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전 한국과 에콰도르의 경기가 1-0 한국의 승리로 끝나며 결승 진출이 확정된 뒤 U-20 대표팀 이강인(오른쪽)이 팀 동료들과 어깨동무를 한 채 관중석을 향해 서서 위아래로 뛰며 '오, 필승코리아!'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6.12

11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전 한국과 에콰도르의 경기가 1-0 한국의 승리로 끝나며 결승 진출이 확정된 뒤 U-20 대표팀 이강인(오른쪽)이 팀 동료들과 어깨동무를 한 채 관중석을 향해 서서 위아래로 뛰며 '오, 필승코리아!'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의 젊은 태극전사들이 기적을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페이지를 앞두고 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 남자축구 대표팀은 오는 16일(이하 한국시각) 폴란드 우치의 스타디온 비데바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결승전에서 우크라이나와 격돌할 예정이다. 남자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대회 결승에 오른 한국은 4강까지 5승1무의 전적으로 결승에 진출한 우크라이나와 22번째 우승컵을 놓고 다툰다.

14일까지 해외 22개의 도박 사이트에서 예측한 한국의 승리 확률은 30.3%로 우크라이나의 40.74%에 약 10%p가량 뒤지고 있다. 사실 한국은 16강에 진출했을 때도 우승 확률이 공동 12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번 대회를 치르는 동안 모두를 놀라게 하는 이변을 연출하며 파죽지세로 결승까지 진출했다. 정정용호는 결승에서도 또 한 번 예상을 빗나가는 의외의 결과를 만들며 '기적의 해피엔딩'을 준비하고 있다.

미완성의 정정용호, '원맨팀'이 아닌 '원팀'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고 있는 핵심 미드필더 정우영의 참가가 불발되면서 2019 U-20 월드컵에 참가하는 대표팀은 '이강인(발렌시아CF) 원맨팀'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K리그 레전드 출신이었던 신태용 감독이 이끌었던 2년 전에 비해 정정용 감독의 이름값도 한참 떨어졌다. 유럽파 3명을 포함해 프로 선수가 19명이나 포함됐다곤 하지만 대부분은 아직 소속팀에서 확실히 자리 잡지 못한 유망주에 불과했다.

하지만 정작 대회가 개막하자 한국은 '이강인 원맨팀'이 아니라 '이강인을 중심으로 한 원팀'임을 증명하는데 성공했다. 대회 기간 동안 상대의 집중마크를 당하면서도 5개의 공격포인트(1골4도움)를 기록한 이강인의 활약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다. 정확한 왼발킥과 감탄을 자아내는 빠른 판단력, 그리고 남미 선수들마저 압도하는 환상적인 탈압박과 개인기는 지금까지 한국 축구에서 한 번도 볼 수 없는 유형의 에이스의 모습이다.   
'세훈이 형이 해냈다!' 4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 한·일전.

후반 한국 오세훈이 결승 헤더골을 넣은 뒤 이강인과 팔을 벌리며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한국은 이날 경기에서 일본에 1-0으로 승리하며 8강에서 세네갈과 4강 진출을 놓고 격돌하게 됐다.

▲ '세훈이 형이 해냈다!' 4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 한·일전. 후반 한국 오세훈이 결승 헤더골을 넣은 뒤 이강인과 팔을 벌리며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한국은 이날 경기에서 일본에 1-0으로 승리하며 8강에서 세네갈과 4강 진출을 놓고 격돌하게 됐다. ⓒ 연합뉴스


경찰 축구단의 민간인 임대 선수 오세훈(아산 무궁화)의 활약도 눈부시다. 16강 진출의 분수령이 된 아르헨티나전에서 이강인의 크로스를 받아 선제골을 터트린 오세훈은 '숙적' 일본과의 16강전에서 절묘하게 방향을 바꾸는 헤더로 한국을 8강으로 이끌었다. 오세훈은 193cm의 신장을 활용한 공중볼 경합은 물론이고 의외의 발재간과 뛰어난 체력까지 겸비한 대표팀의 믿음직한 원톱 스트라이커다.

2년 전 만 18세의 나이로 국내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 출전했던 조영욱(FC서울)도 더욱 무르익은 기량으로 이번 대회 두 골을 터트리며 한국의 핵심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에서 쐐기골을 터트린 조영욱은 세네갈과의 8강에서도 연장 6분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조영욱의 뛰어난 공간침투 능력과 과감한 마무리는 결승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 소속팀에서 1군 데뷔조차 하지 못한 이광연 골키퍼(강원FC)는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 '최고의 발견'이다. 한 축구해설위원의 표현을 빌리면 "이운재의 안정감과 조현우(대구FC)의 반사신경을 겸비했다"고 평가 받는 이광연은 대회 내내 엄청난 선방으로 한국을 여러 차례 위기에서 구했다. 4강까지 6경기에서 5골을 허용한 이광연 골키퍼는 결승전에서도 클린시트(무실점 경기)를 기록해 0점대 실점률을 기록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젊은 태극전사들 마지막 도전
 
공 다루는 이강인 4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 한·일전에서 이강인이 공을 다루고 있다.

▲ 공 다루는 이강인 4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 한·일전에서 이강인이 공을 다루고 있다. ⓒ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는 미국, 나이지리아, 카타르와 함께 D조에 속해 3경기에서 4골 2실점으로 2승 1무를 기록하며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조별리그에서 2022년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 북중미 1위팀 미국을 꺾고 1위를 차지했지만 역대 최고 성적이 16강에 불과했던 우크라이나를 우승후보로 꼽는 축구팬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토너먼트에 돌입하면서 본격적으로 힘을 내기 시작했다.

16강에서 '와일드카드' 막차를 탄 파나마를 4-1로 완파하며 기세를 올린 우크라이나는 8강에서도 2003년 대회 4강에 올랐던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를 1-0으로 꺾었다. 우크라이나는 이탈리아와의 4강전에서 주전 수비스 데니스 포포프가 경고누적으로 퇴장 당하는 악재에도 후반 20분에 터진 세르히 불레차(다니모 키예프)의 선제골을 지키며 사상 처음으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는 이강인과 나이가 같은 2001년생 특급 유망주 다닐로 시칸(샤흐타르 도네츠크)이다. 185cm 74kg의 단단한 체격을 자랑하는 최전방 공격수 시칸은 이번 대회 4골을 기록하는 뛰어난 골감각을 자랑하고 있다. 4강 결승골의 주인공이자 우크라이나 공격의 시작점 불레차 역시 절대 놓치면 안 되는 요주의 인물이다. 단 주전 수비수 포포프는 4강에서 퇴장을 당하면서 결승에 뛸 수 없다.

최근 U-20 월드컵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실제로 결승전이 열리는 16일에는 UEFA U-21 축구선수권대회가 개막해 유럽의 강호들이 이번 대회에 최정예 멤버를 출전시키지 못했다. 독일, 스페인, 잉글랜드, 벨기에, 크로아티아 같은 유럽의 강호들이 이번 U-20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15일에는 '남미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코파 아메리카도 개막된다.

하지만 U-20 월드컵은 디에고 마라도나를 비롯해 베베토, 루이스 피구, 디에고 포를란, 티에리 앙리, 호나우지뉴,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 폴 포그바(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전·현직 슈퍼스타들이 거쳐 간 대회다. 이제 이 무대의 마지막 경기에 한국의 젊은 태극전사들이 서게 된다. 이미 한국 축구의 역사를 선수들에게 더 많은 걸 바라는 건 과한 욕심이지만 축구팬들은 한 마음으로 한국이 마지막 1승을 더 따내주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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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정정용호 결승 우크라이나 이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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