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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사람을 분리하는 건 용서만큼 어렵지 않을까

영화 <하모니>, 용서는 가장 신과 닮은 감정, 누구도 강요할 수 없는 일

10.01.27 15:00최종업데이트10.01.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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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모니 포스터 ⓒ 하모니홈페이지


2010년 들어 첫 당첨 시사회.
그날은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으나, 영화를 보고 나온 뒤 마음은 왠지 모를 훈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또 다른 시선을 나에게 보여준 <하모니> 때문이었다.

▲ 하모니 2010 첫 시사회당첨 ⓒ 신은주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마라"

몇 해전 다큐 <용서, 그 먼 길 끝에 당신이 있습니까?>를 본 적이 있다. 희대의 악마로 불리는 유영철의 칼날에 쓰러져간 피해자 유가족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이야기였다. 그때도 그랬고 오는 1월 28일에 개봉할 '하모니'를 보고 나서도 계속 남는 물음은 "진정으로 우리의 삶속에서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이 경구를 실천할 수 있을까? 과연 죄를 죄로만 보고, 사람을 사람으로만 볼 수 있을까?

흔히 "용서"는 가장 '신과 닮은 감정'이라고 한다고 한다. 수많은 감정을 지니고 사는 인간이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며, 그 누구도 강요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일임은 이야기 한 것일 것이다. 영화 <하모니>를 보면서 죄를 지어 법의 심판을 받고 있는 그들 또한  엄밀히 말하면 "남겨진 자들"임을 인식했다.

몰론 영화의 초점이 그들 대부분이 살인이라는 나쁜 죄를 지었지만 대부분 우발적인 사고였거나 자기 방어적인 행동이었음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래서 사회 일각에서는 죄를 미화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있을 수도 있지만. 영화 <하모니>에서는 말하고 있다. 죄를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진 말아달라고... 그들 역시 죄를 지었지만 그 죄의 굴레 속에 남겨진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달라고. 그리고 결국 그들 역시 다시 교도소의 담장을 너머  세상 속으로 들어와야 할 사람이라는 것을...

그녀들이 무섭다고? 그녀들도 당신을 무서워할지도 몰라

"살인"이란 단어가 주는 그 자체의 무거움에 짓눌러버릴 만큼 "죽음"과는 또 다른 느낌. 사람을 죽인다는 것... 그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결코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생각은 당연하다. 하지만 조금 말을 바꾸어 보자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사람"은 어떨까? 살다가 보면 얽히고 얽매이게 되는 사건과 감정들로 인해 '죽이고 싶은 만큼 미운사람'이 생길 수 있다.

다만... 행동에 옮기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우발적이든 그렇지 않든 죄를 짓고 법이 쌓은 담장 너머로 걸어 들어간 그들 또한 법적인 처벌을 온전히 받아내고 난 후 세상 속으로 돌아가기 쉬울까? 많은 범죄자들이 다시 재 범죄를 일으키게 되는 것 또한 그들을 받아 주지 않은 세상과 그런 세상을 속에 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기 벅찬 그들. 우리 모두 어떤 의미에서는 또 다른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는 것은 아닐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을 가해자일 뿐 범죄를 일으킨 뒤의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기 보다는 '죄를 지은 사람'이라는 낙인에 굴레 속에서 모든 것들을 보게 된다. 그 사람이 그 이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왜 죄를 지었는지? 라는 질문보다는 그 모든 초점은 "죄"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후 죄에 대한 질타와 멸시의 시선 뒤에 슬그머니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이 들어선다. '왜 그랬을까?' 하지만 그러한 의문은 찰라의 감정으로 지나가고 또 다시 '죄'의 시선으로 그 사람을 바라본다.

(모든 이가 그렇다. 사람들은 그것이 법적인 죄의 유무를 떠나서 사람으로서.... 라는 기준으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해내니까.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법의 잣대를 들이대야 할 만큼의 죄를 지었다는 사실은 사실이니까... )

죄와 사람을 분리하는 것은 용서를 행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아닐까? 머리로는 가능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진정 가슴으로 이해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이렇게 어려운 이야기를 하모니가 세상을 향해 풀어내고 있다.

▲ 교도소와 아기 묘한 조합?! ⓒ 하모니홈페이지


가장 어둡고 침침할 것 같은 교도소에 아기는 사실 어울리지 않는다. 영화를 보기 기전에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는데, 영화를 보면서는 내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몰랐을 뿐이지, 실제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임신 중에 교도소에 들어오게 될 경우에는 그녀가 자식을 품안에 안을 수 있는 법적 허용기간이 18개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무튼, 그 부조화스러움은 그저 짐작일 뿐이었다. 그 곳이 어디든 엄마와 아이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아름다운 곳임을... 편견의 눈을 걷어내고 보면 느낄 수 있었다. 그 아름다움은 아이의 환한 미소로, 아이의 무의식적인 위로로 아이와의 정다운 놀이로 교도소 곳곳에 피어난다.

▲ 즐거운 연습 세상과의 소통을 꿈꾸다 ⓒ 하모니홈페이지


교화목적으로 꾸려진 합창단은 처음엔 오합지졸이었으나. 서로의 마음의 문을 열면서 쑥쑥 성장한다. 아이와의 첫 특별외박을 위해 열심히 연습해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지만 이는 헤어짐으로 이어진다. 마음 쓰린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가장 사랑하는 자신의 아이를 타인의 손으로 보내주는 것보다. 마지막 손을 잡아주고, 내어주는 것 또한 엄마가 할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이별 가장 사랑하는 아이와의 이별 ⓒ 하모니홈페이지


이야기는 약간의 짜여진 감동을 보여주지만 그런들 어떠리~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아려 눈물을 흘리고, 웃음 짓고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그쯤은 조금 밀어낼 수 있었다. 또한 연기자들의 연기는 그 자체로 느낌을 전한다. 더함도 덜함도 없이 이야기 속의 대상의 마음이 전해질만큼...

결국에는 "사랑"

▲ 결국엔 사랑 아이를 아끼는 마음 ⓒ 하모니홈페이지


하모니는 "사랑"이야기다. 죄를 짓게 되는 것도 사랑 때문이었다. 그것이 옳고 틀리다고 말할 수 있는 명백한 기준은 각자 생각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잘못된 사랑 때문에 죄를 짓기도 하고, 또 역설적이게도 사랑으로 죄를 씻기도 한다. 아이의 해맑은 미소 때문에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나 관계가 진전되기도 하고,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또 다른 엄마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물하기도 하고, 부모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능하지 않을 것 같던 용서를 할 수 있기도 한다.

사형제도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활발하다. 영화에서도 교화되어가는 재소자들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혼란한 시국에 행해지는 사형이 이루어진다. 그녀들의 엄마가 되었던 그녀가 면회하러 가는 길(교도소에서 잦아지는 면회는 사형이 가까웠다는 의미인 것 같았다.) 그녀가 가는 길에 "찔레꽃"이 울려 퍼진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날 하나씩 따먹었다오
엄마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신영복 선생님의 <처음처럼>이란 서화 에세이집을 보면 다음 글이 나온다.

기다림

기다림은 더 먼 곳을 바라보게 하고
캄캄한 어둠속에서도 빛나는 눈을 갖게 합니다.
찔레꽃잎 따먹으며
엄마를 기다려 본 사람은 압니다.

유년시절을 도시에서 보낸 나는 생소한 글귀였었다. 하모니에서 다시 만난 찔레꽃 노래를 들으며, 왠지 모르게 그 찔레꽃 맛을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과는 조화를 이루지 못해 불협화음을 만들어 낼 것 같다는 짐작을 과감히 벗어내고 그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준다면 분명 영화속처럼 멋진 하모니까지는 몰라도 꽤 괜찮은 하모니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약간 아쉬운 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뚝~?! 끝나버리고 엔딩 크레딧 올라가면서 바로 극장의 물이 켜지고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채 단속할 시간이 없어 도망치듯이 황급히 영화관을 빠져나오게 한 약간의 부족한 센스~.

하모니 맑고향기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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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나에게 시어빠진 레몬따위나 줄 뿐이지만 나는 그것으로 레모네이드를 만들것이다 -전경린- 시어빠진 레몬이 아니라 레모네이드를 만들고 싶은 사람입니다. 관심분야- 문화, 문화재, 역사, 여행, 책,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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