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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갈자리의 사랑법,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영원으로

[별 읽어주는 여자 ⑨] 별자리를 통해 본 영화 <이터널 선샤인>

15.12.09 16:05최종업데이트15.12.0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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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의 저자이자 천체물리학자인 칼 세이건에 따르면 우리 모두는 별에서 온 물질로 만들어진 천문학자의 후손이다. 어스트랄러지(Astrology)에서는 우리가 어떤 별의 영향을 받고 태어났는가에 따라 세상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방식이 다르다.

열두 별자리와 행성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우리에게 친근한 영화·드라마 속 캐릭터를 예로 들어 이야기하고자 한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나 자신과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그 혹은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기 위해서. - 기자 말

<이터널 선샤인>은 사랑과 기억조차 제어하려는 전갈자리의 영화다. ⓒ (주)노바미디어

달달하지만 씁쓸하고, 슬프지만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의 멜로 영화가 아쉬운 요즘이다.

역대 최고의 멜로 영화, 관객들이 선정한 다시 보고 싶은 영화 1위로 손꼽히는 <이터널 선샤인>이 10년 만에 재개봉되어 화제다.

2005년 개봉 당시 17만 명의 관객이 봤던 이 영화는 벌써 예전 관객의 두 배 이상을 넘어서 개봉 한 달 만에 개봉관 수가 늘어나는 이변을 낳고 있다.(12월 6일 기준 44만 명)

<이터널 선샤인>의 원제는 '순수한 마음의 영원한 햇살(Eternal Sunshine of Spotless Mind)'로 영화 속에서 낭송되는 시구다.

"처녀의 제비뽑기와
잊혀진 세상에 의해
잊혀져가는 세상과
흠 없는 마음에 비추는 영원의 빛과
이루어진 기도와
체념된 소망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 영화 <이터널 선샤인> 중에서 매리가 하워드 박사에게 들려주는 알렉산더 포프의 서사시 'Eloisa to Abelard' 중에서

<이터널 선샤인>은 조엘이 사랑했던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우는 이야기다. 다소 소심한 조엘과 머리색을 오렌지, 블루 등으로 시도 때도 없이 바꾸는(잘 살펴보면 머리색에 따라 조엘에 대한 클레멘타인의 감정이 달라진다) 엉뚱한 매력의 클레멘타인. 이들은 몬타우크 해변에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 날 조엘은 클레멘타인이 일하는 서점으로 찾아가는데, 그녀가 갑자기 자신을 전혀 모르는 타인처럼 대한다. 조엘은 친구에게 온 라쿠나 사(社)의 우편물을 통해 연인 클레멘타인이 자신에 대한 기억을 모두 지웠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라쿠나'는 라틴어로 "잃어버린 조각"이라는 뜻이다.

<이터널 선샤인>은 라쿠나 사의 하워드 박사와 직원 매리의 대화에 주의를 기울이면 영화를 이해하기 쉽다. ⓒ (주)노바미디어


"망각한 자는 복이 있나니 자신의 실수조차 잊기 때문이라. <선악의 너머>에 나온 니체의 말이야." - 영화 <이터널 선샤인> 중에서 라쿠나사의 직원 매리의 대사

기억을 지우면 사랑도 지워질까?

클레멘타인은 조엘과 헤어지고 힘들어서 조엘에 대한 모든 기억을 지웠다. 기억을 지우면 사랑도 지워질 수 있을까? 그러면 이별의 아픔도 사라질까? 지독한 사랑과 그 사랑에 대한 기억에 대한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열두 별자리 가운데 전갈자리의 사랑을 잘 그리고 있다.

데이비드 하워드의 <시나리오 가이드>에 따르면 스토리의 등장인물이 하고자 하는 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 주변 환경, 처한 현실, 몽상 이 모든 것들은 시나리오 작가의 내면으로부터 창조되어 나온 것이다. 따라서 시나리오 작가의 개인적 취향과 의식적 선택은 '스토리'에 반영된다. <이터널 선샤인>의 감독 미셸 공드리(1963년 5월 8일 ☼ 황소자리 ☽ 전갈자리)와 작가 찰리 카우프먼(☼ 전갈자리 ☽ 물고기자리)은 각각 달별자리와 태양별자리가 전갈자리다. 따라서 이들이 함께 만든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이야기와 세계관이 전갈자리와 같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기억은 우리의 뇌 속에만 존재할까 ⓒ (주)노바미디어


"제발 이 기억은 남겨줘요."
"…."
"지금 죽어도 좋아, 클레멘타인."
"나 행복해…. 이런 느낌 처음이야." - 영화 <이터널 선샤인> 중 찰스 강에서 클레멘타인과 행복한 조엘의 대사

전갈자리는 어려서부터 생과 사에 대해 고민하며 모든 것을 자신이 제어하고 싶어 한다. <무소유>로 유명한 법정은 자신이 죽은 다음 자신의 책을 출간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 때문에 오히려 그가 쓴 책이 일부 경매 사이트에서 10만 원 가까이 가격이 치솟기도 했다. 자신의 사후 세상까지 콘트롤하려 했던 법정(1932년 11월 5일 생, ☼ 전갈자리 ☽ 물병자리)이 전갈자리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의 유언이 이해되기도 한다.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과 더불어 남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은 좋아하나 정작 본인은 비밀이 많아 검은 선글라스가 트레이드마크인 전갈자리. 그들은 가볍게 사귀다 헤어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관계를 맺기 어렵지만 일단 시작하면 거리감 제로를 지향, 사랑과 섹스에서도 영과 육의 완전한 합일을 추구한다. 자신은 물론 상대방을 완벽하게 제어하고 지배하려 한다. 그런 전갈자리의 사랑에서 자신이 예상하지 못한 이별은 죽음보다 무서운 일이다(관련 기사 : "목숨 거는 사랑, 이거 아니면 곤란할걸").

기억을 지우기 위한 기억의 재생

클레멘타인이 조엘의 기억을 지웠듯 조엘도 클레멘타인에 대한 기억을 지우기로 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복수심은 전갈자리의 장기니까. 라쿠나사의 기억을 지우는 방식은 가장 최근의 싸우고 헤어진 기억부터 시작해 사랑하고 행복했던 과거의 기억까지 거꾸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기억을 지우는 일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기억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터널 선샤인>의 감독 미쉘 공드리는 영화뿐 아니라 뮤직비디오와 CF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독특한 상상력과 개성 넘치는 영상으로 천재 비주얼리스트라 평가받는다. 그는 조엘의 머릿속에서 기억을 지우는 과정을 묘사하기 위해 등장인물은 남기고 배경을 지우거나 무너뜨리고, 혹은 완전히 다른 장소로 바꿔버리는 등 다양한 방식을 사용했다.

천재 비주얼리스트로 불리는 미쉘 공드리의 태양별자리는 오감이 뛰어난 황소자리다. ⓒ (주)노바미디어


그런데 조엘은 꿈의 세계에서 점차 사라져 가는 클레멘타인과의 기억을 놓치고 싶지 않다. 무의식 속에서 조엘은 클레멘타인과 합심해 기억을 지워나가는 이들을 피하고 교란시킨다. 역시 전갈자리는 꿈과 무의식, 명상, 존재론, 추리 등이 전공분야고, 영혼과 육체가 합일되는 사랑을 추구한다.

죽음→재생→부활 : 사랑의 연금술

사랑은 기억이다. 기억을 지워 이별의 아픔도 지우는 것이 라쿠나사의 목적이다. 그런데 기억은 우리의 뇌 속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강제로 뇌의 기억을 지우면 모든 것이 사라질까? <이터널 선샤인>은 하워드 박사를 짝사랑하는 매리, 그리고 조엘과 똑같이 말하고 행동 하지만 클레 맨 넥타인의 사랑을 얻지 못하는 패트릭을 내세워 기억이 지워져도 모든 것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영혼과 육체의 합일을 추구하는 전갈자리의 사랑은 독하다. ⓒ (주)노바미디어


"난 너 없는 곳은 기억나지 않아." - 영화 <이터널 선샤인> 중 조엘의 대사

첫사랑은 말 그대로 처음이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다. 그래서 더 순수하고 깊게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두 번째부터는 다르다. 사랑의 달콤함도 알지만 씁쓸함과 아픔도 알고 있기에 무엇보다 이별 후 받을 상처와 고통까지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기에 모든 것을 던져 사랑하기 어렵다. 게다가 한 사람과 두 번 사랑에 빠지는 일은 더 어려운 일이다. 영화 <연애의 온도>에서 영은 "헤어졌던 사람들이 다시 만날 확률이 82%"로 "그중에서 잘 되는 사람들은 3%밖에 안 된"다고 말한다. 나머지 97%는 처음에 헤어졌던 거랑 똑같은 이유로 다시 헤어진단다. 사랑은 변하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지하 세계의 왕, 하데스(명왕성)의 영향을 받는 전갈자리는 사랑 또한 죽음→재생→부활의 시간을 거쳐 성숙하는 것일까? 한때 뜨겁게 사랑했던 연인이 헤어지고(죽음) 그 사랑의 기억을 지우고(재생) 다시 또 사랑을 시작(부활)할 수 있을까? 그런데 사랑에 목숨 거는 전갈자리라면 사랑하다 괴로워 정말 죽을까 걱정이라 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전갈자리에게 인생도 사랑도 '모 아니면 도!'니까….

"Change your heart(마음을 바꿔 봐요).
Look around you(당신의 주위를 둘러보세요).
It will astound you(그것이 당신을 놀라게 할 거예요).
I need your loving like the Sunshine(나는 햇살 같은 당신의 사랑이 필요해요)."
-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엔딩곡 'Everybody's Gotta Leam Sometimes'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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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10월 4일 생 태양과 달별자리 뼛속까지 천칭자리. 2000년부터 KBS, SBS, MBC 등에서 방송작가로 먹고 살다 엘 까미노 별들의 들판 산티아고를 걷고 내 삶의 지도 어스트랄러지와 만나 일하며 놀고, 놀며 일하는 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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