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랜드> 영화 포스터

▲ <몬스터 랜드>영화 포스터ⓒ 영화공간


엑토르는 홀로 딸 루시를 키우는 아빠이자 놀이공원의 안전을 검사하는 공무원이다. 차로 딸을 태우고 가던 중에 마녀 복장을 한 여자와 부딪힐 뻔한 엑토르는 근처 술집에서 그녀가 새로 개장한 놀이공원 '몬스터 랜드'에서 일하는 직원이란 걸 듣게 된다.

트집을 잡을 속셈으로 몬스터 랜드에 안전 검사를 나간 엑토르는 이곳의 좀비, 뱀파이어, 유령, 늑대인간 등 다양한 괴물이 진짜임을 알게 된다. 매니저 프랑시스는 비밀을 감추기 위해 엑토르를 좀비로 만들어 버린 후 몬스터 랜드에 가둬버린다.

놀이공원에 갔다가 졸지에 좀비가 된 남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몬스터 랜드>는 아르튀르 드 팽 작가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다. 10대 시절부터 좀비, 뱀파이어, 늑대인간을 좋아했던 아르튀르 드 팽은 '진짜 괴물들이 사는 놀이공원'이란 기발한 상상을 만화에 녹였다. 그래픽 노블을 본 프로듀서 앙리 마갈론은 디자인과 구성에 깊은 인상을 받아 영화화를 제안했다고 한다.

지난 16일 개봉한 영화 <몬스터 랜드>는 그래픽 노블을 바탕으로 하지만, 원작을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은 아니다. 알렉시스 두코드와 함께 공동 연출자로 이름을 올린 아르튀르 드 팽은 "이미 만화를 아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영화만을 위한 이야기를 만들어야 했다"고 각색의 방향을 설명한다.

다른 애니메이션에선 볼 수 없는 인물의 등장
 
<몬스터 랜드> 영화의 한 장면

▲ <몬스터 랜드>영화의 한 장면ⓒ 영화공간


영화만의 이야기로 새롭게 쓰인 <몬스터 랜드>는 두 가지 특징을 보여준다. 하나, 6세에서 12세의 어린 관객이 다른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인물이 등장한다. 둘, 아이들을 동반한 부모들까지 염두에 둔 사회적이고 도덕적인 메시지를 특징으로 한다.

<몬스터 랜드>는 '몬스터'가 나오는 영화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몬스터 주식회사> <몬스터 호텔>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차이점은 분명하다. <몬스터 주식회사> <몬스터 호텔>은 몬스터와 인간의 관계를 다루었다. 반면에 <몬스터 랜드>는 계급 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몬스터 랜드엔 뚜렷한 계급 구조가 나타난다. 계급 구조의 가장 아래에 놓인 좀비는 상위에 있는 뱀파이어 등에게 끊임없이 착취를 당하는 신세다. 극 중에서 몬스터 랜드는 이전에 광산이 있었던 자리에 위치한다. 그곳에선 폭발사고로 많은 노동자가 죽었다. 영화의 이런 설정들은 오늘날 자본주의의 그늘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노동과 계급의 현주소
 
<몬스터 랜드> 영화의 한 장면

▲ <몬스터 랜드>영화의 한 장면ⓒ 영화공간


<몬스터 랜드>는 우리 사회의 진짜 괴물은 무엇인지를 탐구한다. 첫 장면에서 딸 루시는 엑토르에게 "아빠, 괴물이 있어요?"라고 묻는다. 엑토르는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쫓아내라고 지시하며 "중장비의 달콤한 노래 소리를 듣게 해 달라. 철거현장의 시멘트를 냄새를 맡게 해 달라"고 외치던 사람이다. 그는 자본의 추악한 괴물이었다.

좀비로 변한 엑토르는 노동과 계급의 현주소를 목격한 다음에 괴물을 벗어난다. 진짜 괴물이 무엇인지 깨달은 그는 "모두 하나가 되어 일어나! 어디서 왔든 상관없어. 넌 이제 혼자가 아니야. 하나가 되는 거야!"라고 노래한다. 다른 좀비들과 연대하여 노동자의 권리를 짓밟는 괴물들을 몰아낸다. 이들은 노동자의 고통 위에 세워진 몬스터 랜드를 무너뜨리고 정당한 권리를 쟁취한다.

최근의 좀비물은 그저 '워킹 데드(Walking Dead)'를 보여주는 평범함으로 가득하다. <몬스터 랜드>는 다르다. 과도한 근로 시간, 부당한 해고, 임금체불 등 노동 현실을 다룬 '워킹 데드(Working Dead)'로 특별함을 선물한다.

<몬스터 랜드>는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를 풍자했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정신을 계승하는 좀비 영화다. 가히 노동 애니메이션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어릴 적부터 노동권에 대한 교육을 받는 프랑스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우리는 <몬스터 랜드> 같은 현실을 은유하는 블루칼라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아야 한다. 그리고 만들어야 한다. 제70회 칸영화제 초청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