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사생활

그녀의 사생활 ⓒ tvn

 
'로맨틱 코미디(로코)'의 관건은 무엇일까? 남자와 여자가 만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휴머니즘'이 아닐까, 라고 tvN 수목드라마 <그녀의 사생활>은 말한다. 대다수의 로코가 그렇듯, <그녀의 사생활> 속 두 남녀 주인공도 서로에 대한 오해로 관계를 시작한다. 그런데 이미 엉켜버린 라이언 골드(김재욱)와 성덕미(박민영)의 관계를 풀어가는 데 주요한 영향을 끼치는 건 뜻밖에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이다.

성덕미(박민영분)는 채움 미술관 수석 큐레이터다. 전직 관장이었던 재벌가 사모님 엄소혜가 남편의 비리와 미술관을 탈세의 수단으로 이용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면서 물러나고 새로운 관장으로 입양아 출신의 라이언 골드(김재욱 분)가 온다.

지난 시절 '그녀가 없으면 채움 미술관이 돌아가지 않는다'라고 할 정도로, 성덕미는 미술관에 헌신했다. 그리고 엄소혜 관장으로부터 '차기 관장'으로 손색이 없다는 뉘앙스의 말을 듣고, 관장이 된 자신을 꿈꾼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일장춘몽'은 라이언 골드의 등장과 함께 무너지는 건 물론, 엄소혜가 부린 텃새로 인해 라이언의 오해를 사며 '해고' 위기에 놓이게 된다. 당연히 신임 관장인 라이언 골드와의 사이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성덕미에겐 미술관 큐레이터라는 직업 외에, 자신과 친구들만 아는 직업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아이돌 차시안의 열렬한 팬이자, 그를 위한 팬카페 홈마스터(홈마)가 그것이다. '내 새끼' 차시안이 뜨면, 그녀는 검은색 마스크를 한껏 올려쓰고 그를 모습을 한 컷이라도 더 담기 위해 대포 카메라를 들고 달린다. 

라이언 골드와 두 번째로 대면한 날도, 홈마로서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던 때였다. 차시안의 입국 시간에 맞춰 공항에 간 성덕미는 같은 같은 시각 공항에 내린 라이언과 부딪히고, 그 과정에서 그만 아끼던 팬 다이어리를 잃어버리고 만다. 여느 로코가 그렇듯, 그 다이어리는 라이언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상심에 빠져있던 그녀에게 가장 친한 친구이자 그녀와 함께 차시안을 애정하는 이선주(박진주 분)가 시안이 머물렀던 호텔 스위트룸에서 호캉스를 보내는 것으로 위로를 해주려 한다. 그 과정에서 이미 그 방에 머물던 라이언 골드와 방을 바꾸는 해프닝을 벌이게 되고, 라이언은 두 사람을 동성애자라 오해하게 된다. 

언제나 모든 로맨틱 코미디가 그렇듯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 굳이 주인공 남자와 여자인, 라이언과 성덕미가 매번 부딪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상대방에 대한 뜻하지 않은 오해까지 하며 해고와 동성애 사건을 겪게 된다.

'해고' 해프닝은 그에 대한 성덕미의 얕은 복수심에서 벌어진 라이언의 카페인 알레르기 사건으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성덕미는 라이언의 생사여탈의 가해자이자 구원자가 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본의 아니게 점점 더 긴밀해져 간다. 그런 가운데, 미술관 전시회를 위해 함께 차시안의 집을 찾는 과정에서 생긴 시안 팬들의 오해로 성덕미가 '테러'의 위협을 받게 되고, 이에 라이언은 스스로 그걸 막기 위해 '가짜 연애'를 제안하기에 이른다.      

공감, 사랑의 시작 
 
 그녀의 사생활

그녀의 사생활 ⓒ tvn

 
라이언이 가짜 연애를 제안한 이유는 그저 시안의 팬들로부터 성덕미를 보호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호텔에서 목격한 사실을 근거로 성덕미를 사회적 약자로, 배려의 대상이라 생각한 그는 그녀의 정체성이 드러나서 고통받는 대신 자신이 방패막이가 되어주겠다 결심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녀의 또 다른 오랜 친구인 남은기(안보현 분)가 찾아와 '아우팅' 운운하자 그는 분노해 그와 유도 대련을 펼치며 자신이 성덕미에 대해 생각한 바를 흘리고, 그로 인해 성덕미는 라이언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라이언은 자신이 그녀를 터무니없이 오해한 사실에 머리를 쥐어뜯지만, 정작 성덕미는 그런 라이언의 배려에 마음이 울리고 고마움을 표한다. 

그리고 그 둘의 가짜 연애를 의심하는 엄소혜 관장의 딸이자 성덕미의 경쟁 홈마스터인 신디(김보라)를 속이기 위해 함께 한 강원도 길. 두 사람은 한 유명 사진작가의 미공개 작품을 가지고 있는 소설작가에게 가 미공개 작품 공개와 전시를 제안하려 한다. 하지만 소설작가는 이를 완강히 거부하고, 그 과정에서 덕미는 사망한 사진작가의 죽기 전 사진을 보며, 사진의 제목인 '안녕'은 '굿바이'가 아니라 '안녕, 나는 이렇게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는 위로가 담긴 말이라고 해석한다.

덕미의 해석에 라이언의 눈빛이 흔들린다. 라이언은 어린 시절 입양되어 누군가의 손을 놓치는 것이 싫어 악수조차 하지 않는, 상처를 가진 인물이다. 덕미의 따뜻한 해석은 꽁꽁 언 라이언의 마음을 녹여버린다. 그리고 덕미의 한 마디는 소설작가의 마음도 돌려놓는다.

<그녀의 사생활>은 말한다. 남자와 여자, 이성간의 연애 밑바탕에 깔린 건 인간이 인간에게서 느끼는 온기, 선의, 이런 것들이 기본이 되는 게 아니냐고 말이다. 불신, 오해를 넘어, 이제 서로에 대해 온기를 느끼며 '덕미 덕질' 초기 단계에 빠져드는 라이언과 덕미의 '덕질 연애', 그들의 '휴머니즘 러브'가 궁금해 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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