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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한국야구기자회 그리고 기자실

한국프로야구의 기자실은 어떠한가?

01.12.31 18:45최종업데이트02.01.0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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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 4월 13일 서울 프레스센터 12층 연수실에서는 '기자실 개혁을 위한 시민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출입처 기자실은 주요일간지 및 방송 등 기득권 언론에게만 배타적으로 주어지고 있다"며 "현행 출입처 제도는 기득권 언론이 아닌 대안언론, 군소 언론의 취재원 접근을 차단, 국민 모두가 균등한 정보의 기회를 누려야 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해왔다"고 주장했다(2001년 4월13일자 기사 '기자실 개혁 토론회에 가봤더니...' 참조).

사실 지금까지 많은 정부청사나 공공기관들에서는 폐쇄적인 기자실이 운영되고 있었다. <오마이뉴스>의 최경준 기자가 인천국제공항 기자실에서 쫓겨나면서 기자실문제가 불거지긴 했지만, 폐쇄적 기자실은 해당기관이 제공하는 각종 정보를 독점하고 있었고, 정보 민주주의와 국민의 알권리 실현을 저해하며 새로운 형태의 언론발전을 제약하고 있었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5월 4일 제출해 7월 24일 가처분 결정을 받아낸 인천공항 기자실 '출입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서'에 따르면 폐쇄적인 기자실은 부당하게 경쟁자를 배제하는 행위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 23조를 위반하고, 헌법 제 21조 제 1항에 나온 "모든 국민은 언론의 자유를 가진다"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며, 헌법 제 11조에 규정된 기회 평등의 원칙(특정 언론기자들에게 출입을 금하거나 보도자료의 제공을 거부하는 행위)에 위반된다고 했다(인천공항기자실 '출입방해금지가처분 신청서' 전문참조).

그러면, 지금까지 이야기한 기자실 문제와 한국프로야구와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상황이 조금은 다르지만, 한국프로야구에는 행정상의 책임을 갖는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가 있고, 각 구단들이 있으며, 기자들의 모임인 한국야구기자회라는 것이 있다. 지금 현재 8개 구단 7개 구장에는 기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기자실이 마련되어 있다.

구장 사정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구장마다 약 20여 석 크기의 기자실이 있다. 그리고, 골든 글러브 시상식과 같은 행사가 있을 때에는 KBO에서 프레스룸을 따로 만들어 기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구장 기자실이나 행사장 프레스룸은 한국야구기자회 회원들만이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한국야구기자회라는 명칭에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독자들을 위해 기자회에 대해 설명한다.

▲ 기자실 내부 모습. 각각의 책상에는 한국야구기자회 가맹사들의 이름이 써있으며 전화 등도 제공되고 있다. ⓒ 이성환
한국야구기자회는 '야구 취재를 위한 회원 상호간의 편의제공 및 회원간의 친목도모를 그 설립목적(회칙 1장 2조)'으로 하는 일종의 친목단체로써 페넌트 레이스 MVP, 한국시리즈 MVP 선정, 명예의 전당 헌액자 선정, 기타 야구발전을 사업목적으로 하고 있다(1장 3조).

회원은 문화관광부에 등록된 중앙일간신문과 통신, 방송사로 제한(2장 4조)하며 가맹사로는 99년 4월 1일 현재 경향신문, 국민일보, 대한매일, 동아일보, 문화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한국일보, 스포츠서울, 스포츠조선, 스포츠투데이, 일간스포츠, 연합뉴스, KBS, MBC, SBS, CBS, YTN 등 20개 사로 이루어져 있다.

신규회원이 입회하기 위해서는 가맹사 과반수의 찬성으로만 가능하며, 한국야구기자회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회비(연 1만 원)를 1년 이상 미납하면, 가맹사 과반수의 동의로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2장 7조).

KBO가 필자에게 제공한 한국야구기자회 회칙에는 기자실에 관한 어떠한 내용도 없지만, 지금 현재 7개 구장의 기자실과 KBO가 제공하는 프레스룸(행사시)의 사용은 한국야구기자회 회원으로 제한되고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골든 글러브 시상식이 진행된 12월 11일 COEX에 설치되었던 프레스룸에 들어갈 수 없다는 통보를 KBO측으로부터 받은 적이 있다. 한국야구기자회에 가입되어 있는 기자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KBO에서는 이날 프레스룸에 모여 있는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한다.

KBO관계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필자는 보도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하자 "기자들을 다 쫓아다니며 보도자료를 나누어줄 수는 없지 않느냐"며 "만약 그날 달라고 했으면 주었을 것"이라고 답하였다.

▲ 밖에서 본 기자실. 본부석 상단(사진 중앙)의 통 유리판이 설치된 곳이 취재기자실이다. ⓒ 이성환
참으로 일리가 있는 답변이면서 아이러니컬한 답변이 아닐 수 없다. 한국야구기자회에 가입은 까다롭고, 회원들은 말을 하지 않아도 보도자료를 나누어주지만, 비회원 기자들에게는 말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기자인지 알고 보도자료를 주겠냐는 이야기이니 말이다.

말이 나온 김에 KBO 관계자와의 전화인터뷰 내용을 밝히겠다. 필자는 지난 12월 19일 KBO 관계자에게 기자실 관련 인터뷰를 정식으로 요청했지만, 5일이 지난 24일 오후 KBO 관계자로부터 정식인터뷰 거부 통보를 받았다. 전화에서 관계자는 "공식인터뷰로 40~60분의 시간을 허비할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전화로의 짧은 인터뷰를 요청했다.

기자가 ID발급에 대해 직원에게 문의했다가 거부당한 일을 이야기하자 "경기장 출입 ID문제는 직원이 잘못 말한 것 같다. ID는 야구를 취재하는 누구나 받을 수 있다. 단, 야구를 지속적으로 취재할 수 있는 기자들에 한한다. ID발급은 기자가 요청하면 발급은 KBO의 검토를 통해 결정된다"라고 이야기했다.

기자실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의 한국야구기자회와 신생언론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KBO가 중간에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왈가왈부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이야기했으며, "기자실을 20년간 야구취재를 해온 기자들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또한, "서울잠실야구장의 경우 21개 언론사가 20여석을 나누어서 쓰고 있으며, 지방구장의 경우 기자실이 협소하여 기자들조차 제대로 기자실을 사용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라고 이해를 부탁했다.

전화인터뷰를 정리해보면 한국야구기자회나 기자실문제는 기존 기자회원들과 신생언론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KBO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KBO의 입장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KBO 관계자와의 인터뷰 이후 7개 구단 관계자(1개 구단과는 전화연결이 되지 않아 인터뷰를 하지 못했음)에게 전화를 통해 각 구장 기자실에서 기자들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어느 정도 되는지를 물어 보았다.

▲ 인천 문학구장의 기자실 예정장소. 문학구장에서는 스카이박스 3개 실이 기자실로 사용될 계획이다. ⓒ 이성환
몇몇 구단은 보도자료 이외에도 미디어 가이드북과 각종 홍보물 등을 제공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구단들은 각종 기록, 주요 이슈, 팬 서비스 행사안내 등을 포함한 보도자료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리고, 공식발표가 있는 날이면, 한국야구기자회에 가입된 언론사들과 지역언론사들에게 팩스로 자료를 제공한다고 하였다. 이 정도면 한국야구기자회 회원들이 회원이기 때문에 얻는 정보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정리해볼 때 한국프로야구에는 KBO, 구단, 선수들 등의 취재원들이 있고, 그들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한국야구기자회 회원 기자들과 그밖에 기자들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팬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물론, KBO와 한국야구기자회는 출입기자실 이용제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기자실을 출입하고, 자유롭게 취재하는 기자라면, 일정한 자질을 갖춘 전문가여야 하고, 엠바고(중요한 사안에 대하여 일정시기까지 기사화하지 않겠다는 기자들과 취재원과의 약속)를 지키기 위해도 제한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기자회에 속하지 않아도 충분히 야구취재활동이 가능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한국야구기자회와 KBO가 기자실 출입기자를 제한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기자의 전문성과 자질에 대해서는 한국야구기자회나 KBO가 평가할 문제가 아니라 독자들이 판단해야 할 문제이다. 엠바고는 취재원과 기자와의 약속이다. 따라서, 약속을 지키고 안 지키고는 기자가 결정해야 할 문제이다.

인천공항 기자실 출입금지 가처분신청서에서도 "출입기자단에 속하지 않은 기자라고 해서 엠바고를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이를 근거로 출입기자실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이야기했으며, 더 나아가 "설사 출입기자실을 일반인에게 개방함으로써 엠바고가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해도 어차피 해당기관이 정보를 공개할 것인지 알아서 판단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기자회에 속하지 않아도 충분히 야구취재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물론, 취재활동을 할 수 있다. 아웃사이더로 말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기자실에서는 보도자료가 기자실에게 지급된다. 그만큼 많은 자료와 정보를 기자실에서 얻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회원 기자들은 구단에게 일일이 요구하거나 발로 뛰어다니며, 자료와 정보수집을 하여야 한다.

지금 현재 구장들의 사정상 기자실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것은 필자가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기자실 좌석도 제한되어 있고, 많은 언론사 직원들이 그 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20년 동안 야구취재를 해준 언론사들이 야구발전에 도움이 되었기에' 그들에게 제한된 좌석을 우선 지급해야 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이 20년 동안 프로야구기사를 써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이 프로야구발전에 100% 도움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각 언론사는 누구에게 도움을 주는 사회봉사단체가 아니다. 물론, 어려움을 겪는 소수의 사람들을 대변해야 할 의무는 있지만 말이다. 기자는 기자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언론사를 위해 기사를 쓰고, 자신이 속한 언론사의 독자, 시청자, 청취자를 위해 쓰는 것이다.

어떠한 면에서 보았을 때 그들은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기자생활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필자 자신도 프로야구를 취재하고 싶은 욕구와 현실을 독자에게 알리고 싶은 열정을 위해 지금 이 기사를 쓰고 있다. 누가 프로야구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는 지금 현 시점에서 판단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훗날 역사가 판단해줄 것이며, 독자, 시청자, 청취자들이 판단할 일이다.

그럼 한국프로야구의 기자실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 문제일까? 지금 현시점에서 어떤 대안이나 문제해결 방안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기자실 개혁을 위한 시민 토론회'에서 제시된 기자실개혁을 위한 대안을 한국프로야구계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종합토론회에서의 대안

▲ 2001년 12월 31일 잠실야구장의 모습. 2002년 새롭게 태어나는 한국 프로야구가 되길 바란다. ⓒ 이성환
1. 동사무소 드나들 때처럼 자유롭게 '새소식 샘터'로 만들자.
2. 일본식으로 출입기자단을 두되 가입조건을 대폭완화하고 공식브리핑참석과 보도자료 이용 등에서는 완전 자유롭게 하자.
3. 정부 각 부처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에 브리핑 주제와 시간을 공지하고 그 주제에 관심 있는 기자라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게 하자.

KBO는 기자회와 신생언론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방관자의 자세보다는 KBO가 한국프로야구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이상 열린 프로야구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주길 바란다. 기자실을 개방하면 어중이떠중이 다 모여서 안 된다는 논리도 나올 수 있지만, 이 논리에는 취재원이 언론을 통제해야 한다는 시각이 숨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이런 논리를 KBO가 가지고 있다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위험한 생각이기에 과감히 버려야 할 것이다.

한국야구기자회도 신생언론을 배척하는 지금 현재의 폐쇄적 기자실운영을 과감히 탈피하고 자유롭게 한국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다같이 힘써 나가주길 바란다.

오마이뉴스와의 열린 인터뷰에서 기자실 개혁에 성공한 일본 가마쿠라시의 다케우치겐 시장은 "기자실의 진정한 개혁은 기자들 스스로 노력할 때에만 가능하다"라고 이야기했다(2001년 7월 30일 기사 '나는 왜 기자실을 개혁했나' 참조). 한국야구기자회도 스스로 개혁의 노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한국 프로야구는 20년이라는 긴 역사를 가진 한국 최고의 인기 프로스포츠이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서고, 경제적인 발전을 이루면, 최고의 인기스포츠인 프로야구도 더 많은 인기를 누릴 것이고, 더 많은 인프라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벌써 내년부터 문학야구전용구장이라는 메이저리그급 인프라를 얻게 되었다. 이제 한국프로야구도 선진국형 프로스포츠로 거듭날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이야기이다. 그 전에 한국프로야구는 준비해야 할 일이 많은 것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 무엇이 프로야구 발전에 도움이 되는가를 생각하고 준비하는 한국 프로야구가 되길 바란다.
2001-12-31 18:45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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