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부터 31일까지 개최되는 영화제

23일부터 31일까지 개최되는 영화제ⓒ 환경,디아스포라,금강역사,인터시티


칸 국제영화제가 개막하면서 잠시 숨을 돌리던 국내영화제들이 23일부터 다시 시동을 건다. 전주영화제 끝나고 영화제들이 연이어 개최되지만 칸국제영화제 기간은 피해가고 있다. 25일 칸영화제가 폐막하는 시점을 전후로 본격적인 축제의 장을 여는 것이다.
 
23일에는 서울환경영화제가 개막하고 24일에는 디아스포라영화제와 금강역사영화제가 개막한다. 31일에는 부산인터시티영화제가 막을 올리며 6월초까지 영화제들의 계속 이어진다. 이들 영화제들은 대부분 규모가 크지 않은 공통점이 있다. 주제의식이 분명하고 작지만 알찬 영화제로 행사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개최지역도 서울과 인천, 군산(서천), 부산 등으로 다양하다.
 
시대의 문제와 사회의 모습을 고민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채워져 있다. 개최기간이 3일~7일까지 다양하다. 백화점과 같은 큰 규모 영화제와는 다르게 전문상가와 같이 특화된 주제의 영화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이들 영화제들의 경쟁력이다.
 
[서울환경영화제] '삽질' 특별상영
 
 서울환경영화제에서 특별상영되는 <삽질>

서울환경영화제에서 특별상영되는 <삽질>ⓒ 엣나인필름

 
23일 서울극장에서 개막하는 서울환경영화제는 올해 14회를 맞이한다. 환경을 전문적으로 하는 영화제는 세계적으로 드문데,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플라스틱은 전 세계적인 환경 이슈들이다. 올해 환경영화제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28일까지 24개국 59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개막작 <아쿠아렐라>는 물에 대한 영화다. 환초당 94프레임, 즉 실제 움직임의 4배 느린 속도로 촬영된 이 어마어마한 영화의 주인공은 물(water) 자체이다. 세계에서 가장 깊고 오랜 호수인 바이칼호의 충격적인 장면에서 시작해서 허리케인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마이애미를 거쳐, 세계에서 가장 높은 폭포인 베네수엘라의 앙헬 폭포에서 장엄한 여행을 마치는 다큐멘터리다.
 
기후변화에 관한 그 어떤 장광설보다 효과적으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설파하는 빅토르 코사코프스키의 역작이다장대하고 아름다우며 두려운 물의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자연의 엄청난 힘과 대조적으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한다. .
 
<달콤한 플라스틱 제국>은 거대 산업체들이 공중위생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정책 결정을 어떻게 공모하고 결정하는지를 탐사한다. 플라스틱 해양 오염이 심각해지는 현실에서 다국적 기업이 재활용 약속이 달콤함 사탕발림에 불과하다는 것을 고발하는 영화다. <알바트로스>와 <블루> 등은 플라스틱으로 인해 죽어가는 조류와 바다의 오염에 맞서는 환경운동가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환경영화제에서 주목할 작품은 특별상영작인 <삽질>이다. 전주영화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하면서 작품성과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4대강 비리를 저널리즘 다큐의 역량이 돋보이는 영화다. 올해 하반기 개봉예정인데, 개봉 버전은 영화제 버전과 달라질 가능성이 커서 사실상 감독판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될 전망이다. 김병기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에도 나선다.
 
[디아스포라영화제] 난민에 초점 맞춰
 
 디아스포라영화제 개막작 <은서>

디아스포라영화제 개막작 <은서>ⓒ 디아스포라영화제

 
인천에서는 24일 7회 디아스포라영화제가 개막한다. 이민, 유학, 결혼, 여행은 물론 이주노동이 보편화된 시대를 맞아 현재적 의미의 '디아스포라'들의 삶을 담고 있는 영화들을 상영한다.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열리는 개막식은 조민수 배우와 장성규 아나운서 사회를 맡는다.
 
개막작은 단편영화 <은서>다. 열일곱 살 때 혼자 남한에 온 함흥 출신의 은서의 이야기다. 20년이 흘러 사랑하는 남편과 딸 현지와 오붓한 삶을 살고 있는데, 은서는 엄마가 한국에 왔다는 소식을 듣는다. 엄마와의 재회의 기쁨도 잠시, 북한에 있는 가족을 그리워하면서도 남편의 가족, 딸의 친구들과 그 부모들에게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이 남한에서 낙인이 될까 불편하고 두려운 은서의 모습을 비췬다. 남한으로 이주한 북한 주민들의 내면을 담은 영화다.
 
올해 주목되는 영화들은 예멘과 제주의 디아스포라 역사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들이다. 2018년 예멘 난민 561명이 제주도에 입국하면서 한국 사회는 찬반양론으로 혼란스럽게 만들었는데, 내전으로 나라는 떠라는 사람들이 많은 예멘과 일제 강점기 및 4.3 항쟁으로 비슷한 난민의 역사가 있는 제주를 영화를 통해 돌아본다.
 
11편의 영화는 예멘의 상황을 그린 <결혼 10일 전>, <예멘, 침묵의 카오스>, <예멘 : 소리 없는 전쟁> 외에 <울보 권투부> <항로—제주, 조선, 오사카>, <피와 뼈>, <해녀 양씨> 등 일본에 거주하는 제주사람들을 담은 작품들이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통해 경험해온 수많은 '코리안 디아스포라'와 예멘 디아스포라는 만날 수 없는 것일까?에 대한 고민을 안겨준다.
 
레바논의 현실을 다룬 <가버나움>과 탈북자 문제를 다룬 지난해 부산영화제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 올해 전주영화제 CGV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을 받은 <이타미 준의 바다> 등이 주요 상영작이다. <암살>과 <어느 가족>, <와이키키 브라더스> 등은 특별 상영을 통해 관객들과 만난다. 28일까지 62편의 영화가 상영되는데 관람료는 무료다.
 
[금강역사영화제] 일제 강점기 항일 투쟁 영화
 
 금강역사영화제 개막작 <바람의 소리> 한 장면

금강역사영화제 개막작 <바람의 소리> 한 장면ⓒ 금강역사영화제

 
군산과 서천에서는 2회 금강역사영화제가 24일 개막한다. 2016년~2017년까지 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8년 1회 영화제를 개최한 금강역사영화제는 역사를 주제로 한 유일한 영화제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크다. 금강을 마주보고 있는 전라북도 군산과 충청남도 서천에서 함께 치르는 영화제라는 것도 특징이다. 개폐막식을 번갈아 개최하는데, 올해는 군산에서 개막식을 열고 서천에서 폐막식을 갖는다.
 
군산은 일제 강점기 수탈이 심하던 곳으로 인천과 함께 1900년대 초기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의 배경 중 한 곳으로 지역이 갖는 특징 자체가 일제 강점기 아픔이 녹아 있는 곳이다.
 
중국의 항일 투쟁을 담은 개막작 <바람의 소리>는 금강역사영화제의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지배하에 놓인 1942년 중국을 배경으로 한 완성도 높은 역사스릴러로, 중국 장르영화의 뛰어난 제작 수준을 체감할 수 있는 영화다. 중국 역시 한국과 비슷한 일본과의 역사적 경험을 나눈 관계였음을 확인하면서, 한·중·일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의 역사를 공유하고 미래를 고민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작품이다.
 
궁극적으로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의 근현대사에 천착하는' 금강역사영화제의 지향을 널리 알릴 작품이라는 것이 영화제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개막작이었던 <언더 파이어> 미군 조종사를 구출하는 중국인들의 항일 투쟁을 묘사한 영화였다. 위안부와 일제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등으로 한일관계가 냉랭해진 현실에서 3일 동안 상영되는 15편의 영화는 다양한 함의가 담겨 있다.
 
주요 상영작으로는, 관동대지진과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일본 국내에서조차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던 여자스모단과 아나키스트들의 삶과 사랑을 담은 <국화와 단두대> (제제 다카히사 감독), 군산 올로케이션 작품으로 과거 기지촌 여성의 삶을 통해 시대의 아픔을 드러낸 <아메리카 타운> (전수일 감독),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큰 주목을 받은 <항거 : 유관순 이야기>(조민호 감독) 등이다.
 
한국 역사영화의 대표선수가 된 이준익 감독이 직접 참석해 <사도>와 <황산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류승완 감독이 새롭게 편집한 <군함도 감독판>이 상영된다. 개봉 당시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휩싸여 작품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다소 미흡했던 점을 감안하여 차분하게 재평가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해어화>(박흥식 감독), <오빠 생각> (이한 감독) 두 작품 역시 개봉 당시 평단과 관객의 평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다시 읽어내고자 한다. <워커힐에서 만납시다> (한형모)는 한국 고전영화 재발굴 차원에서 선보이는 작품이다. 서영춘, 트위스트 김, 남정임, 구봉서 등 기라성 같은 올드 스타들을 군산 근대건축관 야외무대에서 볼 수 있는 특별상영작이다. 24일~26일까지 군산 CGV와 서천 기벌포영화관 등에서 상영되며, 전 작품 선착순 무료다.
 
[부산인터시티영화제] 지역영화와 도시의 개성 부각
 
 도시의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는 부산인터시티영화제

도시의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는 부산인터시티영화제ⓒ 부산인터시티영화제

 
부산에서는 인터시티영화제가 31일 개막한다. 지난 2017년 유네스코부산 도시영화제로 시작해 올해 이름을 바꿨다. 부산독립영화협회가 주최하는 행사는 도시에 대한 영화로 채워졌다. 다양한 지역영화와 각 도시의 개성이 드러나는 우수한 영화를 소개하는 게 목적이다. 대부분이 국내에서 상영되지 않은 작품들로 채워졌다.
 
이탈리아 감독이 한국에서 찍은 단편영화가 상영되고, 한국 감독이 일본 야마가타에서 촬영한 단편영화가 공개된다. 특별교류전 형태로 남대만 영화제의 작품과 로마에서 촬영된 영화들이 소개된다.
 
부산인터시티영화제의 특징은 레지던시영화제작사업이다. 유네스크창의도시들과 교류해 협업을 통한 단편영화를 제작한다. 도시와 영화인들의 시선에서 표현되는 도시의 다양한 모습을 영화 속에 선보인 것이다. 이를 위해 이탈리아 로마의 알레산드라 페체타 감독이 지난 12일 부산에 도착해 3주간 머물며 단편영화 <고요한 아침의 나라>를 만드는 중이다. 부산의 김휘근 감독은 일본 야마카타에서 2주간 지내면서 <리턴>을 제작했다. 이들 두 영화는 3일 폐막식에서 공개된다.
 
상영작은 모두 28편으로 모두 단편영화들이다. 개막작은 중국 치우 양 감독의 <조용한 밤>, 로마 알레산드라 페쉐타 감독의 <신부의 그림자>, 부산 김혜정 감독의 <철원에서>, 대만 차이 쑤 얼 감독의 <수도승과 어머니> 등 4편으로 상영작 중 우수작을 추렸다.
 
브라질 산투스와 아일랜드 골웨이, 영국 브리스톨, 일본 후쿠오카 등 유네스크영화창의도시로 지정된 부산을 포함한 13개 도시의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6월 3일까지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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