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방영된 KBS <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의 한 장면. 현주엽 감독과 종종 톰과 제리 같은 공방을 펼치는 김종규는 이 프로그램의 신스틸러 같은 역할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12일 방영된 KBS <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의 한 장면. 현주엽 감독과 종종 톰과 제리 같은 공방을 펼치는 김종규는 이 프로그램의 신스틸러 같은 역할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KBS

최근 한국남자프로농구(KBL)에 큰 논란이 빚어졌다.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인 김종규와 원 소속 구단인 창원 LG 셰이커스 사이의 녹취록 공방으로 인해 시끌벅적했기 때문이다.

LG구단은 타구단측의 불법 사전 접촉(일명 '템퍼링')을 주장하며 현주엽 LG 감독과 김종규 간 전화 통화 내역을 담은 녹취록을 증거물로 KBL에 제출했다. 김종규가 사전 접촉한 특정 구단을 언급한 내용이 통화에 담겨 있다는 게 LG 측 주장이었다.

하지만 KBL은 16일 열린 재정위원회에서 '증거 불충분' 사유로 LG 측의 이의를 기각하고 김종규를 FA선수로 공시했다. 이로써 김종규는 제약 없이 나머지 구단들과 연봉 협상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 과정을 두고 현감독과 LG구단에 대한 농구팬들의 비난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올해 KBL FA 최대어는 단연 김종규다. 높이와 힘을 앞세운 플레이로 팀을 이끌어온데다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 특례 혜택까지 얻은 젊은 선수라는 점에서 LG뿐만 아니라 다음 시즌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면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한 대상이다. 

일단 김종규와 원 소속팀 LG의 우선 협상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계약기간 5년과 첫해 총액 12억 원 등의 구단 제안을 선수가 거절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선수와 구단의 감정의 골은 깊어졌고 녹취록 공방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연결되었다.

비판 받는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속 리더
 
 지난 12일 방영된 KBS <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의 한 장면.  선수단의 의상, 머리 등에 일일히 간섭하는 현주엽 감독에 대한 불편함을 지적하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지난 12일 방영된 KBS <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의 한 장면. 선수단의 의상, 머리 등에 일일히 간섭하는 현주엽 감독에 대한 불편함을 지적하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KBS

 
문제는 이 과정에서 원소속팀 현주엽 감독과 선수가 나눈 전화 통화 내용을 구단이 입수했다는 점이다. 일부에선 현 감독이 직접 통화를 녹음해서 구단에 제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고 이에 대해 LG 측은 "현 감독이 선수와 스피커 폰으로 통화하는 내용을 구단 직원이 듣고 녹취했다"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팬들은 그리 많지 않은 모양이다.

최근 프로농구 비시즌 동안 현주엽 감독은 KBS 신규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고정 출연중인 '리더' 중 한명이다. 대학농구와 프로농구 선수로 명성을 쌓았고 은퇴 후 농구 해설가 및 각종 케이블 예능 출연에 힘입어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는 점에서 현 감독은 해당 프로그램에 등장할 만한 자격은 충분히 지닌 셈이다.

하지만 이 프로 속 현 감독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썩 좋지만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선수들의 복장, 머리 등에 일일히 간섭하는 등 프로팀이 아닌, 마치 학생팀 감독을 보는 듯한 행동이 자주 화면에 비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김시래와 더불어 종종 등장하는 김종규는 현감독의 공격대상(?)이 되곤 한다. 물론 악의적인 목적보단 장난, 친근감을 표시하려는 의도로 여겨지지만 요즘 젊은 시청자들의 눈엔 '꼰대'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녹취록 파문까지 발생했다.

선수들과 대중들의 신뢰 상실... 계속 출연해도 될까?
 
 지난 12일 방영된 KBS <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의 한 장면.

지난 12일 방영된 KBS <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의 한 장면.ⓒ KBS

 
현 감독을 오랜기간 지켜본 한 팬은 관련 기사 속 댓글로 이런 의견을 남겼다.  

"구단 관계자가 녹취하려고 해도 주엽이 형이라면 '이건 아닙니다' 해야 되는 거 아닌가? 형님은 감독이기 전에 선수들 선배잖아요?"

아무리 소속팀 감독이라고 하지만 프로 스포츠에서 계약 협상은 엄연히 구단과 선수 양측의 문제이지 제3자인 코칭스태프가 관여할 사안은 아니다. 물론 어느 정도 조언은 해줄 수는 있겠지만 여기에 필요 이상의 간섭을 해선 곤란하다. 결과적으로 감독-선수 사이의 전화 통화 내용이 제3자에게 유출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 커지고 말았다.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선수단의 경기 지도 및 훈련을 책임지는 것과 더불어 인생의 선배로서 어려움에 놓인 후배들에게 힘을 북돋아줘야할 의무감도 지녀야 하는 위치에 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을 보자. 녹취에 대한 논란은 둘째 치더라도 앞으로 LG 선수 중 어느 누가 현 감독을 믿고 그에게 고민 등을 토로할 수 있겠는가? 여차하면 고스란히 구단 관계자 귀로 이야기가 들어갈 수도 있는데 말이다.

가뜩이나 연봉 등 협상 문제로 민감한 시기에 스피커폰 통화를 했다는 점도 납득이 되지 않지만, 이로 인해 리더로서의 신뢰를 잃어버린 것은 "일할 맛 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대한민국 보스들의 자발적 자아성찰 프로그램"이라는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의 취지를 무색케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조직 구성원(선수단)과 대중(팬)들의 믿음을 저버린 지도자를 계속 일요일 저녁 TV에서 봐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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