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색인종은 아직도 미국 사회에서 차별을 받는다.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이 남북전쟁이 한창인 1863년 '노예해방선언'을 발표했지만,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이 선언은 실질적으로 노예를 해방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1865년 북부의 연방의회가 노예 제도를 금지하는 수정헌법을 통과시킨 후, 그 해 12월 다른 주들로부터 인준을 받은 뒤에야 노예해방이 이루어졌다. 

제 13조는 당시 통과되었던 미합중국 수정헌법 조항 중 하나다. 총 2개의 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어떠한 노예 제도나 강제 노역도, 범죄에 대한 처벌이 아닌 이상, 미합중국과 그 사법권이 관할하는 영역 내에서 존재할 수 없다"고 명시한 것이 1항, 적절한 입법을 통하여 13조를 강제할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 2항의 내용이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켜야 할 원칙을 잘 담아낸 조항 같아 보인다. 하지만 이 13조의 내용 때문에 한동안, 그리고 지금까지 미국사회는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왜 그랬을까?

흑인 범죄 악마화해서 불안-혐오 조성하는 것은 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국 수정헌법 제13조> 중 일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국 수정헌법 제13조> 중 일부.ⓒ Netflix

 
<미국 수정헌법 제13조>(13th, 2016, 이하 < 13조 >)은 이 조항이 왜 문제인지, 그래서 미국사회는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다. 다큐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13조 1항의 전제조건을 지적한다. '범죄에 대한 처벌은 예외로 한다(except as a punishment for crime)'는 구절이 문제인데, 이는 판결로서 확정된다면 '미합중국과 그 사법권이 관할하는 영역 내에서' 강제 노역이 가능해진다는 뜻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말장난 같지만, < 13조 >는 현실이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당시 미국의 남부를 책임진 핵심적인 경제 체제였던 노예제가 수정헌법 제정으로 사라진 것을 남부 사람들은 큰 사건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남부의 경제 재건을 고민하던 사람들은 수정헌법 13조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자유를 빼앗을 수 있음을 깨닫고, 흑인들을 배회나 부랑죄 같은 사소한 죄목으로 잡아들였다. 흑인들이 저지르는 범죄를 '검둥이들의 흉악한 범죄' 같이 필요 이상으로 악마화해서 불안감과 혐오를 조성하는 것은 덤이다.

그러면서 다큐는 1915년에 개봉한 영화 <국가의 탄생>(The Birth of a Nation)을 소개한다. 이 영화는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를 미화한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남북전쟁에서 패배한 남부를 옹호하고 극중 흑인을 짐승, 범죄자처럼 묘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분위기는 KKK가 다시 부활하여 흑인 대상 테러리즘을 자행하는데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그러다가 1970년대 들어 닉슨 대통령이 '법질서(law & order) 확립'을 강조하며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정작 그 숨은 뜻은 정치적인 움직임을 탄압하겠다는 것이었다. 블랙팬서, 블랙파워 등의 흑인 정치운동, 반전 시위, 여성 해방 운동 등이 타깃이 되었다.

사회의 소수자들에 대한 법질서를 확립하겠다는 닉슨의 선언은 '대량투옥'의 시대를 열어젖혔다. 그러면서도 인종차별의 언어는 되도록 피하고, 당시의 시민권 운동과 마약이 도시의 혼란을 일으킨다고 말하며 그저 우리는 법을 집행할 뿐이라고 교묘하게 빠져 나가기도 했다. 이후 '범죄와의 전쟁이 전쟁에 반대하는 좌파와 흑인들을 감옥에 넣기 위한 정책이었다'는 전 닉슨 행정부 수석 보좌관 존 에릭먼의 녹음파일의 등장은 노골적이지 않은 인종차별도 폭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다큐에선 '사업가 트럼프'의 일화가 소개되는데, 이 또한 인상 깊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한 참 전인 1989년 발생한 센트럴 파크 강간 사건을 두고 가해자로 지목되어 체포된 흑인 십 대 청소년 다섯 명을 사형시켜야 한다고 신문에 광고까지 냈다. 물론 무고한 청소년들이었지만 흉악범죄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은 분노했고, 소년들은 경찰의 구타를 견디지 못해 자백했다고 항변했음에도 8~12년 형을 선고받았다. 2002년에야 그들은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감옥 산업, 정치와 결탁하다
 
 넷플릭스 다큐 <미국 수정헌법 제13조> 중 일부.

넷플릭스 다큐 <미국 수정헌법 제13조> 중 일부.ⓒ Netflix


그렇게 대량투옥의 시대가 왔다. 1980년 51만 3천여 명이던 수감자는 1985년 75만 9천여 명으로 급격히 늘어난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미국 정부는 감옥을 짓기 위한 예산을 늘려왔다. '범죄를 막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니까'라는 명목으로 모든 경찰 조직을 군대화하는 한편 특공대를 조직하기도 했으며 감옥은 지속적으로 확장되었다.
 
이런 대량투옥의 시대에 일조한 핵심적인 세력으로 < 13조 >가 지목한 것이 '알렉(ALEC: 미국입법교류회의)'이다. 한 활동가가 "알렉이 법을 만들어 공화당에게 넘긴다"고 까지 했을 정도로 미국 정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실제로 알렉은 정치인과 기업인을 멤버로 두고 있다. 정치인과 기업인이 한 단체 안에 있다는 것, 그리고대부분 공화당 성향의 정치인에게 기업인이 법안을 제안한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알렉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한다.

알렉의 과거 회원이었던 CCA(Correction Corporation of America)는 보안 교정 시설, 즉 감옥을 짓고 소유하며 관리하는 사설 감옥 회사다. 이들은 주 정부와의 계약을 통해 해당 지역에 교정 시설을 지어 왔는데, 범죄자는 언제나 생겨나니 사업은 날로 번창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생겨난 이윤은 주주에게 돌아간다. CCA 역시 다른 회원들처럼 법안을 제안해왔고, 세 차례 이상 범죄를 저지르면 장기 구금형에 처할 수 있는 삼진아웃법이 그들의 대표작(?)이다.

다큐에선 애리조나 주와 CCA가 계약을 맺은 유명한 사례도 소개된다. 애리조나 이민법(Arizona Immigration Law)이라고도 불리는 SB1070은 2010년 CCA가 밀어붙인 것으로, 경찰이 이주민을 불심 검문할 수 있게 했다. 덕분에 출입국 관리소에는 수많은 이민자들이 이민법 위반 혐의로 구금되었고 CCA는 월 1100만 달러 이상의 이윤을 낸 것으로 알려진다.

CCA가 알렉을 탈퇴하고 난 뒤, 아메리칸 베일 콜리션(American Bail Coalition, ABC)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들은 재소자를 GPS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에 돈을 쏟기 시작했다. 감옥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그들은 발찌나 팔찌를 차고 다니며 끊임없는 감시와 통제를 받아야 했던 것. 사람을 가두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GPS 감시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과 다름없음을 인권운동가들은 지적한다.
 
 넷플릭스 다큐 <미국 수정헌법 제13조> 중 일부.

넷플릭스 다큐 <미국 수정헌법 제13조> 중 일부.ⓒ Netflix


버즈피드(Buzzfeed)의 기자인 다니엘 와그너(Daniel Wagner)는 이러한 형태의 '범산복합체'가 "대량투옥체제와 대량투옥으로 이익을 본 회사들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재소자와 그들의 가족들에게 부과되는 다양한 비용들을 부풀리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으로 계산했을 때 메릴랜드의 한 교도소에서는 10분 통화를 위해 1시간 반을 일해야 요금을 낼 수 있다. 이런 업체들은 장기계약을 맺고 어떻든 이윤은 나기 때문에 재소자의 복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실제로 재소자들이 상태가 좋지 않은 음식을 먹고 탈이 나 급식업체가 고발당해도, 이런 일은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끈끈한 카르텔을 보고 있자니 누구를 위한 법질서인지, 누구를 타깃으로 삼은 범죄와의 전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노예제 폐지 이후에도 유색인종을 범죄자 취급해왔던 미국의 유구한 역사에서 최근 몇 십 년간은 < 13조 >가 보여주듯 이렇게 자본까지 공조해 그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센트럴파크 사건 이후 30년이 지나도 딱히 변한 것 같지 않은 대통령 트럼프를 보면서 불안감이 드는 것은 괜한 걱정이 아닐 것이다. 국경에 국가장벽을 쌓는다면서 민주당과 대립하고 기어이 셧다운까지 감행했던 그였기에,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계속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 13조 >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한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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