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SK가 kt를 제물로 개막 2연전을 모두 쓸어 담았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SK 와이번스는 24일 인천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9안타를 터트리며 6-3으로 승리했다. 5회까지 2-0으로 리드하던 SK는 6회 3점을 내주며 역전을 당했지만 8회말 대거 4점을 쏟아내며 재역전극을 완성했다. 올해 개막 2연전에서 연승을 거둔 팀은 SK와 LG트윈스 뿐이다.

SK는 '거포 2번타자' 한동민이 개막전에 이어 2경기 연속 홈런을 터트리며 홈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고 7번타자 강승호도 8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투런 홈런을 터트리며 짜릿한 손 맛을 봤다. 마운드에서는 새 마무리 김태훈이 개막전에 이어 이틀 연속 세이브를 기록한 가운데 프로 데뷔 11년 만에 첫 승을 따낸 선수가 나왔다. 투수에서 타자로, 다시 투수로 변신하며 굴곡진 야구인생을 걸어온 강지광이 그 주인공이다.

투수로도, 타자로도 꽃 피지 못한 만년 유망주
 
 SK 와이번스 강지광이 2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비로비치의 스프링캠프인 히스토릭 다저타운에서 열린 자체 평가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2019.2.23

SK 와이번스 강지광이 2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비로비치의 스프링캠프인 히스토릭 다저타운에서 열린 자체 평가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2019.2.23 ⓒ 연합뉴스

 
강지광은 인천고 시절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며 야구팬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SK 역시 2003년의 송은범(한화 이글스) 이후 오랜만에 등장한 연고지 강속구 우완의 등장에 크게 고무됐다. 하지만 강지광은 전주 전라 중학교 3학년 때 상인천 중학교로 전학을 오면서 1차지명 대상에서 제외됐다(SK가 강지광 대신 1차 지명으로 뽑은 선수가 작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이자 올 시즌 SK의 마무리 투수 김태훈이다).

강지광은 전학 후 부상 경력 때문에 2차 지명에서도 순번이 밀렸고 예상보다 낮은 3라운드 전체 20순위로 LG트윈스에 지명됐다. 물론 LG는 200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지명에서 강지광을 비롯해 군산상고의 한희, 경동고의 최동환 등을 지명하며 우완 투수 유망주를 대거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하지만 이 중 현재까지 LG에서 활약하고 있는 투수는 2라운드에서 뽑힌 최동환 뿐이다).

강지광은 LG 입단 후에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한 번도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다가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친 후 타자로 전향했다. 강지광 지명 당시 LG의 스카우터였던 염경엽 감독은 시속 150km를 던지던 강속구 유망주의 타자 전향을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2013년 11월 2차 드래프트에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를 이끌었던 염경엽 감독은 투수가 아닌 '외야수' 강지광을 2라운드로 지명했다.

2014년 스프링캠프에서 강지광의 장타 본능을 발견한 염경엽 감독은 강지광을 그 해 시범경기에서 전 경기에 출전시켰고 강지광은 타율 .294 3홈런 5타점 7득점 3도루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투수 시절부터 강지광을 따라 다니던 지겨운 '부상의 악령'은 타자가 된 후에도 떨어지지 않았다. 강지광은 2014년 5월 1군 데뷔전에서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하며 시즌 아웃됐다.

강지광은 2015년에도 손목, 무릎 등의 부상에 시달리다가 여름 연골 수술을 받으며 다시 한 번 '유리몸 기질'을 드러냈다. 2016년에는 1군에서 40경기에 출전했지만 타율 .197 1홈런 7타점에 그치며 이적 초기에 보여준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했다. 결국 강지광은 2017년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350 15홈런 58타점 11도루를 기록하고도 1군에서는 단 1경기 출전에 그쳤다.

투수 복귀 2년 만에 데뷔 첫 승, 비룡군단 필승조 될까

히어로즈에서 외야수로 보낸 4년 동안 1군에서 55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한 강지광은 2017년 11월에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로 SK의 지명을 받았다. 2008년 인천고의 에이스 강지광 지명을 주도했던 염경엽 당시 SK 단장의 구상이었다. 염경엽 단장은 강지광을 다시 투수로 복귀시키겠다는 뜻을 밝혔고 강지광 역시 스프링캠프에서 투타를 병행하다가 시즌이 개막하면서 투수에 집중했다.

강지광은 작년시즌 퓨처스리그에서 26경기에 등판해 2승 2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5.13의 성적을 기록했다. 작년 7월에는 1군에 올라 프로 데뷔 후 10년 만에 1군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항상 아름다울 수는 없는 법. 1군에서 4경기에 등판한 강지광은 3이닝 8피안타 4볼넷 7실점 평균자책점 21.00이라는 민망한 성적을 기록했다. 구위는 좋았지만 가운데로 치기 좋게 몰린 공이 1군 타자들에게 통할 리 없었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여전히 '투수 강지광'의 가능성을 믿었고 감독 부임 후에도 가고시마 마무리 캠프부터 플로리다 1차 스프링캠프,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에 꾸준히 강지광을 데려 갔다. 하재훈, 서진용과 함께 캠프에서 손혁 투수코치의 집중지도를 받은 강지광은 시범경기에서 4경기에 등판해 4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개막 엔트리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개막전에서 등판 기회가 없었던 강지광은 24일 경기에서 팀이 2-3으로 역전을 당한 8회초 서진용에 이어 4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강지광은 이날 단 10개의 공으로 유한준과 심우준, 오태곤을 범타로 처리했고 8회말 SK가 대거 4점을 뽑아 주면서 프로 데뷔 11년 만에 처음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10개의 투구 중 스트라이크가 7개였을 정도로 공격적인 투구가 돋보였고 빠른 공의 평균 구속은 무려 시속 152km에 달했다.

강지광은 투수에서 타자로, 그리고 다시 투수로 돌아오는 우여곡절을 껶으면서 지난 10년 간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 머물렀다. 안치홍(KIA 타이거즈), 허경민, 박건우, 정수빈(이상 두산 베어스) 등과 입단 동기인 강지광의 연봉이 여전히 2700만 원에 불과한 이유다. 하지만 셋업맨 정영일이 복귀하기 전까지 강지광이 필승조로 자리 잡는다면 11년 전 인천고의 에이스는 올 시즌 다시 한 번 인천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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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SK 와이번스 강지광 데뷔 첫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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