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이 목표다."

폴란드에서 열리는 U-20 월드컵에 참가한 대한민국의 어린 태극전사들의 목적은 확고했다. 선수들은 대회 시작 전 1983년 4강 신화를 넘어 사상 최초로 트로피를 조국에 선물하겠다는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거대한 의지의 실현 가능성을 믿는 이는 많지 않았다. 객관적인 전력상 우승은 불가능에 가까운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정정용의 아이들'은 예상을 뒤엎고 결승까지 도달했다. 꿈만 같았던 고지가 코 앞에 왔다.
 
정정용 U-20 감독,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세네갈을 꺾고 4강 진출에 성공한 대표팀 정정용 감독이 10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에콰도르와의 4강전을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을 하던 중 위를 바라보고 있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대표팀 정정용 감독ⓒ 연합뉴스

 
험난했지만 매경기 성장한 재능들

결승까지 가는 길은 험난했다. 매경기 패배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기에 몰렸다. 그럼에도 정정용호는 위기를 멋지게 타개하고 결승전까지 도달했다.

조별리그 1·2차전 포르투갈-남아공으로 이어지는 경기는 실망스러웠다. 포르투갈의 날카로운 공격력에 흔들렸고, 남아공전은 승리했지만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3차전부터 대표팀은 다른 모습으로 승리를 쟁취하기 시작했다. 수비진의 조직력은 갈수록 단단해졌고, 공격진은 기민하고 확실한 마무리로 방점을 찍었다.

16강전에서 일본을 꺾고 8강에서 만난 세네갈과 경기가 백미였다. 세네갈이 두 번이나 리드를 가져갔음에도 기어코 동점골을 잡아냈다. 연장전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하고 승부차기에서도 패배까지 몰렸지만, 뛰어난 집중력과 승부욕으로 경기를 뒤집으며 포효했다.
 
 11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전 한국과 에콰도르의 경기. 후반 한국 이광연 골키퍼가 에콰도르 진영으로 향하는 공격수들을 바라보며 수신호를 하고 있다. 2019.6.12

11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전 한국과 에콰도르의 경기. 후반 한국 이광연 골키퍼가 에콰도르 진영으로 향하는 공격수들을 바라보며 수신호를 하고 있다. 2019.6.12ⓒ 연합뉴스

 
에콰도르와 준결승전에서는 성장한 어린 재능들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이강인은 한 차원 높은 수준의 패스로 도움을 건넸고, 공격적인 윙백 최준은 아름다운 골을 잡아냈다. 세네갈전과 달리 에콰도르의 파상공세를 끝까지 막아낸 대표팀은 결국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정정용호의 선수들은 경기마다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결승전은 선수들 성장세의 결정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원팀으로 우크라이나를 넘어라

이제 마지막 고비만 넘기면 우승이다. 상대는 준결승에서 이탈리아를 무너뜨린 우크라이나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와 오는 16일 오전 1시 폴란드의 우치 경기장에서 격돌한다.

이번 대회에서 우크라이나는 한국과 묘한 닮은 꼴이다. 일단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번에 처음으로 결승 무대를 밟았다. 기존에 16강이 최고 성적이었던 우크라이나는 역사를 새롭게 쓸 기회를 잡았다.

두 팀 모두 조직력이 강조된 플레이가 중심이 된 가운데 한국에 이강인이 있듯 우크라이나에는 세르히 불레차라는 재능이 존재한다. 빠른 발과 결정력을 겸비한 불레차는 이번 대회에서 3골 2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한국의 경계대상 1호다.

엄청난 방어력을 갖춘 골키퍼를 보유한 점도 닮았다. 한국의 이광연은 작은 키가 무색한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팀을 수차례 구했다. 에콰도르전 종료 직전에 보여준 선방은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우크라이나의 수문장 안드리 루닌은 현재 CD 레가네스(임대 이적)에서 뛰고 있지만, 본래 소속팀은 레알 마드리드다. 레알이 차세대 문지기로 선택했을 정도로 탁월한 능력을 지닌 선수다. 8강전을 제외한 5경기에 출장해 3골만을 허용하는 짠물수비력을 과시했다. 특히 루닌은 페널티킥에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위협적인 존재다.

쉽지 않은 상대 우크라이나를 격파할 한국의 무기는 '원팀'이다. 이번 대회의 한국 대표팀을 설명할 수 있는 대표 키워드다. 팀이 하나로 뭉쳤다는 의미인 '원팀'은 결승까지 진출한 원동력이다.
 
이강인 36년만의 4강 임무 완수 8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한국과 세네갈전의 경기.

연장 전반 이강인이 교체돼 그라운드를 떠나며 박수를 치고 있다.

▲ 이강인 36년만의 4강 임무 완수8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한국과 세네갈전의 경기. 연장 전반 이강인이 교체돼 그라운드를 떠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강인, 이광연, 오세훈, 조영욱 등의 주축 선수만 빛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선수가 제 몫을 다하고 있다. 득점이나 어시스트를 한 선수는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기 보다는 같이 뛴 선수들과 스탭들에게 먼저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게 정정용호의 특징이다. 개인의 가치를 뽐내는 것이 아닌, 승리를 위해 모든 선수단과 코치진이 똘똘 뭉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축구계 격언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한국 대표팀이다.

준결승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최준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저희가 우승할게요"라는 말을 남겼다. 최준의 말에는 확신과 자신감이 실려 있었다. 대한민국 U-20 대표팀의 위대한 여정에 이제 마지막 한 걸음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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