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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사람들> 완전판서 <신세계>와 <대부> 보다

[리뷰] 쿠데타부터 암살까지... 정치영화는 조폭영화와 닮았다

15.10.22 14:54최종업데이트15.10.2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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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때 그사람들> 재생 스크린 사진ⓒ 컨텐츠존


최근 무삭제 완전판으로 일반에 공개된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사람들>(2004). 이 영화는 박정희 암살 사건을 소재로 삼았는데, 개봉 당시 그 아들인 박지만으로부터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당했다. 결국 영화는 당시 사법부에 의해 박정희의 생전과 사후에 대한 몇몇 다큐멘터리 장면들을 검은색 화면으로 암전(삭제) 처리한 상태로 개봉됐다.

하지만 제작사의 항소로 3년여의 재판 끝에 영화는 "역사의 한 사건을 모티브로 상상력에 기초하고 있고, 대부분의 세부사항과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는 모두 픽션"인 것을 밝히는 조건 아래 무삭제 완전판으로 상영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미 개봉한지 십여년이 흐름 작품이라 극장 재상영보다는 2차 판권 시장에서 무삭제판이 공개된 실정이다. 그에 따라 최근 발매된 블루레이는 기존에 삭제됐던 장면들이 공개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렇게 완전판으로 공개된 이 영화는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것을 전제로 18년의 세월 동안 공포정치를 펼치며 밤의 황제로 군림하던 한 인간의 모습과 그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흥미로운 것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돈과 여자를 이용하고 폭력과 고문을 일삼는 이들의 모습을 보다보면 흡사 조직 폭력단과 비슷한 인상을 받게 되는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박정희를 암살하는 장면은 유흥업소를 습격하며 권력이동을 꿈꾸는 조폭들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김재규와 그 부하들은 박정희를 비롯한 경호원들을 사살한 후, 전쟁을 통해 우두머리를 제거했으니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며 잠시나마 안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박정희를 따르던 비서실장과 육군참모총장 등 나머지 인물들은 기존의 체제 속에서 권력을 유지하던 사람들이었다. 한 국가의 대통령이 유흥을 즐기다 갑작스럽게 암살된 밤중에 이들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은 상당히 급박하게 전개되는데, 무력을 확보하며 상황을 풀어가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조폭의 그것과도 흡사하다. 김재규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긴박했던 하룻밤은, 권력은 폭력을 수반한다는 명제를 확인시켜주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상단부터 <그때 그사람들>, <신세계>, <대부> 재생 스크린 사진. 부마항쟁의 폭력진압과 조폭들의 폭력, 이 둘의 연관성을 떠오르게 만드는 영화 <대부3편>의 대사.ⓒ 컨텐츠존, 사나이픽처스,파라마운트


실제로 오늘날 국가권력 역시 반기를 드는 시민들이 집회라도 이어간다면 질서유지를 명목으로 무자비한 철퇴를 가하며, 공권력에 대한 도전은 엄중한 처벌을 부른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오프닝에 등장하는 부마 시위를 진압하는 군인들의 다큐멘터리와도 접점을 이룬다.

또한 영화 속 남산 중앙정보부의 고문실 장면 등은 조직폭력을 다룬 영화 <신세계>의 오프닝에서 조직을 지키기 위해 고문을 벌이는 장면과도 비슷하다. 특히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연회장을 습격하는 중앙정보부 요원들의 모습은, <신세계>에서 정청을 습격하던 조직원들의 싸움장면과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

사실 박정희라는 인물 자체가 무력을 동원한 쿠데타에 성공해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을 손에 넣은 인물이라 할 수 있기에, 그를 따르던 수하들 역시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때문에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실탄으로 무장된 총기와 더불어 부하들의 수적인 우세에 집착하는 등 폭력적 수단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들을 보인다. 사실 이러한 부분들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영화 <대부> 3편에 언급된 유명한 대사인 "정치와 조직범죄의 본질은 같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표본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찌됐건 박정희가 집권한 18년의 세월과, 그의 사후에 펼쳐진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모습까지 상당히 폭넓고 긴 세월들을 담아낸 이 작품은 10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새롭게 다가오는 매력이 있다.

최근 무삭제 완전판 블루레이가 발매된 영화 <그때 그사람들>ⓒ 김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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