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이 다시 한국을 도발해왔다. 경제 보복라는 무기로 한국을 자극한 일본에 대한 한국 민중의 반발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마침 올해는 3.1 운동이 일어난 지 딱 100년이 되는 해이다.

한 발 한 발, 옆 사람과 손잡고 걷는 것으로 시작되었던 100년 전 민중들의 움직임은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후, 해방된 이후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저항해 왔다. 그런 다양한 계층의 항일 활동이 이미 여러 영화들에 담겼다. 어떤 영화는 액션을 중심으로, 어떤 영화는 스릴러의 형식을 빌려 담기도 했으며 어떤 영화들은 드라마로 담담하게 그렸다.

때론 많은 상상력이 담기기도 하지만, 대다수 항일 영화의 공통점은 그 당시 저항활동의 치열함과 진지함이 오롯이 담겼다는 것이다. 해방 직전부터 1900년대 초까지를 배경으로 하는 여러 장르의 항일 영화들을 역순으로 정리해 보았다. 

[1940년대 해방 직전] 한국의 유산을 지키기 위한 분투
 
 영화 <말모이> 포스터

영화 <말모이>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말모이>(2019)
감독 : 엄유나
출연 : 유해진, 윤계상, 김홍파, 우현, 김선영


언어에는 그 나라의 역사와 정신, 사상 등 많은 것이 담겨 있다. 그만큼 자신들이 쓰는 언어가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특히 한국은 자신만의 고유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은 일반 민중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언어였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은 한국민들의 한글 사용을 금지하며 민족성을 해치려 했다.

<말모이>는 한글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사전을 만들었던 조선어학회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일본의 교육 시스템 하에서 많은 한국 학생들이 일본어를 사용했고, 한글을 잊어갔다. 그때 한글을 지켜야겠다는 사명감으로 한글 사전을 만들었던 조선어학회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그들이 지켜낸 것은 비단 언어뿐만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고유의 사상과 문화를 한꺼번에 지켜낸 의미있는 항일의 기록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까막눈 판수(유해진 분)는 그 당시 한글을 전혀 모르던 일반 민중을 대표한다. 그의 아들이 학교에서 일제의 위협 속에 일본화 되는 과정은 당시 환경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하게 한다. 판수가 조선어학회 정환(윤계상 분)과 다른 멤버들과 만나 점점 한글에 빠져드는 과정은 꽤 감동적이다.

언어를 전혀 모르던 그가 조금씩 그것을 배워가면서 한글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과 한글을 지키려고 무던히 애쓰는 장면은 결국 우리의 것을 지키는 건 국민 한 명 한 명의 작은 힘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를 지키기 위해 그들이 얼마나 큰 위험을 감수하며 희생했는지 알게 해주는 영화 <말모이>는 웃음과 감동을 담아 항일 정신을 전달한다. 

[1930년대] 분노를 품고 일제를 겨눈 총구 
 
 영화 <암살> 포스터

영화 <암살> 포스터ⓒ (주)쇼박스

  
<암살>(2015)
감독 : 최동훈
출연 :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오달수, 조진웅


1930년대는 실제로 국내외에서 독립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던 시기다. 여러 작전들이 시행되었고 그 와중에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사실 그 모든 작전들을 세세하게 다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거악' 일제와 맞서는 독립운동가들의 마음가짐이 결코 가볍지 않았을 거라는 건 짐작할 법하다. 

영화 <암살>은 실존 인물을 일부 활용하여 살을 붙여 만든 가상의 사건이다. 독립군 저격수인 안옥윤(전지현 분)을 중심으로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분), 염석진(이정재 분) 등이 사건에 개입되어 강인국(이경영 분)이라는 친일 매국 행위를 한 인물에 대한 처단 작전을 보여준다.

영화 속 독립군들은 시종일관 진지하지만, 그들 나름의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 농담도 주고 받고 일반적인 생활을 이어나간다. 그들은 막상 작전이 시작되면 눈을 빛내며 일제에 대항해 치열하게 싸운다. 영화는 몇 번의 반전으로 긴장감을 유지하며 그 당시 치열하게 일제와 맞섰던 독립군의 모습을 진지하게 담는다. 

영화 말미엔 국가를 배반한 자를 처단하는 모습도 등장한다. 일제를 따랐던 인물이 독립 후 재판에서 처벌을 받지 않고 풀려나지만, 안옥윤과 그 일행이 처단한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친일파들에 대한 청산은 완전히 완료되지 않았다. 아마도 친일 청산에 대한 갈증을 가진 관객들이라면 영화 <암살>을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920년대] 적과 아군을 구분할 수 없던 시기 
 
 영화 <밀정> 포스터

영화 <밀정> 포스터ⓒ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밀정>(2016)
감독 : 김지운
출연 : 송강호, 공유, 한지민


일제강점기 때의 일반인들에게 일본의 시스템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사회 시스템인 공공기관들은 일본인이 주로 이끌었지만, 그 안에는 조선인이 일부 있었다. 당시 그건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기관에서 일을 하고, 중간 계급이 되는 조선인도 존재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친일 행각을 한 사람이 있는 반면, 어쩔 수 없이 직업으로써 일제의 시스템에 속하여 일한 사람도 있다. 

그래서 더욱 더 혼란스러워진다. 자신이 친일 행각을 하는 것인지 아닌지, 상대방이 적인지 아군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이런 혼란은 일제 강점기가 어느 정도 자리잡아가는 1920년대 이후 해방까지 계속 이어진다. 영화 <밀정>은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 이정출(송강호 분)과 독립 의열단 리더 김우진(공유 분)의 관계를 보여주며 이런 혼란을 세심하게 그린다. 

극 중 이정출은 아주 비열하고 적극적인 친일파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제 조직에 어느 정도는 충성하며 미래의 자기 위치를 꿈꾸는 인물이다. 영화 초반, 이정출은 김우진을 잡아 공을 쌓으려고 하지만 점점 그와 그 주변의 인물들과 관계를 맺어가며 내적 변화를 겪는다. 서로 관계를 맺어가는 순간 순간에 서로 느끼는 긴장감을 숨기게 되는데, 두 인물은 영화의 중반까지 서로를 완전히 믿지 못하고 그것이 영화 후반부의 긴장감을 극대화하게 된다. 

김지운 감독의 영화답게 영화적 재미와 함께 디테일한 설정으로 가득 차 있고, 출연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매우 훌륭하다. 무엇보다 그 당시 어느 쪽을 따를 것인지 결정하지 못했던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그대로 알 수 있는 이야기로, 수십 년이 지난 현 시점에도 흥미롭게 볼 만한 영화다. 

[1910년대] 저항에 뛰어든 민중, 그리고 작은 영웅 
 
 영화 <항거> 포스터

영화 <항거>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항거: 유관순 이야기>(2019)
감독 : 조민호
출연 : 고아성, 김새벽, 김예은


사회의 큰 변화를 만드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은 지나고 보면 아주 커 보이지만 사실은 작은 순간들이 모여 큰 움직임을 만들어낸 경우가 많다. 일제강점기에도 작은 저항들이 이어졌다. 그 중 이후에 영향을 준 가장 큰 움직임은 1919년에 있었던 3월 1일, 삼일 운동일 것이다. 이후 임시정부가 마련되고, 국내뿐 아니라 만주 등 다른 나라로 독립운동은 확산되었다.

영화 <항거>는 유관순(고아성 분)이 삼일운동 이후 서대문 형무소에 갇히게 되면서 그 안에서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유관순에 대한 이야기다. 수십 명이 수용되어 있는 작은 방에 유관순이 떨궈지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한다. 그 방에 있던 유관순의 동네 아주머니는 그를 보며 이야기한다. '너 때문에 내 아들이 죽었어! 죽일X'. 어쩌면 그것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담은 말 한마디일 것이다. 독립운동을 자신의 일이라 여기지 않았던 대중들의 관점이 이 영화에 담겨 있는 것이다.  

우리는 촛불이 하나하나 모여 무수한 사람들이 광장에 함께 서 있던 날을 기억한다. 그곳에 분명 눈에 띄는 대표적인 인물들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촛불 혁명이 힘을 얻은 건, 바로 그저 평범한 소시민들의 행동 때문이다. 삼일운동도 작고 평범한 불씨를 가진 일반 민중들이 모여 이룩한 혁명이다. 그렇게 모여 부른 만세가 전국적으로 퍼지고 만주까지 퍼짐으로써 훗날 독립 저항의 힘을 기르고 결국 독립까지 이루는 데 큰 힘이 되었다.

극 중 유관순을 연기한 고아성은 그동안 출연한 여느 영화보다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일본에 저항하는 강인한 눈빛과 오기, 주변 사람을 챙기는 따뜻함 등 다양한 모습을 소화해 러닝타임 내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고아성의 연기 덕분에 영화가 끝나고 한동안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삼일운동 100주년이 되는 올해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완성도의 영화이다. 

[1900년대] 저항의 시작, 그 역사를 바로잡다
 
 영화 < 2009 로스트 메모리즈 > 포스터

영화 < 2009 로스트 메모리즈 >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 2009 로스트 메모리즈 >(2002)
감독 : 이시명
출연 : 장동건, 서진호, 나카무라 토호루, 천호진


역사를 제대로 알고 배운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현재 일본의 교육 시스템은 학생들에게 과거 일본이 어떤 전쟁을 일으켰는지, 어떤 나라에 피해를 주었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가르치지 않는다. 그래서 대다수 학생들은 성인이 된 뒤에도 정확한 역사를 알지 못한다. 역사를 감추려는 자들은 자신들의 패배나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부당함을 감추고 거짓으로 정당성을 만들어 세력을 유지시키려는 것이다. 현재 일본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자민당을 비롯한 일본 회의가 벌이고 있는 정책이 바로 이와 유사하다.

2002년에 개봉한 < 2009 로스트 메모리즈 >는 SF 액션 장르에 일제강점기 배경을 녹여, 조작된 역사가 아니라 '진정한 역사'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지금 시점에 돌아보면, 마치 오늘날 일본에서 벌어질 일들을 미리 상상한 듯하다. 

< 2009 로스트 메모리즈 >는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하고, 그 때문에 서울이 일본의 제3도시가 된 미래의 한반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은 한국계 핏줄을 가진 일본 특수조직의 요원 사카모토(장동건 분)다. 영화는 그가 반정부 세력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과거 1909년에 벌어진 안중근 의사 저격 사건에 숨겨진 음모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개봉 당시 한편으로는 황당하게 느껴졌던 이 영화의 소재는 이상하게도 현 시점에선 마음에 와닿는다. 무엇보다 조작된 역사를 다시 바로잡으려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는 극 중 조선인들의 활약, 안중근 의사의 모습은 '일제강점기가 오늘날까지 계속되었으면 어떨까' 하는 끔찍한 상상을 해보게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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