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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로 막내린 김광현 데뷔전

[프로야구] '초특급 신인' 김광현, 4이닝 3실점

07.04.11 08:50최종업데이트07.04.1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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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디 쓴 첫 등판이었다.

'초특급 신인' 김광현(SK 와이번스)이 프로의 매서운 맛을 새삼 실감했다. 김광현은 1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07 삼성 PAVV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3실점한 채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김광현의 승패는 기록되지 않았고 경기는 삼성이 6-5로 승리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날이었지만...

▲ 호된 신고식을 치른 SK 김광현
ⓒ SK 와이번스
예전 소설 중에 <운수 좋은 날>이란 작품이 있다. 그 작품 속에서 주인공은 이상하리만큼 운수가 좋은 날을 맞이하지만 결말은 그 어느 평범한 날보다 더욱 비극적인 것이었다. 이날 김광현의 하루가 그랬다.

김광현의 이날 하루는 경기 시작 전부터 평범하지가 않았다. 선발투수는 경기가 시작되기 전인 2시간 30분전인 오후 4시까지만 도착하면 되지만 경기 시작 5시간 전인 오후 1시 30분에 경기장에 도착한 것이다. 상황은 이랬다. 김광현이 구단 관계자에게 '언제까지 경기장에 가면 되느냐?'고 묻자 '2시까지 가야 된다'고 말했고 김광현은 이보다 30분 일찍 도착한 것이다.

그 관계자의 말도 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다. 김광현을 제외하고 다른 선수들은 오후 2시까지 도착하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발투수이기 때문에 4시까지만 경기장에 도착하면 됐고 이후 김광현은 자신이 좋아하는 잠을 라커룸 안에서 잘 수 있었다. 비록 경기장에 일찍 도착하기는 했지만 경기장 분위기도 일찍 익히고 좋아하는 잠도 잘 수 있으니 1석 2조였다.

그리고 경기 외적인 요인도 김광현을 도와줬다. 김광현은 예전부터 비 오는 날에는 희한하게 성적이 좋다고 말해왔다. 이날 인천 날씨는 오전 내내 흐리다가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상당히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자칫하다가는 경기가 취소될 정도의 굵기와 양이었다. 덕분에 김광현도 이날 경기에 들어가기 전 "공이 손가락에 잘 감겨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4이닝 3실점, '쓰라린 프로 신고식'

하지만 프로는 아마추어와 달랐다. 김광현은 1회에 박진만에게 빗맞은 안타 1개만을 허용했을 뿐 심정수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깔끔하게 시작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의 호투는 계속 이어지지 않았다. 삼성 타선은 2회 공격에서 김광현의 공을 어느 누구할 것 없이 공략하기 시작했다.

김광현은 2회 투구에서 진갑용, 박한이, 김창희에게 연속안타를 맞으며 1사 만루 위기를 초래했다. 이후 박정환을 유격수 앞 병살타로 처리하며 실점 위기를 넘긴 후 3회 투구에서는 삼성 타선을 3자 범퇴로 처리하며 안정을 찾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짝수 이닝이 또 다시 김광현을 괴롭혔다. 김광현은 4회 1사 후 양준혁에게 우중월 홈런을 내주며 데뷔 첫 피홈런과 실점을 기록했다. 이후 진갑용을 유격수 앞 땅볼로 잡아내며 무난히 4회를 마치는 듯했지만 이후 박한이, 김창희에게 2루타, 박정환에게 중전 적시타를 허용하며 2점을 더 내줬다.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볼넷은 단 한 개도 내주지 않았지만 4회까지 피안타를 8개나 기록할 만큼 공의 위력이 없었다. 탈삼진도 기대에 못 미치는 2개밖에 잡아내지 못했다.

결국 이날 김광현은 4이닝 동안 66개의 공을 던지고는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김광현은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 3점을 뒤진 상태에서 물러나 패전투수 위기에까지 몰렸지만 4회말 공격에서 SK가 3점을 올린 덕분에 승패는 기록하지 않았다. 최고구속은 평소에 훨씬 못 미치는 시속 142km였으며 대부분의 직구가 시속 140km를 밑돌았다.

하지만 경기 후 SK 김성근 감독은 김광현에게 '채찍'보다는 '당근'을 줬다. 김 감독은 "실투가 결정적 순간에 홈런이 돼서 아쉽다"며 "데뷔전이라 긴장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직구 스피드가 안나왔고 이 정도 컨디션에서 이 정도면 비교적 잘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현의 말도 비슷했다. 김광현은 "직구 스피드가 생각보다 안나왔고 몸이 전체적으로 무거웠다"며 "경기 초반에는 맞혀 잡자는 생각으로 던졌는데 3연속 안타를 맞은 후 생각이 바뀌어 전력 피칭을 했다"고 밝혔다. 김광현은 이어 "오늘을 계기로 오기를 갖고 더 열심히 해서 다음 등판 때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을 맺었다.
2007-04-11 08:50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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