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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나란히 개봉하는 <특종>과 <돌연변이>가 그린 기자, 언론, 시스템

15.10.16 11:18최종업데이트15.10.1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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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2일 나란히 개봉하는 <특종: 량첸 살인기>(왼쪽)와 <돌연변이> 포스터. 두 영화는 장르는 다르지만 모두 기자가 등장한다. 언론사와 기자를 묘사한 방식도 큰 틀에서 비슷하다. ⓒ 오마이뉴스


* 이 기사엔 영화의 일부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모처럼 같은 직군이 소재인 영화가 동시에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오는 22일 개봉할 <특종: 량첸 살인기>(이하 <특종>)와 <돌연변이>다. 장르는 다르지만 두 작품이 전하는 이야기에 모두 기자가 등장한다. 언론사와 기자를 묘사한 방식도 큰 틀에서 비슷하다.

'기자' 하면 이미 형성되어 있는 이미지가 있다. 왠지 정의롭고, 진실을 찾으러 발빠르게 이곳저곳을 누빌 것만 같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을 덧대 보면? 왠지 기자가 비리와 구설수의 연결고리가 될 것만 같다.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신조어에서도 유추할 수 있지 않은가. 상반되지만, 씁쓸하게도 이것이 알게 모르게 사람들 안에 자리 잡은 대한민국 기자에 대한 이미지 중 하나다.

<특종>과 <돌연변이> 모두 이 전형성에 기댔다.

[특종:량첸 살인기] 진실을 거짓처럼, 거짓을 진실처럼

영화 <특종: 량첸살인기>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우선 <특종>을 보자. 제목 그대로다. 퇴직 위기에 몰린 한 평기자 허무혁(조정석 분)이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특종을 하며 승승장구하는데, 알고 보니 오보였다. 거대 특종이 대형 오보로 둔갑하고 살인범까지 직접 마주하게 된 허무혁이 일생 최대 위기를 맞는다는 게 이야기의 주 골격이다.

영화는 거짓이 거짓을 낳는 과정을 가감 없이 그렸다. 자신의 오보를 숨기기 위해 살인사건 증거들을 조작하는 허무혁은 생의 전선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평범한 대한민국 시민의 단면을 상징하는 거 같아 오히려 짠하다. 그에겐 건사해야 하는 만삭의 아내가 있고, 나이 들어 일선에서 퇴직한 부모가 있다.

영화는 이런 환경 요인을 허무혁의 면죄부로 활용하지 않고 곧바로 언론사 시스템을 조망한다. 허무혁의 기사 이면엔 사실 검증보다는 우선 보도에 초점을 둔 국장 이하 간부들이 있었다. 치열한 보도 경쟁 중 허무혁에 대한 주요 정보를 경찰에 흘리는 동료 기자도 존재했다.

일이 커지고 있음을 직감한 허무혁이 몇 번이고 이실직고를 하려 하지만, 급물살을 탄 특종 퍼레이드는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시스템은 그로 하여금 더 강하고 자극적인 기사를 쓰도록 요구하고, 어느새 오보가 진짜 특종이 되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이지만 말이 된다. 용케도 <특종>은 전형적인 기자상에서 한 발 더 들어가 언론사의 생리까지 제법 자세하게 묘사했다. 이를 상징하는 대목, 그러니까 뒤늦게 오보 과정을 실토하는 허무혁을 일갈하던 편집국장의 대사다.

"우리가 진실을 보도하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아. 네가 처음 보고했을 때? 100프로 진실일 거라 믿지도 않았어! 진실을 판단하는 거? 우리 일이 아니야. 그건 독자들의 몫이지."

이 한 마디로 대한민국 언론의 현 주소를 바라본 감독의 관점을 알 수 있다. 이런 식의 아픈 대사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그 덕에 다소 경쾌한 영화의 분위기가 결코 가볍지 않게 다가온다. <특종>은 광대가 된 기자들을 위한 블랙코미디다.

[돌연변이] 출구는 아직 열려있다

영화 <돌연변이>의 한 장면. ⓒ 영화사 우상


언론을 향한 <돌연변이>의 직구 역시 만만치 않다. 제약회사 임상 실험의 부작용으로 탄생한 생선인간 박구(이광수 분)가 중심 캐릭터라는 걸 생각하면 마냥 유쾌할 것 같지만, 언론인의 무력감을 묘사하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영화 초반부 청년 백수 상원(이천희 분)은 면접장에서 수십 번은 반복했을 모범 답안을 면접관 앞에서 읊는다. "진실을 파헤치고, 약자를 대변하는 기자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한 귀로 흘리며 간부는 그에게 시용 인턴 기자직을 제안한다. 다른 기자들이 공정 보도를 외치며 파업에 들어가 인력이 부족하다는 게 채용 이유였다.

제약회사와 재벌 권력의 희생양이 된 박구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상원의 진심을 알아주는 건 '키보드 워리어' 주진(박보영 분)뿐이다. 박구의 아버지(장광 분)와 인권 변호사(김희원 분)가 도움이 되고자 붙지만, 이들은 주진에게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거나 "공무원 시험 준비나 하라"고 타박하는 꼰대 역할에만 충실하다. 취재지시를 내린 상원의 상사마저 "하던 거 접고 맛집 프로그램을 준비하라"고 회유한다. 광고주의 압박 때문이다.

영화에서 본의 아니게 상원과 주진은 기성세대를 일갈하면서 음모를 파헤쳐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갖는다. 선과 악을 분명히 구분했다면 이야기는 보다 빠르고 경쾌하게 흘러갔겠지만, 그 구분 또한 쉽지 않다. 과연 취업은 뒤로 한 채 블로그에 매달리는 주진은 선인가? 시용 기자로 파업 기자의 자리를 본의 아니게 위협하게 된 상원은 정의인가? 영화는 이런 복잡한 질문을 던지며 관객들에게 함께 고민하기를 권한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특종>의 허무혁도, <돌연변이> 속 상원과 주진도 저마다의 기준으로 하나의 길을 택한다. 자신을 억압하던 큰 사건에서 해방된 직후 이들이 내린 결론의 결이 서로 다르다. 흥미로운 지점이다.

시스템에 순응해가던 허무혁을 탓할 수도 없고, 좌충우돌하며 시스템에 대든 상원과 주진을 마냥 응원할 수도 없다. 무 자르듯 정의할 수 없는 게 인생이지 않나. 실제 삶에서 우리의 선택은 끊임 없이 그 두 언저리 어딘가를 오갈테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체념만 할 수는 없다. <돌연변이>에 나오는 한 마디의 대사가 제3의 선택을 위한 실마리가 될지도 모른다. 포기 직전 일말의 희망을 품고 박구의 자취를 복기하는 상원에게 박구가 남긴 말이다.

"(포기하지 않고) 진실이 뭔지 묻는다는 거, 그건 진짜 기자라는 증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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