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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로 돌아온 '토토즐', 1990년대를 분석하다

[TV리뷰] MBC '다큐스페셜'이 발견해 낸 X세대의 가능성

15.04.21 14:25최종업데이트15.04.2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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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시작되었던 1990년대 열풍이 tvN <응답하라> 시리즈로 만개하더니, MBC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이하 '토토즐')로 대미를 장식했다. 그 시대를 살아왔던 사람들은 <무한도전>에 등장한 가수들을 보며 함께 웃고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며, 시대를 추억했다. 추억의 잔향은 깊었다. 20일 방영된 MBC <다큐스페셜> '90년대와의 인터뷰' 역시 그 일환이다.

다큐멘터리의 시작은 '토토즐'이다. 자신이 출연하지 않았음에도 몇 번을 돌려 보았다는 김원준은 방송을 보고 함께 춤을 춘다. 공부만 하지 않았던 엄마의 과거를 들켜 무안했던 주부 박모아씨나 결국 관객석을 보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는 만화가 김풍까지, '토토즐'은 이들에게 '청춘'의 시절을 되살려 줬다.

MBC <다큐스페셜> '90년대와의 인터뷰'의 한 장면ⓒ MBC


그렇다면 이들이 열광했던 1990년대는 어떤 시대였을까? 다큐멘터리는 1990년대 열풍을 소개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 다양성과 자유분방함으로 정의할 수 없는 정체성을 가진 'X세대'를 알아보고자 한다.

가방을 사도 'X 제너레이션'이라고 새겨져 있던 시대, 1990년대의 청춘들은 그들이 원하는 삶을 살고자 했다. 김풍은 이를 '즐겁고 재밌는 것을 위해 심취하고 파고들었던, 그래서 가볍지만은 않았던 세대'라고 말하고, 우석훈 교수는 '자기가 하고 싶으면 하고,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았던 현대적 세대'라 정의한다.

그렇다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 있었던' 것은 어째서 가능했을까. 그 배경에는 IMF 이전까지 마지막 황금기를 누리던 한국 경제가 있었다.

영화감독 장항준의 말대로 당시는 '꿈을 꾸기 위해 살았던', 무엇을 해도 어쨌든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던 경제적 풍요를 자신의 꿈과 즐거움으로 환원할 수 있었던 때다. '삐삐'와 'PC 통신'으로 대표되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두 문화가 급격하게 엇갈리던 지형 위에서 X세대는 각자의 꿈을 현실화하려 했고 또 그것이 가능했던 시대를 살았다.

하지만 이 이면에 우리가 간과한 역사의 비극도 있다는 사실을 다큐멘터리는 놓치지 않는다.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에게 대학 신입생이 숨지는 '강경대 사망 사건'이 있었고, 그에 대한 극렬한 시위 과정에서 학생 운동의 고립화도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개성과 자아를 존중하는 X세대에게 이제 '공동의 적을 향해 일사불란하게 싸워나가자'는 구호는 공허했다. 광장에서 함께 어깨를 걸고 노래를 부르는 대신 화려한 조명이 켜진 노래방에서 절규하듯 독창을 했고,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노래 운동패의 노래를 '음악'으로 환호했다.

"다양성 누렸던 X세대, 현재 획일화된 한국 사회의 유일한 가능성"

MBC <다큐스페셜> '90년대와의 인터뷰'의 한 장면ⓒ MBC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사회를 강타한 IMF와 함께 한국 사회의 풍요도, 1990년대의 화려한 문화도, 그리고 X세대의 자유도 함께 마무리되었다.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삼풍백화점이 주저앉았듯 잘 나가던 한국 경제에 브레이크가 걸렸고 그 경제의 융성을 즐기던 세대도 함께 무너져갔다. 1990년대의 대표적 가수였던 김원준은 자신의 쇠퇴기와 함께 한국 사회의 몰락을 지켜보았고, 한때 잘 나가던 벤처 사업가는 이제 치킨집 사장이 되었다.

그래서 다큐멘터리는 IMF 이후의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1990년대 세대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1960~70년대 경제 성장을 위해 희생한 어른들이나 1970~80년대 정치적 민주화를 위해 싸워왔던 선배들에 비해 풍요로운 삶을 누렸지만, 그저 물질적 문화에 탐닉한 측면이 있었다고. 부식되고 있었던 한국 사회에 눈을 돌리지 않고 자신들에게 던져진 풍요를 즐기다, 함께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와 다시 언급되는 X세대가 현재에는 어떤 의미를 줄까. 다큐멘터리는 당시를 진단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현재를 사는 X세대의 가능성과 한계를 짚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다큐멘터리는 마흔줄이 된 X세대는 어떻게 살아가는지 살펴본다. '토토즐'을 즐겁게 본 주부는 '엄마도 공부만 하지 않았다'는 것을 어린 아들에게 밝히고, 댄스 동호회 사람들과 1990년대 댄스 이벤트를 마련한다. 보고 즐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스스로 SES가 돠어 몸을 흔든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불고 있는 이른바 '키덜트' 열풍의 주인공도 바로 나이 든 X세대이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서 즐겼던 그 X세대의 정체성이, 나이가 들어서도 밤을 세워 레고를 조립하는 열정으로 유지된다.

이렇게 여전히 숨길 수 없는  X세대의 열정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에 대한 판단에는 의견이 갈린다. 장항준 감독은 '그 시대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 치달았던 열정이, 먹고 살기 위해 달려왔던 우리 사회에 먹고사는 것만이 아닌 다른 의미를 생각해 볼 여지를 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반대로 X세대가 풍요를 만끽했고 또 지극히 개인적으로 소비했기에 그 한계를 뛰어넘기 힘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이를 두고 동전의 양면과도 같이, 우석훈 교수는 '그들이 가졌던 문화적 다양성과 개성이 현재 획일화된 한국 사회의 유일한 가능성'이라고 짚기도 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MBC <다큐스페셜> '90년대와의 인터뷰'는 그저 문화적 신드롬으로 등장한 우리 사회의 1990년대 열풍을 X세대라 불렸던 한 세대의 특성과 삶으로 풀어내는 성취를 보였다. 또한 X세대가 가진 시대적 한계를 짚었고, 그 시대적 한계가 또 다른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들을 이제는 어엿한 한국 사회를 이끌어 갈 주역으로 자리매김한 세대로 호출한 점, 그 역사적·사회적 존재를 드러내고자 한 점이 이 다큐멘터리의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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