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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빼앗은 이 남자, 다시 '반품'해도 될까요?

[한뼘리뷰] 이혼 재혼이 만들어낸 두 가족, 세 부모의 성장기 <매기스 플랜>

17.01.17 15:53최종업데이트17.02.1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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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의 결혼 계획은 성공할까? 영화 <매기스 플랜>의 한 장면.ⓒ 오드


인생이란 게 늘 계획대로 흘러가지만은 않는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정신없이 이리저리 치이다 보면 계획했던 지점에서 한참 멀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 일쑤다. 그렇다고 만사가 계획한 대로 차근차근 풀리는 게 좋은가 하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애초에 계획 자체가 잘못되어 있을 수도 있고, 그 계획이 당사자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는 보장도 없다. '확실한 계획'이란 게 존재할 수 없는 건 그래서다. 말하자면 삶이란 계획을 세우고, 수정하고, 버리고, 또 세우는 과정의 연속이다.

영화 <매기스 플랜>의 시작점에서 매기(그레타 거윅 분)가 세운 계획은 싱글맘이 되는 것이다. 이혼 후 우연히 재회한 부모의 하룻밤 불장난으로 태어난 그는 결혼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이만큼은 꼭 키우고 싶다. 이를 위해 대학 동창 가이(트래비스 핌멜 분)에게 정자를 기증받기로 계약까지 한 상태다. 하지만 자신이 일하는 학교에서 우연히 마주친 동료 교수 존(에단 호크 분)으로 인해 그의 계획은 틀어진다. 매기는 순식간에 존과 사랑에 빠지고, 아내 조젯(줄리안 무어 분)과 불화를 겪던 그를 '구원해' 새로운 가정을 꾸린다. 그렇게 3년이 지난 뒤, 희망으로 가득했던 매기의 결혼 생활은 왠지 불행해져 있다.

매기는 사랑에 빠져 결혼한 것도 잠시, 그의 남편을 다시 전부인에게 반품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한다.ⓒ 오드


<매기스 플랜>은 달콤한 로맨스의 가면을 쓴 부부 관계가 지닌 불완전성을 가감 없이 그린다. 존이 쓰던 소설에 매료돼 사랑에 빠졌지만 이젠 몇 년이고 집필에만 매달리는 남편이 못마땅한 매기의 모습을 통해서다. 매번 육아와 경제 활동을 혼자 도맡는 매기는 존이 자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거나, 아니면 자신이 더 이상 존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할 수만 있다면 결혼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고, 존을 다시 그의 전 부인 조젯에게 '반품'하고 싶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다.

매기와 존, 그리고 조젯 사이의 삼각관계를 대하는 영화의 태도는 인상적이다. 특히 이타적이고 반듯한 성격의 매기와 자기중심적이고 명예지향적인 조젯이 존을 중심에 둔 채 극명하게 대비되는 지점들은 퍽 흥미롭다. 좋은 아내이자 좋은 엄마이기만 했던 매기가 조젯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반대로 남편 위에 군림하려고만 했던 조젯이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는 전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화 후반부 존의 마음을 떠보려 공조하는 두 여자에게서는 더이상 존을 중심에 둔 연적(戀敵)이 아닌 상호 협력 구도마저 엿보인다. 그렇게 영화는 책임감이 결여된 남성(존)의 성장이자 사랑과 교감을 원하는 여성(매기와 조젯)의 성장 서사로서도 큰 방점을 찍는다.

자녀들의 천진난만한 관계는 이 가족들의 관계를 한결 훈훈하게 만든다.ⓒ 오드


이혼과 재혼으로 생긴 두 가족 구도를 하나의 울타리로 엮어내는 아이들의 존재는 영화 속 훈훈한 온기다. 존과 조젯 사이의 두 자녀, 그리고 존과 매기 사이의 딸 릴리가 존을 매개로 이어지는 장면들은 어른들의 갈등과는 무관하게 천진난만해 웃음을 자아낸다. 매기와 조젯이 아이들을 통해 왕래하면서 서로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후반부 전개는 영화의 결말과 무관하게 감동적이다. 흔히 상호 배타적이고 독점적으로 규정되는 부부 관계가 지닌 한계를 천진난만하게 조명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편부모 가정을 비롯해 불완전한 가족 형태가 늘어나는 현실에서, <매기스 플랜>이 이상적 대안 가정의 답안을 제시하는 것으로까지 여겨지는 이유다. 오는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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