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이은우 "솟아나는 열정 끄집어내며 살고 싶어"

[인터뷰 ②] 한글 자음으로 읽는 배우 이은우(ㅇ부터 ㅎ까지)

11.11.20 11:06최종업데이트11.11.2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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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까지 진학했다가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에 과감히 등록을 포기했다. 짜인 틀 안에서 사는 것 같았다는 배우 이은우. 그의 말에서 <방자전>의 춘향을 읽을 수 있었다.

<방자전> 제작발표회 당시, 하이라이트 영상을 미리 본 기자의 머릿속에는 '저 춘향을 연기한 배우는 참 도도할 것 같다'는 첫인상이 있었다. 화면 속의 춘향은 어딘가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목소리도 낮고 차분했지만 어딘가 불쑥불쑥 날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굳이 비유하자면, 사금파리를 단단히 먹인 고운 색의 명주실 같다고나 할까.

채널CGV TV방자전의 춘향이 배우 이은우가 9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를 찾았다. 배우 이은우가 사진기자의 카메라로 셀프촬영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정작 얼굴을 마주한 이은우는 잘 웃었고, 솔직했다. 유년 시절의 이야기를 하던 중 지역마다 '방방'이나 '퐁퐁' 등으로 불리던 트램폴린이 화제에 올랐을 땐 손뼉까지 쳐가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헤르만 헤세의 명작 <데미안>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마음속에 솟아나는 열정을 다 꺼내어 보고 싶다'는 이은우는 다시, '배우'의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알았다. 사실 그 명주실 끝에는, 훨훨 하늘을 날고 싶은 예쁜 연 하나가 매달려 있다는 것을.

"롤러코스터 같은 경험, 소중한 도움 됐다"

[ㅇ- 이유미] 자연인 이은우, 그러니까 이유미는 어떤 사람인가. (기자 주-이은우는 배우로서의 예명이며, 그의 본명은 이유미다)
"서울 정릉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까지 10년 넘게 살았다. 어렸을 때 나는 굉장히 조용한 아이었다. 나서는 아이도 아니었고, 친한 아이들과만 친했다. 방과 후엔 그 아이들과 개천에서 놀기도 했고. 또 기억나는 건 집 근처에 시장이 있었는데, 할머니를 따라가면 꿀떡을 사주시곤 해서 그 재미로 시장에 따라다니기도 했다. 요즘엔 등산을 좋아해 집 근처의 산에 종종 오른다. 걷는 것도 좋아해 6월엔 제주 올레길을 혼자 걸었다. 그리고 영화 <도쿄타워>를 보고 감명 받아 최근엔 플라멩코를 배우고 있다. 아직 2번밖에 안 가서 '배운다'고 말하기엔 부끄러운 정도지만. (웃음)"

[ㅈ-종칠이] 2006년 <소문난 칠공주>에서 이승기의 상대역인 종칠 역으로 캐스팅됐다 몇 주 만에 하차했다.
"그땐 실력이 많이 부족했다. 몇 백대 일의 공개 오디션을 통과한 건 사실인데, 본 촬영에 들어갔을 땐 감독님의 생각만큼 못 했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래도 무난한 것보다는 오히려 롤러코스터처럼 굴곡이 있는 경험들이 도움이 꽤 많이 되는 것 같다. 아무 어려움 없이 배우로서 상승곡선을 탔으면 내가 놓치는 부분들이 많았지 않았을까. 좌절하고 실패해 보면서, '더 열심히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너의 경험 하나하나가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실패란 말은 없다'는 말을 좋아한다. 단지 경험일 뿐이라는 뜻이니까."


채널CGV TV방자전의 춘향이 배우 이은우가 9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를 방문,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ㅊ-춘향] 춘향은 많은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복제된 인물이다. 이은우만의 춘향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대본의 힘을 믿어서 일단은 대본을 정말 많이 봤다. 그리고 감독님께서 분명히 작품에 대한 생각이 있으셨을 것이라 생각해 그것도 믿었다. 이 아이가 어떤 아이일까 고민도 많이 했지만, 대본 자체가 워낙 좋아 그 상황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감독님께 대본을 맨 처음 읽고 춘향에 대해 '이유 있는 반항'이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 어머니에 대한 애증이 이 아이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내가 연기할 때도 항상 어머니에 대한 애증을 마음에 둔 상태에서 연기하려 노력했다."

[ㅋ-카메라] 카메라 앞에 선다는 것, 연기한다는 것은 이은우에게 어떤 의미인가.
"사실 카메라 앞에 서는 게 항상 긴장되고, 두렵기도 하다. 동시에 설레기도 한다. 저울처럼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 어떤 땐 좋고, 어떤 땐 두렵고. 그래도 막상 카메라 앞에 서면 그 상황 속에 있는 인물의 마음에 집중하려고 한다. '액션!' 소리가 들리면, 그냥 그 안에 있는 거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상황 속의 그 인물처럼 연기하는 건 어느 배우나 갖고 있는 희망사항 아닐까. (웃음)"

"'TV방자전' 찍어 유명해지겠다는 생각 없었다"

[ㅌ-타인] 배우는 수많은 타인과 함께 작업해야 하지 않나.
"방자·춘향·몽룡이 먼저 캐스팅돼서 감독님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친해졌는데, 한 번은 정말 힘든 신을 찍은 적이 있다. 그 땐 정말 서로 도와주면서 촬영을 끝냈고, 끝나자마자 서로 안으면서 '수고했다, 두 사람 없었으면 이 촬영 못 했을 거다'라고 말했다. 그 느낌이 참 좋더라. 다른 분들, 윤기원 선배님이나 이아현 선배님도 연기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 주시고 호흡을 잘 맞춰 주셔서 감사했다. <방자전>은 아무래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았고,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런데 '이 작품을 찍어서 유명해지겠다'는 생각은 0%도 없었다. 단지 '처음으로 주어진 큰 역할이니까, 어떻게든 잘 끝내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내 안에서 솟아나는 열정 같은 것들을 속이지 않고 끄집어내면서 살고 싶다. 그게 죽을 때까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배우 이은우의 진실이다. ⓒ 이정민


[ㅍ-편] 무슨 일이 있어도 항상 이은우의 편인 사람은 누구일까.
"이유미, 그러니까 나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 배우라는 직업이, 지칠 때가 많지 않나. 잘 안 풀릴 때도 있고, 고정된 이미지 때문에 그 시각을 바꾸기도 힘이 들고. 그때마다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건 나 자신인 것 같다. 취미가 산책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하면서 나를 치유하곤 한다."

[ㅎ-희망사항] 앞으로의 희망사항은.
"요즘 <데미안>을 다시 읽고 있는데, 소설 속에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는 구절이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 구절처럼 내 안에서 솟아나는 열정 같은 것들을 속이지 않고 끄집어내면서 살고 싶다. 그게 죽을 때까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 한글 자음으로 읽는 배우 이은우 1편

이은우 TV방자전 이선호 여현수 소문난 칠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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