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스>의 포스터

영화 <어스>의 포스터ⓒ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지난 2017년 영화 <겟 아웃>으로 두각을 드러낸 조던 필 감독이 약 2년 만에 돌아왔다. 이번 작품도 흑인 배우를 주연으로 한 호러 영화다.

2019년 3월 22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조던 필 감독의 신작 <어스>가 공개됐다. <어스>의 주연 배우는 <블랙 팬서>에서 와칸다의 비밀요원이던 루피타 뇽이다.

평화로운 미국 해안가 마을, '도플갱어'들의 습격

영화 <어스>의 배경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크루즈 해안가 마을이다. 주인공은 흑인 여성 애들레이드 윌슨(루피타 뇽)과 남편 게이브 윌슨(윈스턴 듀크), 아들 제이슨 윌슨(에반 알렉스), 딸 조라 윌슨(샤하디 라이트 조셉) 등 4인으로 구성된 흑인 가족이다.
 
 영화 <어스> 스틸컷

영화 <어스> 스틸컷ⓒ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미국 중산층 가정인 윌슨 가족이 해변에서 멀지 않은 별장에 들르고, 이웃 별장에 들른 친구 일가와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 문제는 애들레이드 윌슨이 어릴적 이 곳에서 무서운 일을 겪었다는 것. 영화는 초반부에서 그녀가 소녀 시절 산타크루즈 바닷가에 있는 놀이공원에서 거울로 벽이 채워진 '귀신의 집' 같은 공간에 들어갔다가 자신과 똑같이 생긴 소녀를 목격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며 안 좋은 예감이 들던 찰나. 갑자기 윌슨 가족의 별장 건물이 정전되며 어둠이 주변을 뒤덮는다. 이어 현관 앞에 나란히 서서 서로 손을 잡은 정체불명의 네 사람이 나타난다.
 
 영화 <어스> 스틸컷

영화 <어스> 스틸컷ⓒ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경찰에 신고도 해보고 집안에 있던 야구방망이를 들고 나가서 "사유지에서 나가라"라고 경고도 하지만 소용이 없다. 오히려 불이 꺼진 집에 네 사람이 급습해 들어오고, 당황한 윌슨 가족은 꼼짝없이 구석에 몰린다.

"...우리잖아."

공포에 질린 윌슨 가족의 아들이 천천히 침입자들을 바라보다가 말한다. 저들은 곧 '우리'라고. 주인공들과 체격과 얼굴이 소름끼칠 정도로 똑같은 네 사람. 그들은 정확히 윌슨 가족의 복제판이었다. 도대체 '도플갱어' 같은 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윌슨 가족의 별장에 왜 침입한 걸까?
 
 영화 <어스> 스틸컷

영화 <어스> 스틸컷ⓒ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기존과 다른 호러 영화의 길 보여준 <어스>

영화 <어스>는 기존의 호러 영화와 다른 방식으로 공포를 선사한다. 흔히 공포 영화에서 '미치광이 살인마, 한 많은 귀신, 돌연변이 괴물' 중 하나를 소재로 선택해 이에 맞서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스>는 다른 길을 간다.

사소한 부분조차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언급할 수 없지만, 소재부터 내용 전개까지 모두 색다르다. 미국 별장을 배경으로 한 부분에서 '뻔한 전개'를 예상할 수도 있지만, 관객의 추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어스>는 공포영화의 주요 설정을 거의 따르지 않는다. 여성 배우가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며 무기력하게 살해당하거나, 희생자가 살인마에 쫓겨 '술래잡기 하듯 달리는' 장면도 없다.

그러다 보니 관객이 영화를 관람하는 내내 다음 장면이 어떻게 이어질지 예측하기 힘들다. 붉은 옷을 입은 정체불명의 침입자들이 과거 공포영화에서 익숙하게 나온 미치광이 살인마, 한 많은 악귀, 돌연변이 괴물이 아니라서 기존 호러 영화의 공식을 따르지도 않는다. 호러 영화에서 흔히 볼 법한 장면을 피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공포를 만드는 셈이다. 

이와 같은 요소들은 지난 영화 <겟 아웃>의 흥행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겟 아웃>도 기존의 공포영화와 다른 소재의 공포 영화였다. 조던 필 감독은 <겟 아웃>을 통해 스릴러 장르에 인종 문제를 엮으면서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 바 있다. 그는 이번에도 <어스>를 통해 세계를 새롭게 만들고 해석하는 능력을 보인다.

루피타 뇽의 연기, 그리고...
 
 영화 <어스> 스틸컷

영화 <어스> 스틸컷ⓒ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영화 <어스> 스틸컷

영화 <어스> 스틸컷ⓒ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어스>의 재미있는 점들 중 하나는, 윌슨 가족으로 나오는 배우들이 '정체불명의 침입자'까지 1인 2역을 맡아 연기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 정점에 서 있는 건 주연배우인 루피타 뇽이다. 그는 행동방식과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인물을 연기하면서 감정을 마구 발산하지 않고 섬세하게 차이를 묘사해냈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동시에 연기하지만, 두 캐릭터 어느 쪽이든 내면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감정을 잘 전달한다.

다만 <겟 아웃>이 흑인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로 미국의 인종 문제를 짚은 영화인 것에 비해 <어스>는 사회적 이슈를 담은 영화는 아니다. 중반부까지 빈부격차 등을 주제로 떠올릴 요소가 나오지만 이마저도 예상 외의 지점에서 허물어진다.

어쩌면 조던 필 감독은 <어스>를 만들면서 <겟 아웃>처럼 특정한 메시지를 던질 생각은 없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관객이 예상하는 부분을 요리조리 피해가면서 공포를 잘 전달하는 쪽으로 호러 영화의 본분에 맞는 작품을 만들려고 한 것 같다.

영화 <어스>는 같은 모습을 한 인물들이 싸우는 과정을 그려냈기에 정체성에 관해 생각하게 한다. 소재의 일부분이 일본 호러만화 작가 이토 준지의 단편 <공포의 기구>를 연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루피타 뇽의 연기력, 관객을 공포스럽게 하는 연출만으로도 관람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호러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조던 필 감독의 새로운 시도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줄 평 : 조던 필, <어스>로 호러 영화의 새로운 길을 보여주다
평점 : ★★★★(4/5)

 
영화 <어스> 관련 정보
감독 및 각본 : 조던 필
출연 : 루피타 뇽, 윈스턴 듀크, 에반 알렉스, 샤하디 라이트 조셉
수입 및 배급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러닝타임 : 116분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 2019년 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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