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이온 킹> 포스터

영화 <라이온 킹> 포스터ⓒ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많은 사람은 개개인의 삶에서 나름의 굴곡을 거치며 성장한다. 이 삶의 굴레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기 마련이고,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더라도 다시 올라갈 수 있는 시기는 반드시 찾아온다. 인생에 찾아오는 내리막을 우리는 종종 '실패'라고 부른다. 내리막은 누구나 경험하게 된다. 어떤 사람에게는 빨리 찾아오기도 하고 어떤 이에겐 늦게 오기도 한다. 사실 시기가 언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실패의 시간 속에서 어떤 사람과 만나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게 되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때로 실패는 개개인의 삶을 변화시킨다.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개인이 바라보는 지향을 변하게 만든다. 특히 가족에게 받은 영향과 외부인으로부터 받은 영향이 함께 시너지를 발휘하는 순간, 삶의 방향성은 보다 명확해지고 발걸음 또한 거칠 것이 없어진다.

결국 한 사람의 발걸음이 지켜야 할 것을 지키게 만들고 세상을 바꾼다. 하지만 때론 그 발걸음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기도 한다. 만약 퇴행하는 발걸음이라면 누군가의 세상을 서서히 망가지게 만드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세상뿐만 아니라 본인 자신도 파괴하고 마는 것이다.   

실패와 그것으로 인한 삶의 변화에 대한 영화

영화 <라이온 킹>은 실패와 그로 인한 반작용에 관한 영화로 아기 사자 심바(목소리: 도널드 글로버)의 실패와 성장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라이온 킹> 속 심바의 이야기는 심바와 전혀 다른 방향을 보는 삼촌 스카(목소리: 치웨텔 에지오포)의 성공-실패와 연계되면서 우리 삶의 굴곡을 있는 그대로 펼쳐낸다.
 
 영화 <라이온 킹>의 한 장면

영화 <라이온 킹>의 한 장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미 어린 사자 심바의 이야기는 지난 1994년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이 극장에서 개봉하며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그 인기에 힘입어 뮤지컬로도 제작되어 수십 년 동안 많은 관객과 만나왔다. 2019년에 개봉된 이번 영화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아는 이야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바꾸는 정도의 변화만 주었다. 발전된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려낸 <라이온 킹> 속 세상 프라이드 랜드의 모습은 충분히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심바는 아버지 무파사(목소리: 제임스 얼 존스)의 대를 이어 프라이드 랜드의 왕위를 이을 후계자다. 아직 어린 나이인 그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에 차 있지만, 여전히 어린 사자에 불과하다. 극의 초반부 심바의 모습에서 우리 모두가 어릴 적 가지고 있던 높은 꿈과 이상을 볼 수 있다. 다소 허황된 말과 자만심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던 그 모습은 결국 치명적인 실수를 부른다.

극 중 심바는 사실 굉장히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 실패를 모르며 자란 그가 가진 자신감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린 심바는 언젠가 자신에게 승계될 권력을 두고 크게 고민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데, 아버지가 통치하고 관리하는 세상에서 느끼는 안정감으로 인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심바가 어린 마음에 세상의 이치와 평화를 당연하게 생각하던 그때, 그는 권력을 원하는 다른 존재에 의해 음모에 빠진다. 결국 심바는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실패를 맞이한다. 

심바와 스카, 각자의 실패가 바꾸는 그들의 삶

심바의 삼촌 스카는 자신의 권력욕을 이루기 위해 심바를 이용하며 자신의 형을 죽인다. 이전까지 스카는 자신의 꿈을 이룰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그에게 가장 큰 삶의 실패는 프라이드 랜드의 왕좌를 얻지 못한 것이다.

심바의 출생은 스카에게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적 벽과도 같았다. 심바가 태어나 왕위를 계승하게 되자 스카는 왕이 되지 못할 '실패자'로 전락하고, 실제로 스카 자신은 그 실패를 극복하지 못한다. 이때 스카의 인식은 그로 하여금 더 좋지 않은 선택을 하게 만든다. 스카는 자신의 실패를 통해 전혀 다른 기회를 얻게 되지만, 이는 심바가 꿈꾸던 평화로운 통치 방식 등과는 전혀 다른 쪽이었다. 또한 기존 왕위에 있었던 무파사가 이루고자 했던 꿈의 세상과도 거리가 멀었다. 

심바가 프라이드 랜드를 떠난 후 만나게 되는 새로운 친구인 품바(목소리: 세스 로건)와 티몬(목소리: 빌리 아이히너)는 '하쿠나 마타타'를 외치며 과거를 잊고 현재를 즐기라고 말한다. 이들은 과거에 어떤 일이 있건 문제가 없으니 마음속의 근심을 잊고 지내라는 의미를 담은 말을 수없이 되뇌면서 심바 마음의 무게를 조금은 덜어준다.

극의 중반 실패의 구렁텅이에 떨어진 심바처럼 많은 사람들은 실패를 경험하면 심적인 우울감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자기 자신을 탓하고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결과만을 수없이 생각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앓는 현대 사회에서 영화 속 품바와 티몬이 외치는 주문 '하쿠나 마타타'에는 심바뿐만 아니라 보는 관객들까지 위로하는 어떤 힘이 담겨있다. 품바와 티몬이 전하는 무한 긍정의 위로는 결국 심바를 좋은 방향으로 이끈다. 
 
 영화 <라이온 킹>의 한 장면

영화 <라이온 킹>의 한 장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반면 삼촌 스카가 만나게 되는 새로운 동료는 하이에나의 우두머리인 쉔지(목소리: 플로렌스 카숨바)다. 하이에나는 원래 다른 동물이 먹다 남은 사체를 먹고 사는데, 영화 속에서는 다른 이의 삶의 터전을 빼앗아 소비만 하는 어두운 존재로 그려진다. 스카는 그들의 폭력성을 이용해 프라이드 랜드의 권력을얻고 모든 것을 통치하는데, 그 통치 방법이란 스카 자신과 하이에나들이 마음껏 사냥하고 배를 채우는 환경을 만드는 식이다. 스카가 만드는 세상은 그 사회를 지배하는 몇몇 우두머리만 배가 부르고 나머지 인원들은 기근에 시달리는 심각한 비평등 사회다. 

프라이드 랜드를 떠나 심바를 찾아낸 날라(목소리: 비욘세)는 함께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을 부르면서 심바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한다. 그 마음은 심바에게 용기와 도전이라는 힘을 주게 한다. 결국 그날 느낀 사랑의 힘은 심바를 프라이드 랜드로 돌아오게 만들고, 심바를 원래의 삶으로 돌려놓는다. 

둘 다 자신의 꿈을 이루었지만... 완전히 다른 길

영화에서 심바와 스카가 각각 겪은 실패는 그들 삶의 방향을 흐트려 놓았지만, 둘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다시 정상으로 향했다. 어쩌면 스카도 그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좀 더 다른 방향으로 바꿀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영화에서 스카가 왕좌에 오른 방법 자체는 잘못되었다. 다만 그가 누군가의 죽음을 이용하지 않고 좀 더 올바른 정치적 방식을 통해 꿈을 이루었다면, 그리고 이후에 더 많은 이를 위해 좋은 정치를 실행했다면, 그 자신에게도 프라이드 랜드에게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스카는 소수가 폭력을 휘두르며 권력을 누리는 방향으로 나아갔고, 꿈을 이룬 이후의 계획이 전무했다. 이런 방식의 통치는 극 중에서 모두를 파멸로 이끌었다. 반면 심바는 한때 심리적 나락에 떨어졌지만, 이를 극복하고 다시 아버지 무파사처럼 평화적 통치의 길을 그대로 걷는다. 어린 시절 바라보던 꿈을 실현하고 그다음 어떤 방법을 써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던 심바는 배운대로 정치적 노선을 실현하고, 다수를 위해 순환의 삶을 성공적으로 유지해낸다. 

현대에 와서 영화 <라이온 킹>은 조금은 낡은 이야기처럼 보인다. 심바와 스카를 중심으로 한 실패담과 왕국의 음모는 이미 관객들이 수없이 보아왔던 이야기다. 물론 훌륭하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리메이크라는 방식을 택했다면 조금은 현대적 상황에 맞게 무언가를 덧붙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영화 <라이온 킹>의 한 장면

영화 <라이온 킹>의 한 장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그런 의미에서 <라이온 킹>은 원작에 비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진다. 이미 수없이 들었던 익숙한 이야기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쩌면 원작이 너무나 훌륭한 작품이기 때문에 그 그늘 안에서 바라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원작 애니메이션이 가진 감정의 깊은 부분까지 관객을 끌고 내려가지는 못하는 듯하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작품의 문제에 대해 모두 설명하긴 어렵다. 사실감이 넘치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등장하는 동물들의 하나하나를 디테일하게 표현했기 때문에 영화 보는 내내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각 동물들의 표정에서 2D 애니메이션처럼 감정을 깊이 있게 읽어내기는 어렵다. 실제 동물들은 역동적인 표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슬픔, 기쁨, 분노 등의 감정을 그들의 얼굴만으로는 표현해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팬이라면 뛰어난 그래픽으로 재구성된 영화 <라이온 킹>을 관람할 이유는 충분하다. 또한 애니메이션을 보지 못한 다음 세대 관객들이라면 디즈니가 새로운 그래픽으로 이야기해주는 고전적인 동화를 보며 또 다른 감동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비욘세 등이 부른 이번 실사 영화의 OST도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게 만든다. 종합하자면 <라이온 킹>은 앞으로도 수많은 실패를 마주하고 또 극복하게 될 전 세대의 관객들을 위한 실사영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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