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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울화통 자극하면 시청률 보인다?

[주장] '욕하며 본다'는 우스갯소리, 시청률 견인에 교묘하게 이용

14.04.02 11:04최종업데이트14.04.02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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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마니아를 자청하던 주부 최아무개씨(43)는 즐겨보던 주말드라마를 끊기를 결심했다. 현실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법한 인물 구도에, 속 터지는 주인공의 행동에 울화통이 터져서다.

'과연 저게 가능해?' '겹사돈도 부족해 쌍쌍사돈?' '저런 패륜이...!'라는 놀라움에 보고 나면 허무한 감정까지 든다. 그러나 드라마 끊기 결심은 하루를 가지 못한다. 스마트폰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포털 사이트의 연예 기사 헤드라인의 유혹을 떨쳐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드라마 캐스터(실제로는 드라마 기사)에 최씨는 다시 리모컨을 집어든다.

MBC 아침드라마 <사랑했나봐>에서 오렌지주스를 뱉는 장면은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패러디가 될 정도로 화제가 됐다. ⓒ MBC


지난해 SNS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던 동영상에서 남성은 오렌지주스를 입안에 머금고 있다가 여성의 대사에 놀라 다시 컵에 이것을 뱉는다. 각종 유머 프로그램을 통해 패러디되고 있는 이 장면은 실제 MBC 드라마 <사랑했나봐>에 나온 장면 중 하나이다.

'얼마나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으면 먹던 주스까지 내뱉을까?' '저런 비현실적이고 억지스러운 장면이 어디 있어?'라는 다수의 의견을 이용한 과장된 표현, 시청자의 어이없음을 개그의 유머 코드로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일부 드라마는 시청률을 위해 무리수를 두기도 한다. 이를 꼬집는 KBS 2TV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시청률의 제왕>에서 '능력자' 박 대표는 시청률 그래프가 하락할 때마다 특정한 아이템을 활용해 그래프를 수직 상승시킨다. 예전 <인어 아가씨>의 은아 작가(은아리영)는 드라마에서 대본을 완성하는 것을 "피고름을 쏟아내는 것"이라고 표현했지만, 요즘 드라마를 보면 마트에 파는 MSG를 첨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MSG 뺀 담백한 고향의 맛 어디 없나요?

동일한 캐릭터에 비슷한 인물 구도. 이러한 내용은 일일드라마, 아침드라마에서 더욱 심각한 양상을 보인다. 드라마에선 어느 정도의 적절한 갈등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선과 악이 정확히 둘로 나뉘고, 인물은 비슷비슷해 보이며, 이들이 표출하는 시기와 질투도 닮았다.

자극적인 요소를 만들어내는 '욕망'의 주체는 주로 여성 서브 주인공이다. 이들은 패륜적 범죄를 저지르고 죄의식 없이 행동하며, 타인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운다. 현실에 저런 인물이 있다면 분명 사이코패스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반면 주인공은 항상 피해자다. 누명을 뒤집어쓰고 따귀를 맞는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울화통 터지는 행동만 일삼고 있다. 악녀의 분노 표출은 사이코패스적인데, 주인공의 분노표출은 아동기에서 멈춰있는 것일까?

비슷한 주인공에 찍어낸 듯한 결말도 문제다. 오죽하면 '같은 스토리 라인에 인물만 바꿔 드라마 만든다'는 조소 섞인 이야기를 하는 시청자가 늘어나고 있을까.

일정한 틀, 거의 비슷한 소재의 답습

1990년대부터 유행처럼 확산된 트렌디 드라마 이후 붕어빵처럼 찍어낸 캐릭터는 2014년 현재까지 동일하게 답습되고 있다. 자기 주도적이지 못한 캐릭터는 결국 '백마 탄 왕자님'의 안장에 안착한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의 울화통을 자극하는 것은 곧 시청률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따귀 같은 적절한 양념은 감칠맛을 더한다.

이런 현실에서도 명작은 탄생한다. 명작이 가진 공통의 속성을 살펴보면 세대를 아우르는 국민적 캐릭터가 스토리의 견인차 역할을 맡았다는 것이다. 시청률 50%가 넘는 대다수의 드라마는 가족들이 함께 둘러앉아 오붓하게 즐기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드라마는 어떤가. 시청률 올리기에만 열을 올리느라 자극적인 요소가 난무한다.

물론 이런 드라마가 생산되는 것은 비단 연출진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쪽대본으로 날밤을 새우며 작업하는 환경에서 매일 아침 그래프로 광고 단가를 책정하는 방송 시스템이 이러한 울화통 캐릭터를 만들어낸 장본인일 것이다.

TV 드라마는 현실을 투과하는 2차적 생산물이다. 현실이 투과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삶과 밀접하다는 것이다. 개선된 환경에서 제작되는, 삶이 비치는 드라마. 울화통보다는 웃음통을 자극하는 드라마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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