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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웅 성폭행 논란에 대한 언론보도, 이게 정상인가

[주철진의 이슈뷰] '고소녀', '꽃뱀', '무고'... 기자들, <스포트라이트>는 잊었나?

16.08.26 10:38최종업데이트16.08.2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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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엄태웅이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다. ⓒ 이희훈


또 다시 연예인이 성폭행 혐의로 피소되는 일이 발생했다. 바로 배우 엄태웅이다. 경기 분당경찰서에 따르면 그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피소된 상황이다.

엄태웅의 소속사인 카이스트 측은 성폭행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고 엄씨로부터 직접적인 해명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아직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엄씨가 성폭행 혐의가 있다거나 없다고 단정 짓는 말을 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다른 이유다.

쏟아지는 기사... 제목은 왜 이러나?

최근 엄씨가 성폭행 혐의로 피소 당한 사건에 대하여 쏟아지고 있는 기사들이다. 기사들에서 보이는 공통점은 엄씨가 성매매를 했을 가능성이나 성폭행 혐의의 진의보다 고소인의 사기혐의·무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 네이버


"엄태웅, '성폭행 혐의 피소'에 네티즌 "꽃뱀에게 빌미를 주지말자"" - <서울경제>
"배우 엄태웅 고소녀, 사기죄로 구속 중 고소... 이번에도 무고일까" - <문화뉴스>
"'또 무고였나' 엄태웅 고소녀 '마이낑' 사기행각 드러나" - <연합뉴스>

최근 엄씨가 성폭행 혐의로 피소 당한 사건에 대하여 쏟아지고 있는 기사들이다. 기사들에서 보이는 공통점은 엄씨가 성매매를 했을 가능성이나 성폭행 혐의의 진의보다 고소인의 사기 혐의, 무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서울경제>는 기사제목에 네티즌의 반응으로 "꽃뱀에게 빌미를 주지말자"고 올렸다. 해당 기사의 내용은 어땠을까. 기사는 엄씨에 대해 네티즌들이 실망했다는 내용을 다루면서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마사지 업소를 갔는지 안 갔는지다", "마사지 업소 도대체 왜 가는 거지 꽃뱀에게 빌미를 주지 말자", "비호감", "처자식 있는 엄태웅마저" 등의 댓글들을 소개하고 있다. 소개된 댓글의 다수가 엄씨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내는 댓글들인 가운데에서 서울경제는 굳이 '꽃뱀'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댓글을 선택했다. 사전에 정의되고 있는 '꽃뱀'이라는 단어는 이렇다.

"남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몸을 맡기고 금품을 우려내는 여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

하필이면 '꽃뱀'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어야 할까. '꽃뱀'은 고소인에 대한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비추도록 만든다. 마치 고소인이 의도적으로 엄씨와 성관계를 맺고 금품을 갈취하기 위해 거짓 고소했음이 확인된 것처럼 말이다. 

<문화뉴스>와 <연합뉴스>는 고소인의 사기 전과를 강조하고 무고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고소인은 마사지업소 종업원으로 현재 사기 혐의로 고소돼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상황이다. 단지 그뿐이다. 기사의 어디에도 고소인이 무고를 했을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고소인이 과거 유흥업소를 상대로 선불금 사기를 벌였고 복역중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고소인이 성관계를 이용해 돈을 받기 위해 무고를 했다는 증명은 되지 않는다.

언론들의 행태가 걱정되는 이유

앞서 가수 박유천과 배우 이진욱은 성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때문인지, 엄태웅의 고소인에게도 언론들이 앞장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면서 무고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나는 벌써부터 고소인의 무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이 상황에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성폭행 신고율은 8.4%(2012년 범죄유형별 피해 신고율, 통계청)로 다른 범죄에 비해서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성폭행 피해자가 신고조차 제대로 하기 어려운 곳이다.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성폭행 신고 여성을 무작정 무고죄로 몰아가는 풍토는 성 범죄자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성폭행 혐의가 없다고 판결이 내려졌다고 해서 피해자가 무고를 했으며 돈을 노린 '꽃뱀'이라고 단정짓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

지난 11일 <오마이뉴스>에는 "어떤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면 말고'식 고소하나"라는 기사가 올라왔다. 해당 기사는 성폭력 사건 처리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의심과 무고사범 단속으로 환원되고 있다"라며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무고죄 적용은 성폭력 신고를 좌절시키는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에는 성폭력 무고에 대한 공식집계 자료도 없음을 꼬집으면서 영국의 경우 강간 신고의 0.6%만이 허위신고라는 것을 지적했다.

기사의 내용처럼 수사기관이 성폭행 사건에 대해서 피해자의 무고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피해자를 의심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대중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는 언론도 마찬가지다. 물론, 무고는 큰 죄이며 이미지가 중요한 연예인에게는 매우 중대한 문제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작부터 고소인의 무고의 가능성에만 집중하는 것은 잘못이다. 낮은 성폭행 신고율이 보여주는 것처럼 우리나라는 여전히 성폭력 피해자에게 불리한 나라다. 그런 상황에서 언론들의 행태는 피해자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가해자들을 돕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엄태웅 성폭행 사건에 대해 쏟아지는 기사들을 보면서 영화 <스포트라이트>가 떠오른다. 이 영화가 개봉한 뒤 많은 기자들은 진정한 저널리즘을 볼 수 있었다며 반성하는 글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지금 많은 기자들의 모습은 어떻나. 많은 기자들이 '시의성'을 따지며 속보 경쟁을 하고 자극적인 기사만 연일 쏟아내고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보고 진정으로 저널리즘을 되돌아보았던 기자라면 단지 빠른 기사가 아니라 제대로 된 완벽한 진실을 담은 기사를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영화 <스포트라이트> 포스터. 이 영화의 교훈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 (주)팝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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