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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제왕' 장항준 작가님, 김명민이 전부가 아니였군요

[드라마리뷰] 속도감과 캐릭터, 신랄한 리얼리티 돋보인 만족스러운 첫방

12.11.06 09:54최종업데이트12.11.0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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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제왕>의 한 장면. 촬영 현장에서 카리스마를 자랑 중인 앤서니 김ⓒ SBS


이토록 자신만만한 드라마 첫 회가 근래 또 있었을까.

인기 드라마 <우아한 복수>에 3억짜리 간접광고(PPL)인 그 징글징글한 '오렌지주스'를 끼워 넣고자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건 드라마 제작사 대표 앤서니 김(김명민 분)의 고군분투를 그린 1회의 전반부는 속도감과 캐릭터의 성격, 확실한 볼거리로 무장해 있었다.

"당신에겐 드라마가 예술일지 몰라도 나한텐 비즈니스"야 라는 앤서니 김은 "그 주스 한 잔에 돈 3억이 걸려있다"며 결국 작가를 속이고 보조작가인 이고은(정려원 분)을 끌어 들여 20년 경력의 작가 몰래 대본을 수정하기에 이른다. 촬영장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수정된 우스꽝스런 대본, 그 대본으로 기계처럼 찍어내는 촬영 현장, 초치기를 하며 그 촬영 테이프를 기다리는 방송국 풍경까지가 이어진다.

'작품을 위해선 아버지도 버려야 한다'는 신조의 앤서니 김은 기상 악화로 포기해야만 했던 헬기대신 강원도에서 서울까지 1시간에 1000만원의 주파한다는 조건으로 섭외한 택배 기사의 죽음을 뒤로 한 채, 드라마 방영을 차질 없이 완수하는 독한 근성을 자랑한다. 그 근성이 결국 <우아한 복수>의 30% 돌파와 자신의 몰락을 맞바꾸는 '신의 한수'(?)가 될지도 모르는 채.    

10월 31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월화드라마 <드라마의 제왕>제작발표회에서 홍성창 PD, 장항준 감독, 이지효 작가, 드라마 외주제작사계의 천재적 경영종결자 앤서니 김 역의 배우 김명민, 드라마 보조작가 이고은 역의 배우 정려원, 제국프로덕션 소속의 톱스타 여배우 성민아 역의 배우 오지은, 최고의 한류스타 강현민 역의 배우 최시원이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며 아자를 외치고 있다.ⓒ 이정민


'약육강식의 전쟁터'에서 만난 김명민과 장항준

'강마에' 김명민과 작가이자 감독인 장항준의 만남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드라마의 제왕>은 여타 드라마가 최소 2~3회에 걸쳐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을 1회 안에 몰아넣는 강수를 뒀다. 그리고 속도감으로 중무장한 <드라마의 제왕>이 보여준 자신만만함은 초반 강한 몰입도와 흡입력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잡아끄는데 성공했다.

결국 택배 기사의 죽음이 스캔들로 번진 앤서니김의 몰락이 예고된 1화의 핵심은 한류스타들의 얼굴과 현 드라마 한류의 현주소를 나열하는 편집이 돋보인 앤서니김의 강연에서 볼 수 있듯 극적 구성에 드라마 제작 현장의 현실을 적절하게 녹여내는 것이었다.

쪽대본이 난무하고, 종영날 방영 직전까지 촬영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무리한 스케줄에 졸음운전을 하는 매니저들이 교통사고를 다반사로 내는 한국의 드라마 촬영 현장. 거기에 과도한 PPL일지라도 대본 안에 잘 녹여내야만 내공 있는 드라마 작가로 인정받는 현실.

"영화판보다 드라마 판이 더 전쟁터"라던 작가 장항준은 보는 이 드라마 제작 현장은 '돈'이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전쟁터다. 이를 대변하는 인물이 93.1%의 성공률을 자랑하는 앤서니김이요, 이 대척점에서 드라마의 예술혼(?)을 강변하는 이가 이고은일 것이다.

10월 31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월화드라마 <드라마의 제왕>제작발표회에서 드라마 외주제작사계의 천재적 경영종결자 앤서니 김 역의 배우 김명민이 카리스마 넘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그들이 사는 세상>과 <온에어>와는 다른 온도차의 근원지는?

그러니까 드라마에 대한 드라마인 '메타드라마'였던 노희경 작가의 <그들이 사는 세상>과 김은숙 작가의 <온에어>가 비교의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드라마와 로맨틱코미디로 분류되는 두 드라마가 '그 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는 명제에 충실하거나 배우와 매니저를 축으로 한 드라마판의 구조를 건드리는 내부인의 애정 어린 시각으로 그려졌다면, <드라마의 제왕>은 좀 더 신랄하고 냉소적인 시각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장항준 감독이 아내인 <싸인>의 김은희 작가와 공동집필했던 비운의 드라마 <위기일발 풍년빌라>를 떠올려 봐도 좋다. 참신함이 발목을 잡아 결국 지상파에서 편성을 받지 못했던 이 드라마는 신하균의 온 몸 바치는 열연과 함께 물욕에 눈이 먼 인간 군상들을 코믹하면서도 냉소적으로 그린 바 있다.

장항준 작가의 그런 성향은 아마도 고스란히 <드라마의 제왕>에 이식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3년 간 절치부심한 앤서니가 이고은의 데뷔작인 100억짜리 <경성의 아침>을 제작하는 과정을 그려나갈 향후 전개에도 1회에서 보여줬던 드라마판의 디테일과 현실감이 장항준 작가의 성향과 맞물려 나갈 공산이 크다. 

일본 야쿠자인 재일교포 투자자, 안하무인이자 4차원인 한류스타 강현민(최시원 분), 앤서니 밑에서 고생하다 배신을 때리고선 대표가 된 오진완(정만식 분), 앤서니와 한 때 사귀었던 여배우 성민아(오지은 분) 등의 캐릭터들의 면면이야말로 앤서니와 이고은이 좌충우돌할 드라마 제작 현장의 이면을 상징하는 듯 하다. 우리가 '드라마 같다'고 일컫는 달콤함이나 운명론이 거세된 현실감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 시청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불멸의 이순신> <하얀거탑> <베토벤 바이러스> 등으로 불패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김명민의 존재감일 터다. 몰락한 스포츠매니저가 재기하는 과정을 그린 톰 크루즈의 <제리 맥과이어>가 연상될 만큼 <드라마의 제왕>의 앤서니는 분명 매력적인 캐릭터다. 돈과 욕망만을 쫓던 남자가 개과천선하는 기승전결은 전형적일지언정 꽤나 드라마틱하고 매력적인지 않은가. 더불어 확실하고 선 굵은 캐릭터야말로 김명민의 주특기였던 만큼 1회 속에서 김명민은 충분히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시켜줬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다소 지적인 메타드라마이자 일종의 전문직드라마인 만큼 좀 더 젊고 감각적인 시청자들에게 먼저 호응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 만큼 폭넓은 시청자층을 끌어들이는 것이 관건일 터. <드라마의 제왕>의 첫 방 시청률은 6%대였다. <드라마의 제왕>은 드라마 속 앤서니킴의 불패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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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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