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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대상'으로 전락한 생선, 신선하지 않았다

[리뷰] 아쉬움 묻어나지만 신인 감독의 가능성 보인 <돌연변이>

15.10.27 11:50최종업데이트15.10.2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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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편집자 주

영화 <돌연변이>의 포스터 ⓒ 필라멘트픽쳐스


상원(이천희 분)은 지방대학 출신의 기자 지망생입니다. 그는 한 방송사에서 면접에 응하게 되는데 면접관으로부터 합격 여부를 결정할 한 가지 제안을 받습니다. 인터넷상에서 사실 여부가 논란이 되는 '생선인간'에 대한 취재에 성공하면, 정식 기자로 채용되는 것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상원은 생동성 시험의 부작용으로 박구(이광수 분)라는 청년이 생선인간이 된 사실뿐만 아니라 그에 관한 제약회사의 비리까지 목격합니다. 한편, 생선인간의 존재는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박구에 대한 동정 여론과 신약개발을 위해 실험을 주도한 연구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집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제약회사의 음모로 인해 박구는 오히려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됩니다.

영화 <돌연변이>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현실을 풍자한 블랙 코미디입니다. 청년실업, 언론사 파업, 줄기세포 사건 등에서 드러난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모들이 바로 풍자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생선인간이 겪게 되는 일련의 일들이 굉장히 사실적입니다.

특정 기업의 제품을 사용한 후 부작용으로 평생 장애를 얻게 되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잃은 사례들이 있습니다. 거대 자본력을 가진 기업을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지속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극이 진행되면 될수록 생선인간 박구의 모습에서 희생자들의 소외가 겹쳐 보이는데, 한국 사회의 비참한 현실이 그대로 전해져 와 관객들은 씁쓸한 마음을 숨길 수 없게 됩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바로 박구가 아닌 상원이라는 점입니다. 상원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박구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관찰한 인물입니다. 상원은 박구가 직면한 부조리를 세상에 알리려고 하지만 결국에는 실패하고 맙니다. 현실과 타협하게 된 셈인데 이는 관객의 예상을 한 치도 빗겨나지 않습니다. 상원은 매우 평면적인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극의 마지막에 상원이 내리는 선택은 신선하지도 않고, 옳은 선택이라는 판단도 들지 않습니다.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박구는 상원의 취재 '대상'으로만 남는데 이와 같은 상원의 관찰자 시점이 박구라는 인물을 더 소외시킵니다.

박구를 연기한 이광수의 연기가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한 번도 배우 본연의 얼굴로 연기하지 않지만, 배우의 존재감은 또렷하게 느껴집니다. 몇몇 장면에서는 이도윤 감독의 <좋은 친구들>에서 연기한 배역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두 작품 모두에서 이광수는 자신의 의도와 달리 불행의 나락에 떨어진 인물의 심약한 면모를 보여 주는데 <돌연변이>에서는 보다 섬세한 감정 연기를 선보입니다.

영화의 연출은 매끄럽지 않은 구석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생선인간이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되면서 극의 리듬감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캐릭터의 활용도 미진한 구석이 있습니다. 특히 극의 중반부터 존재감이 거의 실종하다시피 한 주진(박보영 분)이 그 예입니다. 박구의 희로애락을 다룬 몇몇 장면에서는 좀처럼 잊지 못할 삶의 특별한 순간을 담아내는 데 성공하기는 합니다.

<돌연변이>는 첫 장편영화를 연출한 신인감독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하상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aprilmono.blog.me)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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