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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 감독이 중국 가정에 던지는 3가지 충고

[중국영화로 중국문화 읽기6] 세대간의 갈등, <나이팅게일>이 해법이다

17.02.17 18:53최종업데이트17.02.17 18:53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중국과 프랑스 합작 영화 <나이팅게일>은 프랑스인 필립 뮬(Philippe Muyl)감독이 중국 배우들과 중국 현지에서 촬영해 만든 독특한 작품이다. 중국 가족문제를 프랑스인 시각에서 진단하고, 그 해법까지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목 '나이팅게일'은 주인공인 할아버지가 키우는 새 이름으로 중국어로 '야앵(夜鶯)'인데, 중국판 영화 제목이기도 하다.

▲ 나이팅게일새 나이팅게일은 영화를 이끌어가는 모티브이자 세대간 갈등의 해법을 담고 있는제재이다.ⓒ 寧靜致遠국제미디어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 그 급변 속에서 흔들리는 중국 가정의 문제는 이방인 감독의 눈에 어떻게 비쳤을까? 세대간의 심화된 갈등을 해결하고, 벌어질대로 벌어진 간극을 메우기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영화는 여덟 살 여주인공 런싱(任幸)의 순수한 시선으로,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며 담담하게, 난해하지 않은 상징과 은유의 옷을 입고, 로드무비처럼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펼쳐진 길을 따라 유장하게 펼쳐진다.

1979년부터 한 자녀 정책이 시행되면서, 1980년 이후 출생한 독생자녀 '바링허우(八零後)'가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면, 한 자녀를 가진 두 명의 부부가 네 명의 부모를 모시는 '4-2-1 구조의 가정'이 탄생하게 된다. 1978년이 개혁개방이 시작되는 해다보니, '중국의 세대차'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적 이념의 차이, 전통과 근대의 가치 차이까지 보태져서, 그 격차가 더 클 수밖에 없다.

▲ 전통적 가치에 익숙한 할아버지 세대공원에 모여 소통하고, 사회주의 집단문화에 익숙하다.ⓒ 寧靜致遠국제미디어


# 4명의 조부모 세대

새 키우는 것이 취미인 주인공 할아버지 세대는 사회주의 시절의 집단문화와 전통의 가치에 익숙하다. 자전거를 타고, 2년 지난 휴대폰을 아직 새 것이라 여긴다. 고향, 가족을 떠나 베이징에서 민공(民工, 농민 출신 도시 노동자)으로 온갖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자식을 가르치기 위해 자신을 헌신하며 살아왔다. 아내가 아프다는 소식에도 휴가를 내지 못해 임종을 지켜주지도 못했다. 손녀를 돌보다 잃어버리는 사고 이후, 아들과는 4년 동안 말도 안 하고 지낸다.

# 2명의 부모 세대

많은 인구, 극심한 경쟁, 급변하는 중국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로지 성공을 향해 달려왔다. 그래서 아빠는 건축가, 엄마는 커리어우먼으로 부유한 가정을 이뤘다. 홍콩으로, 파리로 비행기를 타고 바쁘게 일하느라 가정을 돌볼 겨를이 없다. 따뜻한 대화는 사라지고, 위태로운 부부 사이는 점점 멀어져 간다.

# 1명의 자녀 세대

2000년대 이후 태어난 '링허우(零後)' 세대다. 모든 사랑을 독차지하는 '소황제, 소공주'로 자라다보니, 개성이 강하고, 제멋대로다. 주인공 런싱은 개인레슨으로 발레를 배우고, 아이폰, 아이패드 등 물질적으로 부족한 것이 없지만, 대도시의 건축물처럼 차갑고, 메마른 정서의 베이징 도시 소녀다.

▲ 세대간의 갈등4-2-1 가정구조의 4와 1이 만났으니 불통은 불을 보듯 뻔하다.ⓒ 寧靜致遠국제미디어


영화 <나이팅게일>은 여름방학을 맞은 런싱이 아빠, 엄마가 출장을 가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할아버지와 함께 할아버지의 고향 양숴(阳朔)로 가는 길 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인사도 하지 않는 손녀를 다독이며 할아버지는 기차를 타고 베이징을 출발해 구이린(桂林)으로 향한다. 구이린에서 버스를 타고 양숴로 가야 하는데, 버스가 고장나는 바람에 일정이 꼬이더니, 할아버지와 손녀는 길을 잃고 낯선 곳을 헤매게 된다. 세대간 갈등으로 유발된 가족간 불화를 해결하기 위해 필립 뮬감독이 영화에서 제시한 방법은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동행이다. "만권의 책을 읽고 만리의 길을 가라(讀萬卷書, 行萬里路)"는 말처럼 길은 예측하지 못할 사건들로, 새로운 사람과 세계를 만나게 한다. 그 길에서 새로운 경험과 깨달음을 얻는다. 기차, 버스, 삼륜차, 배를 타고 여행하는 과정에서 소원했던 관계는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할아버지와 손녀의 동행이 아버지와 아들의 동행으로, 부부의 동행으로 이어진다. 마음의 쌓인 불신과 갈등을 해소하는 법은 결국 낯선 세계에서 함께 먼 길을 걷고,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 것이다.

▲ 자연 속에서의 동행낯선 곳을 둘이서 여행하며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게 된다.ⓒ 寧靜致遠국제미디어


▲ 동행, 자연, 전통의 가치할아버지는 이 모든 가치를 보여주고, 묵묵히 다음 세대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려 한다.ⓒ 寧靜致遠국제미디어


둘째는 자연이다. 처음으로 소를 쓰다듬어보고, 동굴에서 잠을 자고, 메뚜기를 잡아 새 먹이로 주고, 배를 타고, 나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큰 나무에서 놀고, 그 대자연 품 안에서 물질들로 가득한 도시의 각박한 감정을 털어내고 넉넉한 마음의 여유를 얻는다. 이방인 감독이 의도적으로 중국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영화 곳곳에 배치함으로써 그 소중한 가치를 잘 보존하고, 그것을 통해 지친 일상의 따뜻한 안식을 얻으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마지막은 전통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버지가 어렸을 때 만들어준 대나무 피리이고, 할아버지와 손녀를 연결해주는 것은 할아버지가 새장에 키우는 새이다. 모두 중국 전통의 가치들이다. 고층빌딩과 자동차가 질주하는 베이징과 대비되는 소수민족의 전통마을이나 할아버지의 고향마을은 고목처럼 넉넉하게 지친 현대인을 안아줄 것 같은 전통의 상징성을 갖는다. 전통을 낡고 오래된 것으로 치부하지 말고, 그 안의 소중한 가치들을 잘 활용하라는 의미다.

▲ 대나무피리와 새세대와 세대를 연결해주는 매개물은 자연과 전통에 기반한 작지만 인간적인 소통의 정이 묻어 있는 것이다.ⓒ 寧靜致遠국제미디어


영화 제목인 새 나이팅게일은 중요한 모티브로 작동한다. 둥지에서 떨어진 새를 주워온 할머니가 베이징으로 떠나긴 전 할아버지에게 주고, 두 사람은 그것을 매개로 오랜 이별을 견딘다. 18년을 산 그 새가 죽기 전 할머니에게 새의 노랫소리를 할머니 무덤에서라도 들려주려는 할아버지의 순수하고 간절한 마음은 손녀에게도 감동을 주고, 할아버지를 이해하고 세대간의 벽을 허무는 역할을 한다. 한 걸음 더 나가 손녀는 새를 매개로 아빠, 엄마를 화해하도록 돕니다.

자신의 삶이 출발한 고향에서 여생을 보내고, 사람의 바다 베이징을 떠나, 아내의 숨결이 남은 그 집, 그 방에서 생의 최후를 맞이하고 싶은 할아버지. 그 소원을 딸에게 전해 듣고, 양숴 고향집을 사주는 아들. 동행, 자연, 전통의 가치로 세대간 갈등은 해소되고, 할아버지는 베이징의 손녀와 이제 QQ 영상통화를 약속한다.

세대의 갈등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이방인 감독의 영상 메시지가 저마다 다른 절박함으로 흔들리는 중국 가정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그의 조언은 객관적이고 쉽고 따뜻하고, 최소한 아주 차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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