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의 냉철한 판단이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의 챔피언스리그 결승행 청신호를 밝혔다.

발베르데 감독이 지휘하는 바르사는 2일 오전 4시(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캄프누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리버풀과 2018-2019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경기에서 3-0 대승을 거뒀다.

엄청난 퍼포먼스로 2골을 잡아낸 리오넬 메시의 활약이 빛났지만, 이를 뒷받침한 발베르데 감독의 전술과 전략도 탁월했다.
 
 2019년 5월 2일 오전 4시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 구장에서 열린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FC 바르셀로나와 리버풀의 경기. FC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가 득점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2019년 5월 2일 오전 4시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 구장에서 열린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FC 바르셀로나와 리버풀의 경기. FC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가 득점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먼저 발베르데 감독은 선발 라인업에서 아르투르 멜루를 빼고 아르투로 비달을 넣었다. 안방에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바르사이기에 공격적인 패스와 공 점유에 능한 멜루의 선발 출격이 예상됐지만, 발베르데 감독은 수비적인 공헌도가 높은 비달을 선택했다.

발베르데의 생각이 옳았다. 비달은 자신의 에너지를 그라운드 곳곳에 뿌리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비달은 기본적으로 중원에서 왕성히 움직이며 빈 공간을 메웠다. 이번 시즌 들어 눈에 띄게 활동 반경이 줄어든 세르히오 부스케츠는 비달의 활동량 덕에 수비적인 부담이 크게 없었다.

이날 경기에서 비달은 리버풀의 최대 장점인 측면 공격도 방해했다. 특히 리버풀의 오른쪽 풀백 세르지 로베르토가 사디오 마네와 속도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하자, 비달은 곧바로 측면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 마네를 견제했다. 혼자서 2~3명의 수비 역할을 소화한 비달의 활약이 있었기에 에너지를 비축한 메시와 루이스 수아레스의 득점도 가능했다.

냉철한 판단력... 4년 만에 '트레블' 노린다

이날 경기에서 발베르데 감독의 교체 전술도 성공적이었다. 후반 초반 필리페 쿠티뉴를 대신해 넬슨 세메두를 투입했다. 마네의 속도에 고생하는 로베르토를 허리 라인으로 올리고, 스피드에 강점이 있는 세메두로 마네를 봉쇄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결과적으로 세메두는 마네를 효과적으로 방어했고, 로베르토는 메시의 득점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기에 발베르데 감독은 전술 변화도 가져갔다. 리버풀의 노골적인 전방 압박에 굳이 맞불을 놓지 않고, 수비 라인을 내리고 리버풀의 공격을 받아냈다.

이로 인해 표면상 후반 중반까지 경기를 지배한 것은 리버풀이었다. 그러나 수비 지역의 '공간'을 최소화한 발베르데의 전략에 리버풀은 강점인 속도를 발휘할 수 없었다. 계속되는 공격에도 동점골을 나오지 않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리버풀 선수들의 체력은 눈에 띄게 하락했다.

후반 30분을 기점으로 리버풀 선수들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자 바르사가 움직였다. 메시를 필두로 공격의 속도를 다시 올리기 시작한 바르사는 리버풀을 몰아치며 팽팽했던 경기 흐름을 완전히 거머쥐었다. 메시의 뛰어난 능력과 별개로 발베르데 감독의 경기 계획이 적중하는 순간이었다.
 
 FC 바르셀로나의 감독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FC 바르셀로나의 감독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 EPA/연합뉴스

 
리버풀전은 발베르데의 이번 시즌 구상이 총망라된 경기였다. 이제 바르사는 중심 선수들의 노쇠화와 젊은 자원들의 더딘 성장으로 과거처럼 90분 내내 상대를 압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에 발베르데 감독은 시즌 내내 '선택'과 '집중'을 했다. 이번 시즌 바르사는 선제 득점이 터질 때까지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하다, 선제골을 넣으며 경기의 템포를 한껏 낮춰 후반 막판까지 상대의 반격을 견뎌냈다.

이번 시즌, 상대가 제 풀에 지칠 때 FC 바르셀로나의 미드필더들은 과감한 전진 패스를 공격 지역에 공급하고 메시는 속도를 내면서 득점에 에너지를 쏟아냈다. 여기에 우스만 뎀벨레 등의 빠른 발도 더해지면 1-0의 아슬아슬한 스코어는 순식간에 3-0, 4-0까지 불어났다.

물론 발베르데 감독의 공격 작업에서는 전적으로 메시의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경향도 있다. 이를 위해 철저한 로테이션을 통해 메시를 보호했다. 지난 주말 리그 경기에서 후반전만 뛰며 예열한 메시가 리버풀전에서 폭발한 것이 발베르데 선택의 결과물이다.

발베르데 감독의 시즌 전체를 아우르는 냉철한 판단과 준비성 덕분에 바르사는 4년 만에 '트레블'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가장 변수로 여겨졌던 리버풀과 경기를 멋지게 돌파한 바르사다. 바르사의 전무후무한 세 번째 트레블의 꿈이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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