬만한 팬들도 결혼했다. 결혼하고 현실에 집중하다 보면 덕질에 시들해질 수는 있으나 일 년에 겨우 한 차례, 짧게 활동하고 들어가는 신화를 응원하는 건 팬들에게도 10대, 20대에 대한 추억이자, 강렬한 즐거움이기도 했다. 1세대 아이돌이 재결합하고 활동하는 것을 반가운 마음으로 지켜보면서, 그간 해체 없이 꾸준히 활동해준 신화에 대한 은근한 자부심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팬들에게 신화는 동경하는 아이돌이자, 20년 가까이 지켜본 일종의 가족 같은 존재. 때문에, 팬들에게도 오빠들이 어서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마음은 연애 감정과는 다르다. '나와 사랑을 했으면' 싶은 게 아니라, '내 사랑으로 잘 먹고 잘 살아주길' 바라는 마음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몇 년 동안 마음의 준비를 해왔음에도, 막상 연애가 공식화되니 왠지 마음이 조금 허한 듯한 이 기분은 뭘까.

최근 몇 년, 신화가 컴백할 때마다 거의 모든 매체는 명절 때 만나는 오지랖 넓은 친척들처럼 물었다. "결혼은 언제쯤(혹은 누구부터 할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때마다 신화는 "아직은 아닌 것 같다"는, 팬들이 원하는 대답을 했다. 심지어 2015년에는 "에릭이 멤버들에게 (이번 앨범 활동 기간에는) 결혼 금지령을 내렸다"는 말로 활동을 기다리는 팬들의 마음을 안심시켰다.

이번 열애설에서도 "내년에 결혼한다는 소식은 사실무근"이라고 딱 잘라 입장을 발표하긴 했으나, 연애도 해보고 결혼도 해본 팬들은 내심 오빠의 결혼이 눈앞에 그려진다. 19년 동안 산전수전 겪을 것 다 겪어본 팬덤이지만 '만인의 연인'이던 아이돌이 '특정 누군가의 연인'이 된다는 건 마냥 달가운 일은 아니다. 어찌 됐든 판타지는 깨질 수밖에 없으니.

신화의 시간은 곧 팬들의 추억이다

▲ 신화 국내 최장수 현역 아이돌 신화의 19년은 신화와 팬들이 공유하는 시간이자 추억, 자부심이다. ⓒ 신화컴퍼니


사실 멤버 교체나 해체 없이 지금의 신화가 있는 데에는 리더 에릭의 역할이 가장 컸다. 2005년에 SM엔터테인먼트에서 오픈월드로 '신화'의 상표권이 넘어가고, 당시 20대였던 에릭이 법정 공방까지 하며 뛰어다니며 신화의 상표권을 찾아온 일은 팬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얘기다. 현재 신화컴퍼니의 공동대표(에릭, 이민우)로서, 국내 최장수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은 에릭을 비롯한 신화 멤버들 스스로가 신화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10대에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해 어느덧 39세가 된 오빠는 일도 연애도 알아서 잘 할 것이다. 어쩌면 아이돌의 연애 소식에 걱정되는 건 혹여 무너질 나의 팬심과 그동안의 애정 쏟은 열정과 추억이 상처 입을까 하는 점인 것 같다.

그러나 에릭의 연애에 어떤 식으로든 너무 걱정하지 말자. 한번 모이자는데 시간이 안 맞자, 멤버들에게 "20대를 다 바친 신화, 이러기냐!" 했다는 에릭이다. 지금의 신화는 30대까지 바쳤다. 그런 신화가 그리 쉽게 팬들을 실망시킬 리는 없으니까. 신화의 시간은 멤버들의 것이기도 하지만 팬들의 추억이기도 하다. 신화는 그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아이돌이다. 앞으로도 신화는 변함없이, 그들의 무대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그 무대를 준비한 것임이 분명하니까.

몇 번이나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어왔던 신화가, 각자의 사랑에 힘입어 더 좋은 작품으로, 또 더 좋은 음악으로 찾아오리라 믿는다. 어쨌든 언젠가는 들려올 결혼 소식을 축하할 마음의 준비는 해두어야 할 것 같다.

신화 에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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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개 고양이 집사입니다 :) sogon_about@naver.com

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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