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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제왕> 장항준 작가님, 이 영화들 보신 거죠?

장항준 감독의 야심작 <드라마의 제왕>이 참조했을 법한 걸작 코미디 3편

12.11.19 17:11최종업데이트12.11.1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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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의 제왕>에 출연중인 배우 김명민ⓒ 이정민


장항준 감독, 아니 작가는 드라마 제작 현장을 '백병전'이라 표현했다. 그러니까, 영화판에서 잔뼈가 굵은 이 데뷔 10년이 넘은 영화감독이 바라본 드라마 제작 현장은 '생방송' 제작 현장에 비즈니스 마인드가 가득 찬 '소리까지 시끄러운 전쟁터'였던가 보다.

아내인 김은희 작가와 공동집필한 드라마 <싸인>의 연출까지 도맡다 대본에 충실하기 위해 자진하차하기도 했던 장항준 감독은 이미 편성의 고배를 마셨던 경험이 있다. 지상파 방송에서 편성을 저울질하다 결국 케이블행을 택해야 했던 신하균·이보영 주연의 <위기일발 풍산빌라>가 그 작품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 녹록치 않은 이력이 투영돼서일까. 그가 집필 중인 SBS <드라마의 제왕>은 단 4회 만에 살벌한 드라마 제작 현장의 이면 혹은 현실을 극적으로 까발리고 있다. 생방송 제작현장, 시청률 지상주의, 과다한 PPL 문제, 쪽대본, 돈 로비, 편성의 암투, 비일비재한 작가 교체, 톱스타 잡기 전쟁, 출연료 미지급 문제 등등.

좋은 작품과 대박 작품, 즉 작품성과 시청률 사이에서 오로지 욕망과 성공을 쫓는 앤서니 김(김명민 분)과 지난해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최고은 작가와 이름과 같은 이고은 작가(정려원 분)의 화학작용이 빚어낼 <드라마의 제왕>의 궤적은 분명 이전 드라마에 대한 드라마들과는 온도차가 한참 달라 보인다.

제작진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그들이 사는 세상>이 노희경 작가 특유의 사람냄새를 긍정하는 멜로드라마의 성격이 짙었다면, <온에어>는 김은숙 작가식의 전문직 드라마에 연예계 풍경을 얹은 로맨틱코미디였다. 반면 <드라마의 제왕>의 장르는 확고하게도 블랙코미디를 지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마련했다. <드라마의 제왕>이 참고했을 만한, 예술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동시에 그 현장의 우스꽝스러운 풍경을 통해 '인간'을 이야기하는 블랙코미디들 말이다. 영화, 연극, 라디오 드라마, TV 까지 그 장르도 다양하다.

<플레이어>의 한 장면. 당대의 스타 브루스 윌리스와 줄리아 로버츠가 카메오로 출연, 말도 안 되는 할리우드의 해피엔딩을 풍자했다.ⓒ 한영필름


<플레이어>, 앤서니 김의 영혼의 동반자 그리핀

이 영화 사장, 앤서니 김보다 더했으면 더 했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잘 나가는 영화 제작자 그리핀(팀 로빈스 분)은 오늘도 이런저런 시나리오를 자르고 작가들을 괴롭히면서 화려한 할리우드의 꿀맛을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냉혈한에겐 적들이 넘쳐나는 법. 어느 날 시나리오를 대표해 그리핀을 죽이겠단 협박편지가 날아들고, 결국 그리핀은 다른 남자를 협박범으로 오인해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다. 

지난 2006년 타계한 거장 로버트 알트만이 할리우드로 복귀해 만든 영화 <플레이어>(1992)는 이 시니컬한 감독이 바라본 흥행만을 쫓는 할리우드의 조망기다. 그리핀을 주인공으로 삼은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이를 통해 알트만 감독은 공산품 같은 상업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따라가는 척하며 할리우드의 관행과 허상을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누군가의 죽음에 관계된 제작자'라는 주인공의 설정도 비슷하지만 무엇보다 모두 다 싫어하는 앤서니 김과 그리핀과 같은 인물이 주도해 나가는 현실을 씁쓸하게 바라본다는 점이 일맥상통한다. <드라마의 제왕>의 앤서니 김은 결국 성장하겠지만, 이 비정한 거장 감독은 이 살인범에게 해피엔딩을 던져주는 블랙코미디의 극치를 보여준다.

우디 알렌 감독의 <브로드웨이를 쏴라>. 중년 여배우에게 홀딱 반한 극작가 데이빗.ⓒ (주)이벤트월드


<브로드웨이를 쏴라>, 우디 알렌의 블랙코미디를 어찌 비켜나가랴

코미디의 대가 우디 알렌 감독의 <브로드웨이 쏴라>(1996)는 이고은 작가마냥 성공작 없는 극작가가 주인공이다. 연출자와 배우들이 자신의 두 희곡을 못 알아봤다는 망상에 시달리던 데이빗(존 쿠삭 분)은 결국 브로드웨이 무대에 설 끈을 잡게 됐지만, 이것이 악마와 손을 잡은 것이란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다.

이 악마는 돈 많은 마피아 닉. 데이빗의 '파우스트'인 셈인데, 닉은 사사건건 극본에 간섭하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정부인 쇼걸을 배우로 만들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앤서니가 100억을 투자받은 이도 아마 재일조선인인 일본의 야쿠자이지 않았던가. 게다가 젊고 예쁜 부인을 곁에 둔.

우디 앨런 감독은 특유의 수다스러운 속사포 대사들 속에 데이빗을 밀어 넣는다. 캐스팅부터 극본까지 난리 통속에 작가주의를 외치던 데이빗은 늙은 여배우 헬렌에게 반하고, 망해가던 각본은 깡패 치치의 영감에 의존하기에 이른다. 마피아와 얽힌 예술가가 통제불능인 배우와 만나 악전고투 끝에 작품을 완성하는 데이빗은 마치 앤서니 김과 이고은 작가의 고충을 합쳐놓은 것 같은 인물이다.

일본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의 포스터. 마이크를 두고 몸싸움 중인 인물들의 모습이 꽤나 상징적이다.ⓒ 튜브엔터테인먼트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톱스타들은 왜 다 안하무인이고 제멋대로인거야

<드라마의 제왕>의 또다른 중심축은 안하무인 한류배우 강현민(최시원 분)일 것이다. 출연료 20억이 기본인 이 4차원 배우는 향후 드라마 속 드라마 <경성의 아침> 제작 과정에서 사사건건 말썽을 일으킬 것을 예고하고 있다. 앤서니와 한 때 사귀었던 여배우 성민아(오지은 분) 역시 돌발변수인 것은 마찬가지다.

초짜 작가의 대본으로 라디오 드라마 특집극을 만드는 과정을 그린 코미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역시 배우들이 문제다. '캐릭터를 죄다 미국이름으로 고쳐라', '배경을 뉴욕으로 바꿔 달라' 등 왕년의 대스타였던 주인공 여배우의 까다로운 조건을 프로듀서는 무조건 들어줄 수밖에 없다. 다른 배우들이 들고 일어나는 건 당연지사.

생방송이란 한계점에 쫓기는 제작진은 이리저리 쫓아다니고, 그러는 사이 주인공 미야코의 원래 대본은 산산조각이 나버린다. <웃음의 대학>으로 유명한 감독 미타니 코기는 그 와중에서도 생방송을 완수해야 한다는 제작진의 노고와 열정을 위트있고 훈훈하게 그린다.

만약 이 영화들이 '고전'이라 느껴진다면 두 편의 '미드'도 안성맞춤이다. 영국에서 성공을 거둔 드라마 작가, 제작자 커플이 미국으로 건너와 리메이크작을 만들며 겪는 과정을 코미디로 그린 <에피소드>와 < SNL >과 같은 코미디쇼를 만드는 제작진의 일상을 포복절도하게 그리는 < 30ROCK >을 '강추'한다.

4회까지 <드라마의 제왕> 속 앤서니는 현재 편성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이 위기를 넘는다 해도 <경성의 아침>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만날 암초들은 한 둘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 장항준 감독의 그려낼 블랙코미디의 '진맛'이 숨어 있을 것이다. 그 요소요소를 이 영화들과 비교해본다면, 이 메타드라마의 진가를 좀 더 넓고 깊게 알아챌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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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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