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오랜만에 등장한 괴물신인'의 호투에 힘입어 기분 좋은 승리를 따냈다.

박흥식 감독대행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2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장단 17안타를 터트리며 13-6으로 승리했다. 키움의 연승을 막은 KIA는 이날 비로 경기가 순연된 kt 위즈를 제치고 하루 만에 7위 자리를 되찾았다(33승1무44패). 

KIA는 1회 최형우가 결승 2루타를 포함해 3안타2타점2득점을 기록하며 쾌조의 타격감을 뽐냈고 이창진과 김선빈,김주찬이 나란히 홈런포를 터트렸다. 사실 이날 KIA는 키움의 강속구 투수 안우진을 상대로 힘든 경기가 예상됐다. 하지만 선발로 등판한 루키 투수가 7회 1사까지 노히트 투구로 키움의 강타선을 압도하며 프로 데뷔 첫 승을 따냈다. 시즌 개막 3개월 만에 KIA가 기대했던 '괴물신인'의 면모를 과시한 좌완 김기훈이 그 주인공이다. 
 
'루키' 김기훈, KIA의 반전 카드가 되기 위해 2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1회말 KIA 선발 투수 김기훈이 역투하고 있다.

▲ '루키' 김기훈, KIA의 반전 카드가 되기 위해2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1회말 KIA 선발 투수 김기훈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1985년 이순철 이후 30년 넘게 인연이 없었던 타이거즈의 신인왕

KIA는 전신 해태 타이거즈 시절부터 무려 9번의 정규리그 MVP와 5번의 올스타전 MVP, 그리고 역대 우승 횟수와 일치하는 11번의 한국시리즈 MVP를 배출한 KBO리그 최고의 명문팀이다. 하지만 유난히 많은 슈퍼스타들이 거쳐 간 타이거즈의 위대한 역사 속에서도 유독 신인왕은 1985년의 이순철(SBS 해설위원)이 유일했다.

그렇다고 타이거즈 역사에서 뛰어난 신인 선수가 없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국보투수' 선동열은 프로 입단 첫 해 7승4패8세이브 평균자책점1.70으로 평균자책점1위에 올랐지만 스카우트 파동으로 후반기부터 출전하며 신인왕을 동료 이순철에게 내줬다. 1989년에 입단하자마자 15승 투수에 등극한 이강철(kt 위즈 감독)은 같은 해 19승을 따낸 박정현이라는 또 한 명의 걸출한 잠수함 투수에 밀려 신인왕에 오르지 못했다.

1993년에는 강한 어깨와 빠른 발, 그리고 뛰어난 승부근성을 갖춘 이종범(LG트윈스 2군 총괄코치)이라는 호타준족의 전천후 유격수가 프로무대에 등장했다. 하지만 1993년은 타격 3관왕의 양준혁(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과 평균자책점 1.11의 김경원, 15회 완투에 빛나는 박충식(질롱코리아 단장) 등 역대급 신인들이 쏟아져 나온 시즌이었다. 결국 이종범은 신인왕 대신 역대 최초의 신인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2002년에는 '리틀 선동열'로 불리며 7억 원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진흥고의 괴물투수 김진우가 있었다. 김진우는 루키 시즌 12승11패4.07의 우수한 성적에 177개의 탈삼진으로 탈삼진 부문 1위에 오르며 17년 만의 신인왕 등극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같은 해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한 '조라이더' 조용준이 9승5패28세이브4홀드1.90으로 구원 부문 1위에 오르며 신인왕을 가져갔다.

KBO리그 역대 최초이자 지금도 깨지지 않은 계약금 10억 시대를 연 한기주(삼성 라이온즈)는 2002년의 김진우를 능가하는 기대를 모았던 신인이었다. 한기주는 루키 시즌 10승11패1세이브8홀드3.26을 기록하며 '괴물신인'으로 손색이 없는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2006년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LA다저스)이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시즌이었고 한기주는 졸지에 '그럭저럭 괜찮은 신인투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초반 부진 씻고 개막 3개월 만에 데뷔 첫 승 따낸 '괴물 신인'

이처럼 신인왕과는 거리가 있던 타이거즈였기에 김기훈이라는 좋은 신인투수의 등장은 타이거즈 팬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KIA가 자랑하는 에이스 양현종의 동성고 후배이기도 한 김기훈은 고교시절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리며 일찌감치 KIA의 1차지명 후보로 주목 받았다. KIA는 김기훈에게 3억5000만 원의 많은 계약금을 안겼고 김기훈도 "KIA의 영구결번 선수가 되고 싶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치며 가능성을 보인 김기훈은 4.5선발이 마땅치 않았던 KIA의 선발 투수로 낙점됐다. 34년 만의 타이거즈 신인왕을 향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 셈이다. 하지만 고교 시절 '괴물'로 불리던 김기훈에게도 프로 1군은 결코 만만한 무대가 아니었다. 김기훈은 데뷔 후 6번의 선발 등판을 포함해 8경기에 등판했지만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7.14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위력적인 구위는 여전했지만 29이닝 동안 29개의 사사구를 허용했을 정도로 여느 신인들과 다름없는 제구불안에 시달렸다. 결국 김기훈은 5월 12일 SK 와이번스전을 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퓨처스리그에서 경험을 쌓으며 부족한 부분을 교정했다. 김기훈이 퓨처스리그에 내려간 사이 KIA는 양현종과 제이콥 터너, 조 윌랜드, 홍건희, 차명진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을 구축했다.

하지만 KIA는 부상 경력이 많은 5선발 차명진이 지난 23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김기훈은 차명진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26일 키움전 선발로 등판했다. 그리고 김기훈은 45일 만에 찾아온 기회에서 6.2이닝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로 박흥식 감독대행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사사구는 여전히 5개로 다소 많은 편이었지만 피안타가 단 1개에 불과했을 정도로 키움의 강타자들이 김기훈의 구위에 철저히 눌렸다.
 
첫 선발승 KIA 김기훈 2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13-6, KIA의 승리로 끝났다. 경기 종료 뒤 이날 승리 투수인 KIA 김기훈이 서재응 투수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첫 선발승 KIA 김기훈2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13-6, KIA의 승리로 끝났다. 경기 종료 뒤 이날 승리 투수인 KIA 김기훈이 서재응 투수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 시즌 KBO리그의 신인왕 구도는 LG의 잠수함 정우영과 삼성의 우완 원태인이 앞서 있는 가운데 김영규(NC)와 손동현(kt)이 뒤를 쫓는 형국이다. 개막 3개월 만에 데뷔 첫 승을 따낸 김기훈은 아무래도 경쟁자들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기훈은 양현종의 후계자로 최소 10년을 바라보며 영입한 유망주다. 광주에서 나고 자란 차세대 좌완 에이스가 무럭무럭 성장하는 것만으로도 KIA팬들에게는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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