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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에서 가장 핫한 작곡가는 누구?

[케이팝 쪼개듣기] 이기용배부터 원피스, 버터플라이까지

16.07.14 11:10최종업데이트16.07.1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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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1990년대~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보통 가요 작곡 작업은 작곡가 한사람에 의한 "고독한 싸움" 같은 작업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 해외 팝 시장의 제작 방식이 국내에도 영향을 끼치면서 2명 이상의 공동 작업이 당연시 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7~8명 이상의 작곡가들이 한 곡의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는 일도 흔하다. 

비즈니스 적인 관점에서도 한사람이 전담하는 것 보단 이른바 "레고블록 짜맞추듯이" 여러 명의 작업진들이 힘을 모으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시각이 이젠 당연시되고 있다.

최근 음악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신흥 작곡/프로듀싱팀을 살펴보자.

이기용배의 곡으로 대성공을 거둔 여자친구 ⓒ 쏘스뮤직


1. 이기용배

[주요곡]
여자친구 "유리구슬",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 "너 그리고 나"
다이아 "그 길에서"
오렌지카라멜 "까탈레나", "나처럼 해봐요"
에일리 "Heaven"
헬로비너스 "차 마실래?"
엠블랙 "남자답게" (휘성 공동작곡)
업텐션 "여기여기 붙어라"
아스트로 "숨가빠", "숨바꼭질" 등

최근 1~2년 사이 급부상한 작곡가로 이기용배(이기, 서용배)를 손꼽는 이가 많다. 걸그룹 여자친구의 4연속 히트 행진을 이끈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 두 사람은 하나의 작곡팀이라기 보단 각자의 프로듀싱팀 활동을 병행하면서 공동 작업을 진행하는 다소 특이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박보람의 "연예할래", 유성은의 "질투"를 작곡하기도 한 이기는  '오레오'라는 별도의 팀에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여자친구의 "물꽃놀이", 멜로디데이의 신곡  "깔로 (Color)", 러블리즈의 "작별하나" 등을 발표한 바 있다. 마마무의 소속사 RBW의 프로듀서 서용배는 우주소녀의 "모모모"(김도훈 공동작곡), 마마무의 "갑과 을", 아스트로 "불꽃놀이"(박우상 공동작곡) 등을 만들어 냈다.

이 두 사람의 합작품을 뜯어보면 199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연상시키는 경쾌한 팝-록 사운드의 곡들을 다수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여자친구.

화려한 현악기 선율을 등에 업고 질주하는 일렉트릭 기타 솔로 연주로 곡의 빼대를 잡은 "시간을 달려서", 신곡 "너 그리고 나"를 통해 신진 걸그룹 여자친구의 현재를 완성시켰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다이아의 컴백곡 "그 길에서"는 어떤 면에선 기존 여자친구 작업물들의 이란성 쌍둥이 같은 곡이기도 하다.

주로 걸그룹이나 여성 솔로 가수들과 합을 이루며 곡 작업을 많이 했던 반면 보이그룹과의 작업에선 상대적으로 대중들의 관심이 덜한 편이다.

tvN 예능 프로그램 [노래의 탄생]에 출연한 원피스 팀의 윤상, 스페이스 카우보이 (방송 화면 캡쳐) ⓒ tvN


2. 원피스

[주요곡]
러블리즈 곡 다수 "Ah-Choo", "안녕", "Candy Jelly Love", 'Destiny" 등

혹자는 윤상을 "러블리즈의 아버지"라고도 표현하기도 한다.  일명 "여마트레"(여자친구-마마무-트와이스-레드벨벳)로 일컫는 2014~2015년 대세 걸그룹급의 인기는 아니지만 러블리즈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의 음반 판매고 + 음원 순위를 유지하면서 나름의 독자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싱어송라이터 윤상, 다빈크, 스페이스 카우보이로 구성된 작곡팀 원피스의 역할이 지배적이었다.

자신들 이름의 싱글, 쿨+코요태 멤버들의 프로젝트 쿨요태 싱글을 제외하면 철저히 러블리즈 음반에만 전념하고 있는 원피스 팀의 사운드는 기존 작곡팀과 구분되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복고풍의 전자 사운드 + 리얼 악기 사운드를 적절히 섞으면서 고급스러운 편곡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러블리즈의 곡 하나 하나를 뜯어보면 멜로디는 쉬운데 코드 구성은 상당히 복잡하고 어중간한 악기 실력으론 연주하기가 만만치 않다. 어떤 점에선 1991~1993년 나온 윤상의 솔로 1집과 2집 파트 1 & 2 시절을 연상케하는 부분도 발견된다.

기타, 베이스 부분은 실제 연주인의 녹음을 활용하고 (당장 윤상 본인이 수준급의 베이시스트) 가상악기 사운드로 대체하는 추세인 현악기 역시 몇인조 이상의 구성으로 채워 놓고 있다. 

반면 오랜기간 일렉트로닉 사운드에도 능통한 인물들 답게 복고풍의 신스 팝을 요소 요소에 배치시켰다.  여기에 과감한 전조(조바꿈)을 통해 곡의 분위기를 수시로 바꾸는 편곡은 기본.

어떤 이는 과거 이들이 만들거나 참여했던 노땐스(윤상), 비트겐슈타인(다빈크 참여) 등 당시로선 시대를 앞서갔던 음악을 러블리즈라는 걸그룹을 통해 재해석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모노트리 작곡진들이 대거 제작에 참여한 레이디스 코드의 [MYST3RY] ⓒ 일광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3. 모노트리

[주요곡]
레드벨벳 "Take It Slow" (G-High, 이주형)
EXO "MY Answer"(이주형), Stronger" (이주형 외 다수)
소녀시대 "Wait a Minute" (이주형, G-High)
스텔라 "마리오네트" (G-High, 이주형)
에릭남X웬디 "봄인가 봐" (황현, 신아녜스 - 작사)
에이핑크 "Perfume" (G-High, 김유석)
에이프릴 "Snowman"(이주형, 박아셀, 김유석), "M.F.B.F. (이주형, G-High) "Hurry Hurry" (이주형, 김유석)
레이디스 코드 "Galaxy"(G-High, 최영경), "My Flower" (이주형) 등

모노트리는 2014년말 인기 작곡팀 스윗튠(카라, 인피니트, 레인보우 담당)에서 독립한 유지상(G-High), 황현, 이주형 등에 의해 만들어진 작곡팀(이자 주식회사)이다. 지금은 이들 외에도 김유석, 신아녜스, 박아셸 등 10여 명 이상의 작사/작곡가들이 모노트리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4년을 기점으로 스윗튠이 부진세를 겪는 반면 모노트리는 전방위적 활동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어서 묘한 대조를 보인다.  

워낙 대규모 작곡진들이 포진된 팀 답게 여타 프로듀싱팀과 달리 특정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스타일의 곡들을 대거 발표하는 점은 모노트리만의 강점으로 손꼽을 만하다. 

주로 걸그룹 작품들이 부각되었지만 EXO, 샤이니 등 보이그룹과의 작업에서도 만만찮은 완성도를 보여줬기 때문에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특히 외국 작곡가 의존도가 높은 SM 뮤지션들의 곡에서 비교적 모노트리 소속 작곡가들의 참여가 활발한 것 역시 눈 여겨볼 사항.

e.one 작곡팀으로 활약중인 V.O.S 최현준 (VOS 공식 페이스북) ⓒ 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


4. e.one

[주요곡]
원더걸스 "I Feel You" (박진영과 공동작곡)
에이프릴 "팅커벨"
카라 "Cupid"
EXO "Lucky"
나인뮤지스 "다쳐" (작사/편곡만)
여자친구 "사랑별"
윤채경 & 채원 "시계"
백아연 "a Good Boy"
제국의 아이들, 구하라, 먼데이키즈, 서인영, 비투비, 신화 등 다수 참여

밴드 콘셉트로 지난해 컴백했던 원더걸스 성공의 숨은 주역 중 하나가 작곡팀 e.one 이다.  박진영과의 공동 작곡으로 완성된 "I Feel You"의 대성공으로 원더걸스는 올해도 다시 한번 밴드 형태로 신곡을 내놓게 되었다.

인기그룹 EXO의 팬송 "Lucky" 역시 e.one이 만든 숨은 명곡 중 하나. 이밖에 카라, 에이프릴 등 DSP 소속 가수들의 최근 타이틀곡 역시 이들이 맡아 작업을 진행했다.

그룹 V.O.S 최현준, 작곡가 정호현 등으로 구성되었고 '깜찍 발랄함' (에이프릴, 여자친구) vs '걸크러시'(원더걸스, 나인뮤지스, 서인영) 등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콘셉트의 곡들도 무난히 소화하는 전천후 성향의 창작 집단으로 눈여겨볼 만하다.

최현준의 모그룹 V.O.S.를 비롯해서 먼데이키즈, 비투비 등 보컬 하모니가 강조된 남성 그룹의 곡들 역시 무난히 소화하는 것도 e.one의 강점 중 하나다. 

버터플라이가 만든 "원더랜드"로 데뷔한 걸그룹 구구단 ⓒ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5. 버터플라이

[주요곡]
구구단 "원더랜드"
에이프릴 "꿈사탕"
크나큰 "KNOCK"

버터플라이는 보아의 "아틀란티스 소녀", 이승환의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등 명곡들을 만든 황성제가 최근 새롭게 구성한 작곡 프로듀싱팀이다.  이제 갓 출발한 탓에 위에 언급된 팀들에 비해 곡수가 많지 않지만 황성제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으로 기대치가 높다.  

에이프릴, 구구단, 크나큰 등 공교롭게도 신인 아이돌 그룹의 데뷔곡을 이들이 맡았다.   지난해 나온 에이프릴의 "꿈사탕", 최근 발표된 구구단의 데뷔곡 "원더랜드" 등은 판타지 + 동화 + 소녀 라는 일관성에서 "아틀란티스 소녀"의 연장선에 놓인 작품들로 볼 만하다.

반면 대형 신인그룹 크나큰의 "KNOCK"에선 이와 달리 무게감 있는 사운드로 대형 남성 아이돌스러운 모습을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덧붙이는 글 본인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입니다.
케이팝 쪼개듣기 작곡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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