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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을 먹고 사는 '내 딸 서영이'의 이유있는 고공행진

[드라마리뷰] 첩첩산중 쌓인 이야기,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13.01.07 15:00최종업데이트13.01.07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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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내 딸 서영이>의 한 장면 ⓒ KBS


현재 주말드라마의 최강자는 '세습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KBS가 '국민 드라마'에 등극했던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 이어, 후속작인 <내 딸 서영이>로 시청률 40%를 돌파하며 연타석 홈런을 날린 것.

<내 딸 서영이>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요인으로 아버지를 아버지로 인정하지 않는 이서영(이보영 분)의 패륜이 패륜으로 비난받기보다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는 점과 강우재(이상윤 분)와의 사랑으로 신분상승을 이루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차용한 점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하나를 더 언급해야겠다. 한국 드라마에 빠질 수 없는 클리셰인 '출생의 비밀'이다.

'출생의 비밀'이라는 클리셰는 대개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주인공이 알고 보니 재벌가의 숨겨진 핏줄이라더라'는 식으로 드라마 속에 활용되어 왔다. 주인공의 신분을 수직으로 상승시키기 위해 자주 애용됐던 것이다. 하지만 <내 딸 서영이>는 이러한 공식을 살짝 비튼다. 비천한 출신의 주인공이 아침에 눈을 떠보니 재벌 2세가 되어 있다는 '신분의 수직 상승'이라는 공식을 '알고보니 뻐꾸기 알이었다'는 식으로 비트는 것이다.

KBS 2TV <내 딸 서영이>의 한 장면 ⓒ KBS


갈등이 갈등을 낳는 <내 딸 서영이>

눈치 빠른 시청자였다면 그동안의 방영분을 통해 윤소미(조은숙 분)가 강성재(이정신 분)를 대하는 눈빛이 고용주의 아들 이상이었다는 걸 감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는 강성재가 차지선(김혜옥 분)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질 때 '내 직감이 맞았구나'하고 쾌재를 부르는 시청자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딸 서영이>는 출생의 비밀에 '반전' 하나를 살짝 추가한다. 강성재가 윤소미의 아들인 것도 모자라 남편 강기범(최정우 분)의 핏줄이라는 반전을 살짝 추가해 차지선의 분노를 폭발시킨 것이다. 남의 핏줄인 줄 알고도 애지중지 키워온 막내아들이 사실은 하룻밤의 실수로 태어난 남편의 배다른 아들이란 사실을 알고 경악하는 김혜옥의 오열 연기 덕에 시청률은 고공 상승하는 중이다.

<내 딸 서영이>는 이서영과 강우재 부부의 이야기로만 먹고 사는 드라마가 아니다. 이서영과 아버지 이삼재(천호진 분)와의 갈등, 이상우(박해진 분)과 강미경(박정아 분)-최호정(최윤영 분)의 삼각관계, 품절남이 된 강우재를 잊지 못하고 연모하는 정선우(장희진 분)의 사연 등 다양한 곁가지 플롯이 드라마의 다양성에 힘을 실어주며 드라마의 재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내 딸 서영이>는 '갈등'을 먹고 사는 드라마다. 맨 처음 드라마에서 촉발된 갈등이 주인공 이서영과 아버지 이삼재와의 갈등이라면 두 번째 갈등은 이서영과 쌍둥이 동생 이상우와의 갈등이다. 세 번째 갈등이 남편을 속이고 살아온 아내 이서영에 대한 남편 강성재의 분노로 촉발된 강우재와 이서영의 갈등이라면 네 번째는 출생의 분노로 촉발된 차지선의 남편을 향한 갈등과 막내 강성재를 향한 갈등이다.

KBS 2TV <내 딸 서영이>의 한 장면 ⓒ KBS


갈등 쌓인 <내 딸 서영이>의 치유 방식이 궁금해진다

<내 딸 서영이>에서 네 번째 갈등이 촉발되는 시점은 특이하다. 본시 강성재는 '내가 낳은 자식'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고 키운 아들이다. 한데 강성재가 알고 보니 남편이 뿌린 씨앗으로부터 비롯된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차지선의 분노는 폭발한다.

강성재가 남의 아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는 친아들 강우재보다도 애지중지하던 귀염둥이 막내아들이, 남편의 핏줄이라는 걸 안 이상에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남편의 하룻밤 부정으로부터 비롯된 배다른 아들을 자기 손으로 23년 동안 속아서 키웠다는 분노 때문이다.

<내 딸 서영이>는 '가족의 의미'에 관해 진지하게 묻는 드라마다. 이상적인 가족이나 화목한 가족상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의 전략으로 가족의 의미를 시청자에게 되묻는 드라마다. 보증 빚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무책임한 아버지나 누나와의 절교를 선언하는 남동생, 남편의 하룻밤 부정으로 태어난 아들을 제 자식 이상으로 키워왔음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는 등의 갈등이 회를 거듭할수록 증폭되고 있다.

이제 주목해야 할 것은 커질 대로 커진 <내 딸 서영이> 가족 사이의 갈등이 어떻게 봉합되고, 어떻게 '가족주의'를 짜 맞춰 갈 것인가다. 사연 없는 인생이 없는 것처럼, 갈등 없는 가족은 없다. <내 딸 서영이>가 실타래처럼 하나 가득 늘어놓은 가족들의 갈등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봉합할 것이냐에 따라서 정상적인 가족이 아니라 하더라도 가족 안에서 얼마든지 치유가 작동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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