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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이승엽 최홍만 "새해에도 부탁해요!"

[결산] 열정 하나로 한국을 빛낸 2005 스포츠 스타들

05.12.31 08:28최종업데이트05.12.3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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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은 땀방울 하나, 열정에 모든 것을 걸고 수많은 청춘들이 험난한 무대 위에 도전장을 던진다. 약육강식의 법칙 속에서 모두가 승자가 될 수는 없지만, 열정을 불사르는 그 모습 자체만으로 감동을 안겨주는 것. 그것이 바로 스포츠다. 올해도 수많은 별들이 뜨고 졌던 치열한 승부의 세계, 한국 스포츠의 가장 빛나는 별들을 돌아본다.

○ 한국 축구, 유럽을 정복하라

▲ 박지성 선수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전 세계 축구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인 유럽축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의 변방이라던 아시아에서 날아온 두 작은 거인. 박지성과 이영표는 네덜란드 리그를 거쳐 각각 잉글랜드의 축구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토트넘 홋스퍼의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 잡으며 한국축구의 위상을 뽐냈다.

국내라면 은퇴를 생각할 35세의 나이에, 홀연히 오스트리아 축구에서 황혼의 열정을 불사르고 있는 서정원(SV리트)의 노장 투혼도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운동선수로서는 작은 체구와 동양인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지치지 않은 체력과 성실함으로 세계적인 선수로 올라섰다는 점. 스포츠는 재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노력과 열정의 산물이라는 훌륭한 증거이다.

○ 서재응, 박찬호, 이승엽 다시 날개를 달다

지난 한 해 동안 우울한 성적표로 실망을 안겼던 미국 메이저리그의 한국 선수들. 그러나 올해는 다시 한 번 코리안 파워를 부활시키며 한국 야구의 매운 맛을 다시 입증했다. 맏형 박찬호(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악연으로 점철된 텍사스를 떠나며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100승의 금자탑을 수립했고, 서재응(뉴욕 메츠)은 8승 2패, 방어율 2.59의 칼바람을 일으키며 컨트롤의 마법사 그래그 매덕스에 버금가는 '리틀 매덕스'로 명성을 떨쳤다.

한동안 '한국선수들의 무덤'으로 평가되던 일본 야구에서는 이승엽이 부활의 찬가를 불렀다. 일본 진출 2년 만에 오랜 부진을 딛고 팀 내 홈런(30개) 부문 선두에 오르며 롯데 마린스의 저팬시리즈 우승까지 견인한 이승엽의 부활은, 한국 야구의 자존심과 함께 아시아의 거포다운 명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 골프계의 우먼파워는 계속된다

이제 한국 골프는 가히 여걸들의 춘추전국시대다. 올해도 한국 골프에서는 '포스트 박세리'를 꿈꾸는 여걸들의 돌풍이 이어졌다. 골프계의 메이저리그라 할만한 미 LPGA 투어에서 강수연 이미나 이지영 김초롱 장정 김주연 같은 한국선수들이 잇달아 우승 소식을 전하며 '골프 강국'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떨쳐 국내 팬들에게 뿌듯함을 안겼다.

이렇듯 화려한 성적에 가려지긴 했지만 돌풍의 원조 격이라 할만한 박세리의 오랜 부진과 신세대 스타 김초롱을 둘러싼 국적 논란, 미셀 위 실격 파장 등은 골프계에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 사건으로 아쉬움을 주기도 했다.

○ 한국 프로야구의 신 전성시대, 우리가 책임진다

2000년대 이후 최초로 300만 관중 시대를 열며 화려하게 성공한 프로야구. 소속팀은 비록 4강에도 오르지 못했지만, 개인 최다인 17승을 거두며 맹활약한 손민한(롯데)은 MVP로 손색이 없는 올해 최고의 투수였다. 오랜 부상과 부진의 터널, 몇 번이나 야구인생을 접을 위기 속에서도 특유의 끈기와 열정으로 인고의 시간을 묵묵히 견뎌낸 손민한의 재기는 화려한 성적을 넘어서 인간 승리의 표본이었다.

올해 3년 만에 정상을 탈환한 삼성 라이온즈의 일등공신은 배영수도, 양준혁도 아닌 겁 없는 루키 오승환이었다. 정규리그 10승 1패 16세이브, 방어율 1.18로 선수층이 두터운 삼성에서 선배를 제치고 감히 주전 마무리투수로 맹활약한 그의 진가는 큰 경기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신인왕에 이은 한국시리즈 MVP 수상, 당당한 영건 파워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 테크노 골리앗, 검은 콩을 튀겨내다

▲ 최홍만 선수
ⓒ 인터넷공동취재단
씨름계의 천하장사 최홍만이 K-1으로 전향한다고 했을 때, 일부 팬들은 그의 선택을 민속씨름에 대한 배신으로 치부했고, 혹자들은 덩치와 힘만 앞세운 그가 K-1에서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속단하기도 했다. 그가 데뷔 초반, KO승을 거듭하며 연전연승할 때도 많은 팬들은 상대가 약체였기 때문이라고 평가절하하며 그의 위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9월 월드 그랑프리에서 K-1을 대표하는 야수 밥 샙을 물리친 이후, 그는 이제 명실 공히 K-1의 천하장사로 거듭났다. 밥 샙을 쓰러뜨린 필살기였던 '살인 니킥'은 이제 최홍만을 상징하는 전매특허가 되었다. 비록 최근 본야스키에게 아쉽게 판정패를 당하며 무패 행진에 종지부를 찍었지만, 이제 그는 확실한 K-1의 흥행보증수표다.

○ 박주영 이천수, 프로축구를 빛낸 별

올해 프로축구는 박주영의 화려한 비상으로 시작하여 이천수의 완벽한 부활로 마무리 지었다고 볼 수 있다.

박주영(서울 FC). 두 뺨에 여드름 흔적이 채 가시지 않은, 이제 갓 20대의 문턱에 접어든 풋풋한 청년은 1월 카타르에서 열린 청소년 대회를 시작으로 K리그에서 역대 최연소 해트트릭을 작성하는 등 신드롬을 일으키며 새로운 스타에 목말라 있던 축구팬들을 열광시켰다.

스페인 프로축구 적응에 실패하며 시련의 세월을 보내야 했던 이천수(울산 현대)도 국내 프로무대에서 복귀 첫해, 팀의 우승을 견인하며 MVP까지 수상하는 영광을 차지했다. 최근 정신적으로 한 단계 성숙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이천수가 내년 독일월드컵에서도 전매특허인 시원한 프리킥으로 골망을 가르기를 기대해본다.

○ 음지에서 더욱 빛나는 스타들

미디어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도 언제나 음지에서 묵묵히 정상을 향하여 최선을 다하는 기초종목의 스타들도 빛났다. 여자 역도의 장미란(원주시청)은 11월 세계여자 역도선수권 대회 75kg 금메달, 아마복싱 이옥성(보은군청)은 세계복싱선수권 대회 금메달, 펜싱 여자대표팀의 남현희 정길옥 이혜선 서미정 팀은 세계펜싱선수권 단체전 우승을 차지하는 등 각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르며 2005년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뽐냈다.

특히 전통적으로 열악했던 한국 빙상의 역사에 새 희망을 던진 김연아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피겨스케이트의 요정' 김연아는 16세 약관의 나이에, 국제 빙상연맹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정상에 올라 한국 빙상의 차세대 유망주로서의 입지를 확인했다.
2005-12-31 08:28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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